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를 위하여(4) - 어디로 갈 것인가?


그림 : 한국만화살리기운동 http://kmanalove.wo.ro



얼치기 문화의 하나로만 대접받던 만화가 불쑥 '21세기 문화산업의 총아'소리를 들은지도 어느덧 10년가까이 되어간다. 만화를 이야기 할 때마다 쥬라기 공원의 사례가 언급되었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영화얘기가 나온 김에 좀더 해보자.
10여 년 전만 해도 가끔 만나는 영화감독들은 만화의 자유로운 상상력의 표현, 저렴한 제작비용에 부러움을 표했었다. 그러나 최근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영화감독들이 별로 없는 듯하다. 디지털을 이용한 자유로운 상상력의 구현은 훨씬 쉬워졌고 제작비용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만화가 살아남고 융성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겠지만 하나만 지적해보자.

만화는 시각적 매체 중에서 가장 용이하게 인간의 상상력을 구현해낸다. 이것은 여전히 만화가 갖고 있는 큰 힘의 근간이 될 것이다. 이른바 문화산업 중에서 가장 아날로그 방식으로 버티면서 디지털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분야일지 모르겠다. 또 그 전환능력과 범위가 뛰어나다는 것이 만화의 또 다른 큰 힘일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러한 이유로 만화는 그동안의 지원정책 속에서 문지방에 한 발을 집어넣고 서 있는 상태로 대접받은 측면이 없지 않다.

종이와 연필, 잉크와 펜촉만으로 뿜어내는 만화적 상상력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해서 종이와 연필과 잉크와 펜촉 값을 지원할 것인가?
그러다 보니 만화정책은 앞서의 다른 글들에서 언급되듯 예산책정에서는 늘 제일 적게 배정되고 행사에는 제일 많이 얼굴을 내밀어야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우스개소리로 필자는 정부의 지원정책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앞으로 황금펜촉을 사용하고 금을 섞은 잉크를 사용하고 금가루를 뿌린 종이에 그리자고 종종 이야기하였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만화정책들의 시행을 위해서 그리고 진정한 '만화산업'의 융성을 위해서 정책 입안자들은 '만화문화'의 시각으로 교정하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문화산업은 제조업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더 많은 위험성을 갖고 있다. 즉, 문화가 산업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쥬라기 공원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졌을까? 아니 가까이 우리 만화가들을 보자. '둘리'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을까?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수 많은 만화가들은 자신의 '대작'을 위해 빈곤을 안고 방황하고 고민하고 펜을 잡는다.
물론 더 좋은 건물에서 더 좋은 장비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만화가(상상력)가 빠진다면 무엇이 남겠는가?

당연히 지원을 한다면 그 방향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만화적 상상력'을 지원해야한다.
이것이 만화를 유해매체로 매도하는 '청소년보호법'이 철폐되거나 대폭 개정되어야 하고, 저작권법의 절실한 보호가 필요하고, 만화가들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들이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만화의 지원예산은 이러한 쪽으로 확대 편성되어야 한다. 또한 만화관련 정책의 기획입안과정에 만화가들의 상상력을 참여시켜야한다. 아니 보다 적극적으로는 만화가들의 상상력이 정책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만화가들도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만화가단체들도 정책입안을 주도하고 집행하는데 적극 발언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동수 / 만화가, 우리만화연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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