한국 만화를 위하여(1) - 한국만화산업의 현재와 정책상의 문제점

유망직종의 하나로 만화가 각광받던 적이 있었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만화’와 ‘애니메이션’ 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매스컴들에 의해 만화애니메이션은 21세기를 이끌어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소개되었고 집중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2003년 현재 한국만화를 산업적인 측면으로만 봤을 때 현실은 어렵고 전망 또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한국만화산업에서 근간을 이루고 있는 출판만화시장은 출판계 전체의 불황과 맞물려 수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만화잡지의 경우 한때 30여종에 달하던 것에서 현재는 겨우 10종을 넘길 정도이며 판매량도 미미하다. 만화단행본의 경우도 청소년보호법과 대여점의 영향으로 판매량은 갈수록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나마도 80% 이상을 일본만화가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만화소비시장을 최소나마 유지시켜주던 대여시장마저도 서점판매시장의 확대 보장이나 여건조성이 되기도 전에 급속히 축소되어가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학습교양만화가 붐을 일으키면서 시장을 지탱해주는 것이 위안거리이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출판사들의 난립으로 인한 질적 저하로 만화시장의 부실이 우려된다. 또한 ‘본격만화’의 부진 속에 ‘연성만화’의 강세현상은 만화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출판만화시장의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온라인만화시장의 경우 이전보다 규모도 커지고 수익구조도 안정화되어 가는 추세에 있으나 업체간 저가경쟁의 시정과 저작자에 대한 처우개선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만화산업의 1차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출판만화시장의 불황과 온라인만화시장의 미 정착은 고스란히 창작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상당수의 만화가가 작가의식이 살아있는 작품창작보다는 생계유지를 위한 ‘밥벌이 작업’에 내몰리고 있으며, 연재할 지면을 잃고 만화계를 떠나는 작가도 속출하고 있다.

이렇듯 1차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만화를 원작으로 활용한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광고산업 등의 2차시장이 온전히 형성 되었을 리 없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끈 방학기의 ‘다모’나 국제적 게임으로 성장한 신일숙의 ‘리니지’, 이명진의 ‘라그나로크’, 캐릭터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정철연의 ‘마린 블루스’의 성공사례만으로 OSMU(One-Source Multi-Use)가 정착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까지는 만화의 다양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경우라고 보는 것이 현재의 시장상황에서는 적절할 것이다.



그림 / 한국만화살리기 운동 - 젊은 만화 작가 모임


그럼 한국만화산업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책당국은 어떤 역할을 해왔을까? 정부의 만화관련 정책의 변천을 임의로 거칠게 정리해보자면 ‘무관심 탄압기’, ‘몰이해 방치기’를 거쳐 ‘오류 수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하겠다.

해방이후 8, 90년대까지는 ‘무관심 탄압기’라고 할 수 있는데, 당국의 만화에 대한 정책은 만화자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한 상태에서 문화산업적으로 접근한 예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연례행사처럼 이루어진 불량만화 화형식이나, 심의 검열 가위질로 대변되는 탄압만이 존재했었다.

90년대는 ‘몰이해 방치기’라 할 수 있다. 한국만화의 성장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성공의 영향으로 만화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새로워지기는 했으나 만화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에서 출발하지 못한 연유로 청소년보호법과 같은 문화악법 제정을 방치하는 우를 범했다.

2000년대는 ‘오류 수정기’라 할 수 있다.
아직까지 만화를 문화적 마인드보다는 산업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탓에 많은 정책들이 만화계 현장의 이해와 요구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8일 발표된 문화관광부의 <만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이 대표적인 예이다. 실질적인 창작여건 개선과 규제조항개선/관련법규개정 등은 명목상일 뿐, 실효가 의심스러운 인프라 구축과 제작환경 개선 명목의 업체지원 등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기된 문제점들은 정부가 만화산업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시행착오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최소화 시키고 만화계 현장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체계가 정비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문화관광부내에서 만화를 담당하는 실무자는 1명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업무를 알만하면 보직변경으로 몇 년에 한번씩 자리를 옮긴다. 영화가 영상진흥과 전체와 산하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는 것에 비교해 본다면 정부 내에서의 옹색한 만화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영화, 게임, 음반 등 여타 문화콘텐츠보다 시장규모도 협소하고 사회적 위상도 높지 않고, 정부 내에서의 목소리도 (당연히) 작을 수밖에 없으며 통일된 현장의 목소리도 없는 한국만화의 현실, 이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한국만화산업발전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김종범 / 우리만화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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