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무얼 보는가

5월에는 특별히 빨간 날이 많습니다. 보육교사는 별 혜택을 못 보는 노동절, 보육교사에게는 일이 많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보육교사는 선생의 절반 정도로 생각하는 스승의 날, 올해는 부처님 오신 날까지. 5월은 가정의 달을 외치며 어린이와 가정, 교육 그를 둘러 싼 여러 가지 권리 주장과 다양한 이해로 복잡한 달이기도 합니다.
15일 스승의 날에 되돌아봅니다. 어느 초등학교 교장의 자살로 불거진 교육계의 대립이 급기야 건국이래 최초로 '교장 궐기 대회'가 열리고, 다른 쪽에서는 교장 선출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마음에 남는 것은 문제의 교사로 지목된 어느 여교사입니다. 지금 아이들 곁을 떠나 스승의 날을 보낼 그 교사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지 걱정이 되고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예부터 '제자는 스승의 발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스승의 권위가 아이들 앞에서 제대로 서고, 가르치는 사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표현한 말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 부모 같은 교장선생님께 차 심부름도 하지 않고, 어른을 대접 할 줄도 모르는 막 나가는 막내 여교사는 스승의 덕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언론을 통해 근 한달 이상 표출되는 자살을 둘러 싼 이러한 일각의 보도는 처음의 시작과 문제를 벗어나 그야말로 막 나가는 언론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을 보며 바로 보지 못함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드는 것인지 잘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가부장제 문화, 저절로 세워지는 권위가 아닌 스스로 우기는 권위적인 행태 속에, 불안정한 고용에 놓여진 막내 여교사의 심정이 어떠하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교사의 업무 속에서, 단 하나 아이들을 만나 가르치고자 하는 부분만이라도 지켜졌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또한 관행으로 되어있는 부분에 조그마한 일탈도 허용치 않는 경직된 풍토가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막아 불행으로 치달아 참담한 선택을 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교사의 수업권이 무너지며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부분이 위험천만한 일이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입니다. 이러한 수직적인 문화와 힘의 논리가 아이들에게 알게 모르게 의식의 저편에 스며들어 또 다른 불행을 만들 씨앗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일입니다.

기간제 교사, 즉 비정규직 교사에 심지어 여성이 자신의 교권에 대해 감히 말할 수 없는 지금의 교단이, 고스란히 지금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됩니다. 건강한 교육이 되려면 그 문화가 세대간, 집단 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민주적인 풍토가 마련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일 것입니다. 보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보육이 되려면 자신의 자리가 맑아야 합니다. 세대간 차이, 권위적인 관행이 세대를 넘어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것을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이라크에만 평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사스의 전파만이 공포는 아닙니다.

우리의 자리에 평화가 필요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곳곳에 서로를 인정하고 차별을 받아들이지 않는 몸짓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어린 시기를 함께 하는 우리 보육교사들의 자리도 맑고 건강하길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보는 것이 아이들의 자리가 됩니다.

이선미 / 한국보육교사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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