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에게 중요한 것

90년부터 인천여성노동자회에서 일하게 되면서 보육시설을 가까이서 접하고 졸업한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인천여성노동자회는 88년 여성 나눔의 집을 개원하면서 1층에 어린이집을 열었다. 기혼여성들이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데가 흔치 않을 때였다. 새마을 유아원이라는 데는 5시면 문을 닫으니 잔업은커녕 8시간 근무하는 사람도 맡기기 어려운 곳이어서 우리 스스로 어린이집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저녁 7시까지 봐주는 어린이집은 너무나 반가운 곳이어서 멀리서 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월 1회 자모회에 모두 참여하여 어린이집 소식, 아이들이 커 가는 이야기, 어린이집 재정상황도 듣고 일일주점을 열기도 하며, 탁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으러 이리 저리 뛰어다니기도 하며, 그렇게 교사와 자모가 어린이집을 함께 만들어 가는 주인으로 참여했다. 교사들의 근무여건이 무척 열악했지만 함께 하는 뜨거운 열기가 있었기에 기꺼이 감수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몇 몇 보육시설들의 힘만으로는 척박한 현실을 바꿀 수는 없기에 89년부터는 ‘일하는 엄마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이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보육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요구하며 탁아법 제정 운동을 했다. 결국 혜영이 용철이 남매의 가슴아픈 죽음을 딛고서야 영유아 보육법은 제정되었다.

영유아 보육법이 제정되고, 보육시설에 대한 사회적 지원정책들이 마련되면서 많은 어린이집들이 생겨났다.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는 아직 우리 앞에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지만 보육시설들의 여건은 90년대보다 많이 나아졌다. 그런데 이런 과정들을 옆에서 쭉 지켜보면서 나에겐 하나의 의문이 계속 남아있었다. 그것은 너무 열악한 보육교사들의 현실이다. 법이 정비되고 시설지원도 늘어나는데 보육의 주체인 교사들의 근무여건은 별로 개선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국공립과 민간 시설 교사들의 처우 차이가 계속 되고 있는 것 역시도 큰 문제다. 1인 이상 사업체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저기준법인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고 4대 보험도 제대로 넣지 않는 곳도 많다. 근로기준법이란 ‘하루 8시간 이상 일할 때 계산되어야 할 50% 할증수당지급, 월 1회 생리휴가, 월 1회, 연 10일 유급휴일 지급, 근무여건이 명시된 서면의 근로계약 체결 등’의 내용인데 이 같은 근로기준법 다 지키며 시설 운영할 수 없다’라는 생각도 있는 것 같아 깜짝 놀라기도 했다.

나는 이 같은 현실이 지속되는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원인 중 하나는 보육교사가 여성직종(일부 남성이 있기는 하지만)이기 때문이다. 남성이 많이 있다면 생계비 이하의 저임금을 지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성직종과 남성직종이 명확히 분리되어있으면서 남성의 60% 정도의 임금이 여성들에게 지급되고 있다. 여성이 생계유지자가 아니라는 낡은 관념 때문에 이 같은 처우가 당연시하고 있다.
또 하나의 원인은 본인들이 뭉쳐서 시위도 하고 요구도 할 수 있는 단결력을 못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5만 7천명에 달하는 보육교사들이 있고 지역 연결들도 갖고 있는데 이 같은 조건을 감수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다. 연봉 수 천 만 원대의 전문직들도 노동조합을 만들어 자신들이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혹은 공공성 확보를 위하여 단결하고 있다. 보육교사가 노동자인가 아닌가라는 논쟁도 있는데 이것은 약간 식상한 논쟁인 것 같다. 전교조 합법화 10년 동안 교사가 노동자인가라는 논쟁은 이미 판정승했다. 자기 자본을 가지고 개업한 사람이 아닌,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사는 사람들은 모두 노동자다. 그래서 교수들도 교수노조 만들기도 하고 하는 것이다. 노동자라는 말이 싫은 것은 육체노동이라는 천시하는 생각이나 과격하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은 아닐까?

보육교사에 중요한 것은 노동자인가 교사인가가 아니라, 보육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그것의 주체인 보육교사들의 처우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그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잘 정리하고 전체가 통일된 목소리와 행동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하다. 보육시설의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교사들이 처우개선은 부모들의 보육료 인상이 아니라 정부 정책으로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들의 처우개선은 양질의 교사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설장 역시 환영할 일이며 부모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출산율 저하의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보육문제에 대한 정부의지가 높다. 지금이야말로 주체들의 의지를 분명히 하고 목소리를 키울 시기이다.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 보육시설이 있었기에 활동할 수 있었던 엄마로서 여러분들의 노력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최 상 림·전국여성노동조합위원장,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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