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 생명의 소리를 듣다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새만금갯벌 생태계 보고서


사진출처:참소리
국토확장과 개발논리 속에서 파괴위기에 직면해 있는 새만금 갯벌. 이 현장에 시민들이 직접 한 보따리의 가방들을 무겁게 짊어지고 나서고 있다. 환경단체의 활동가들과 시민들로 구성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멤버들의 열기가 비상하다. 지난 11일 이들을 따라나섰다.

"환경운동 이전에 생태계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깨닫기 위해 새만금 갯벌로 향합니다"
새만금 간척공사는 갯벌 보존 가치 논란으로 현재 법원의 공사중지 가처분 결정 판결이후 보강공사만 허용된 상태다. 하지만 불과 2.7km만을 남겨놓고 있는 물막이 공사는 해류의 방향을 바꿔놓고 있다. 이로 인해 해류의 영향에 민감한 갯벌도 서서히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갯벌의 생태 변화를 기록하고 검증하기 위해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생태조사단 활동이 한참이다.


▲부안 진서면 곰소리 앞 갯벌. [사진출처:참소리]

시민생태조사단은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가 기획해 12월 첫 조사활동이 시작됐다. 현재 25명의 환경단체 활동가, 직장인, 대학생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일반 동호회나 여가활용을 목표로 하는 곳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렇다고 환경운동하자고 모인 곳도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직접 생태계를 이해하고, 기록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자연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넓히기 위해 한데 모였다.

"어민들은 어획량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대한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할 만한 자료가 없죠. 그동안 많은 전문가나 학자들의 조사와 연구가 있어왔지만 이들은 몇 번의 답사와 과학적 데이터로 뽑아낸 자료로 총체적인 변화현상을 해석하려고 합니다. 이런 접근방식은 실재 어민들이 느끼는 작은 변화들과 이견을 보일 수밖에 없죠. 우리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생태계의 서식, 갯벌의 토질, 어민들의 생활 등을 꼼꼼히 체크해서 갯벌의 생태변화를 기록하려고 합니다."(여길욱/실행위원)

새만금 갯벌은 너무도 광범위한 대상. 분야별 팀 체제 하에 조사
이들의 세번째 조사활동이 이루어지는 일요일 오전 일찌감치 군산 합숙소에서 멤버들은 매서운 겨울바람에 견딜 수 있는 두터운 옷으로 무장을 하고 바쁘게 나선다. 조사지가 8천만 평에 이르는 넓은 지역과 수많은 생태계가 서식하고 있어 물새팀, 식물팀, 저서생물팀, 야생동물팀, 문화팀 분야별로 나눠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지식과 첨단 장비 등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들에게 조사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바쁜 일상 중에도 한 달에 한번이면 빠지지 않고 합숙해가며 팀별 현장조사, 모니터하고 전체 모임에서 워크샵을 진행한다.

"지난 조사 때는 우리가 어떻게 이 광범위한 새만금 갯벌을 조사해야할지 정말 난감했어요. 여러번 회의를 가지고 토론을 거친 후에야 조금씩 틀이 잡히기 시작하더라구요." 아직 초기단계였지만 팀별로 일사정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이 날 취재단은 저서생물팀을 따라 나섰다. 군산에서 줄포 톨게이트를 통과해 곰소를 시작으로 갯벌 탐색작업에 들어갔다. 저서생물팀의 조사는 수저에 살고있는 생물들로 갯지렁이류, 갑각류, 극피동물 등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종이 된다. "이번까지는 외경을 둘러보면서 토질 변화가 민감하게 나타날 수 있는 부안 내초도 갯벌에서부터 김제 거전리 갯벌까지 세 곳 정도를 선정하는 일을 하고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선정지역을 중심으로 정확한 위치측정과 갯벌의 토질, 저서생물의 서식 분포도를 부문별로 나눠 계속 체크할 예정입니다."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종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기 시작하는 '시민생태조사단' 멤버 [사진출처:참소리]
멤버들은 지도를 펼쳐보며 수시로 위치를 익히고, 갯벌에 가서는 바닥에 가깝게 몸을 숙여 널려진 갑각류와 조개 껍질들을 채집하기 바쁘다. 개인별로 갯벌에 서식해있는 생물들을 파악하고 뻘의 상태를 알아내기 위한 훈련이다.

"이곳은 뻘과 바위, 모래가 형성돼 있네요. 오염된 곳에서 볼 수 있는 조개류도 보이고요. 다양한 뻘질이 있어 생태계종 또한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겠어요." 동화작가가 직업인 이성실(34세)씨는 여기 멤버들과 똑같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여러 생물종들을 보고 배우면서 분석력이 생겼다.

무엇보다도 이 일에서 중요한건 데이터화하는 작업이다. 문서상의 데이터 작업뿐만 아니라 영상자료 또한 꼼꼼하게 활용된다. 각 팀별로 영상팀의 일원이 모든 부분을 촬영해 매체를 이용한 자료들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생태계는 생물 공동체이다. 인간도 예외일 수는 없다
"어민들의 삶에 가깝게 다가서야해요. 주민들에게 직접 여론조사를 해가며 어떤 종이 많이 생산되는지, 어획량이 증가되고 줄어드는 이유는 뭔지, 심지어 식사하러 들어간 식당에서조차 반찬들을 살펴봐요." 문화팀에서 활동하는 조혜진씨의 이야기다.

모든 생물은 최적의 생존환경을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살기좋은 환경으로 이동하거나 습성이 유동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공식은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갯벌을 터전으로 살고있는 어민들은 가장 빠르게 직감한다. 바다의 수온, 해류의 방향, 생태계의 습성을 쉽게 알 수 있는 어민들은 과학적인 장비가 아닌 자연을 보며 이를 이해한다.

'시민생태조사단'은 인간이 중심이 되는 과학적 시각은 배제하고 자연의 본질과 인간의 본질을 동일하게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의식아래 시작한 만큼 생물을 이해하고 배워나갈 것이라고 한다.

"훗날 새만금 갯벌이 공방대에 올랐을 때 우리가 만든 자료들이 비전문적이다는 이유로 법적인 실효성이 없다고 해도, 우리와 같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자연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여길욱실행위원)

'새만금생태조사단'의 조사활동은 비록 아무추어적인 조건에 있지만 투자 가치로 보는 개발론자들이나 과학적으로만 풀이하려는 전문가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장점이 있다. 자연과 자신을 동등하게 생각할 줄 아는 것이다. 이들이 활동하며 쌓여진 경험 속에 묻어나는 환경의 가치, 생명의 가치는 후에 시민의 이름으로 전해질 것이다.


▲각 분야별로 나뉜 팀들은 각자 조사지역을 선정한다. 계화도 갯벌로 향하는 저서생물팀.


▲넓은 갯벌을 조사하는데 지도는 필수다. 조사위치를 꼼꼼히 체크하는 시민생태조사단.


▲저서생물팀 멤버들이 여길욱 저서생물팀 팀장에게 토질에 대한 설명을 듣고있다.


▲환경단체 활동가, 직장인, 학생들로 구성된 시민생태조사단

김효정 기자 f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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