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야말로 해적질을 중단하라!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 정보공유연대 IPLeft 회원)


지난 1월 8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통상법 182조(소위 스페셜 301조)에 따라 한국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 등급을 '감시대상국(WL)'에서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변경하였다. 미 무역법의 스페셜 301조는 지적재산권 영역에서 미국 기업에 불리한 관행을 조사하고, 이에 대해 보복 조치를 포함한 일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무역대표부는 매년 각 국가의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을 보고서로 작성하여, 우선협상대상국(Priority Foreign Country, PFC), 우선감시대상국(Priority Watch List, PWL), 감시대상국으로 등급 분류를 한다. PFC로 지정되면 미국과 일정 기간동안 협상을 거치게 되며, 그 결과에 따라 보복 조치가 결정되게 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PFC는 아니므로 당장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의 주된 이유는 '한국이 미국 영화와 음악에 대한 해적행위를 막기 위해 충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해석일 뿐이며,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국내 지적재산권 법·제도를 국내적 요구가 아니라 미국의 압력에 의해 굴욕적으로 개편해왔다. 86년 미국과의 통상협상에 따라 저작권법을 전면 개정한 이후, 매해마다 저작권법 등 관련 법·제도가 미국의 요청에 의해 개정되어 왔다.

지난 해에는 창작성 없는 데이터베이스의 보호 등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닌 컨텐츠를 저작권으로 보호하는 법률이 통과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정보통신부 공무원에게 불법 복제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되었다. 현재 음반제작자 및 실연자 등 저작인접권자에게 '전송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어있다. 일부 국내 자본의 요구 역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와 같은 법 개정 과정에서 주요하게 고려되었던 것은 국내 이용자들의 목소리보다는 미국의 통상압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의 굴욕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한국의 지적재산권 보호등급을 '우선감시대상국'으로 상향조정하여 협박하는 것은 그들의 탐욕이 끝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특히, 소리바다나 벅스뮤직 이슈와 같이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의 유통 문제는 국내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이다. 비록,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저작권 조약과 실연·음반조약을 통하여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문제를 다루었다고 하지만, 이는 아직 국제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상황이며, 한국도 가입되어있지 않다.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을 강화하는 경향에 대해, 이는 이용자의 정보 접근 및 향유권을 제약하고 오히려 새로운 창작을 억압할 수 있음에 대한 비판이 거센 상황이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각 국의 상황에 맞는 올바른 결정을 도출해야할 문제에 대해 미국이 이와 같이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방송에 대한 음원의 보상청구권을 배타적 권리로 바꾸라는 요구 역시 지나친 것이다. 현재는 방송사가 음악을 이용한 후에 음반제작사에게 보상하면 된다. 하지만, '배타적 권리'가 되면 음반을 이용하기 전에 제작사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음악의 유통과 향유에 대해 음반사들에게 지나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음반사들이 사용허가를 하지 않으면 음악을 이용할 수 없거나, 혹은 이를 근거로 지나치게 높은 보상을 요구할 경우 역시 음악에 대한 향유의 폭이 제한되게 되기 때문이다. 벅스뮤직의 경우에도 음반사들이 사용허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가 중단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현재 방송사에만 적용되고 있는 보상청구권을 벅스뮤직과 같은 인터넷 방송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확대해야하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지식과 문화·예술의 창작물은 근본적으로 창작자의 '소유'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것이다. 단지 창작 활동에 동기를 부여하고, 일정한 보상을 하기 위한 지적재산권 제도가 오히려 사적 이윤을 위해 이용자의 권리와 공공성을 훼손하게 된다면 그 존재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또한, 각 국의 지적, 문화적 환경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통상관계라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한 사회의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각 국이 스스로 적절한 법·제도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로버트 죌릭(Zoellick)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 지적재산권의 해적행위는 미국인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이며 혁신과 기술·투자 등에 경제를 의존하는 국가들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역사 속에서 이루어온 미국 경제의 혁신은 오히려 다른 선진국의 지적 자산을 기반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 하지만 현재 미국은 지적재산권의 독점력을 바탕으로 약소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강탈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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