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강제추방에 죽어간 이주노동자들에게 어떠한 대답을 했는가?

'남한 노동조합 운동이 이주노동자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은 아직 한계를 갖고 있어... 앞으로 민주노총 차원에서 구체적인 정책과 조직적인 연대가 필요'

△'강제추방으로 죽어간 이주노동자·동포 추모제' [2003년 12월 16일]

<사례1> 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노동 강도가 너무 세고 휴일도 없이 일을 해서 사장에게 휴식 시간과 휴일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사장은 이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이주노동자들이 휴일 없이 일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딱 하루를 쉬었는데, 사장은 즉시 이 이주노동자들을 이탈자로 신고했고, 그래서 그들은 바로 불법체류자가 되었습니다.

-2월 5일,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노동조합] 토론 발제 中에서-


<사례2>한 사업장의 여성 이주노동자가 한국 남성 노동자/남성 이주노동자들과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욕실과 화장실도 같이 쓰는 상황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심각하게 성적수치심을 느끼고, 성폭행 위협에 시달리다 못해, 사장에게 회사 밖에 기숙사를 따로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는데 사장은 이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여성 이주노동자는 고용센터에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면서 사업장을 옮길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작업장 이동'이 불가능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2월 5일,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노동조합] 토론 발제 中에서-




연수제도, 고용허가제 모두 대안이 될 수 없어

이주노동자 운동의 전망과 방향에 대한 정책 토론회가 지난 2월 5일(목), 인천지역 공동대책위원회 주최(강제추방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위한 인천지역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인천지역 공대위)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가 2월말로 자진출국 기한을 추가 연장하면서 자진출국자에 대해서 오늘 8월 시행될 고용허가제를 통해 재입국을 배려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제시한 가운데 서울 명동성당 농성단(60여명)/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농성단(60여명)을 제외한 농성단이 해산하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향후 명동성당 농성단 투쟁에 대한 연대와 지원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이주노동자 인권센터 양혜우 소장이 먼저‘한국의 이주노동자운동과 정책변화’라는 주제로 약 1시간동안 주요발제를 진행했다. 양혜우 소장은 이 발제를 통해 94년도에 산업기술연수제도가 도입된 배경을 정부의 정책변화의 흐름 속에 설명하면서 중소기업에서 이 연수제도를 도입해 약 6년간 565억원의 이윤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어 양소장은 94년도를 기준으로 법을 지킨 연수생의 평균임금은 16-20만원이었으며 미등록자의 평균임금은 40-45만원이었다고 보고하면서 산업연수제도는 값싼 노동력 활용을 위해 외국인력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 연수생 신분으로 국한하여 노동자로서의 아무런 법적 보호를 하지 않으려는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양소장은 현재,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중소기업 협의회에서 고용허가제를 상대로 경쟁을 벌이면서 제도자체를 형식적으로 보안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수제도를 선호하는 건교부, 농림부등의 관계기간들과 동동 로비 및 공동 대응전선을 형성해 연수제도자체가 철폐되는 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제 발제가 끝나고 이후에는 △이주노동자가 바라보는 한국의 이주노동자 정책(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장 겸 명동성당농성투쟁단 대표 샤말 타파) △이주노동자 조직화와 노동조합(민주노총인천지역본부 여상경 선전국장) △이주노동자의 시민권 확보를 위한 과제(인천시민연대 유동우 민생인권위원장) △바람직한 이주노동자정책을 위한 제안(민주노동당 인천시지부 신현광 조직국장)라는 각각 주제로 토론발제가 진행되었다.

특히 토론발제에서는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여상경 선전국장이 발표한‘이주노동자 조직화와 노동조합'에 대해 참석자들과 토론자들의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여상경 선전국장은 토론발제에서 '남한노동조합운동이 이주노동자 운동을 함께 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한국노동자들의 인식이 아직도 취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선전국장은 '작년 10월, 한국 노동자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었을 때, 민주노총은 총파업으로 맞섰지만, 강제추방에 쫓겨 목숨을 끊은 6명의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이주노동자 문제에 있어 민주노총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정책과 조직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토론발제를 진행한 샤말타파 명동성당 농성투쟁단 대표도 '한국노동자와 이주노동자는 똑같은 노동자'라며 '현재 고용허가제를 둘러싼 이주노동자 농성투쟁을 민주노총 차원에서 직접 조직하며 정부와 싸울 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 투쟁에 대한 계획이 존재하는가?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담론은 많이 알려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한국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의 삶이라던가 노동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략....) 민주노총 총연맹 차원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성장시키며, 한국 노동자들에게 이주노동자의 문제가 함께 싸워야 하는 문제임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평소에 생각해왔는데 현재 이러한 계획들이 마련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주노동자들과 한국 노동자들의 사이에 정부와 자본이 분리 정책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기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간의 끊임없는 긴장관계가 형성된것도 그런 이유이겠죠. 그러나 여전히 미흡하지만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있어 많은 재정과 시간을 투여해, 조합원에 대한 교육과 비정규직 투쟁을 조직해왔고 여러 가지 공동사업들을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성과들이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가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심각한 인식을 갖게 되었고, 또한 비정규직/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나가야 될 문제라는 인식이 점차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와의 관계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인식.. 대단히 낮고 천박하기까지 합니다. (....중략.....)아직은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주노동자 투쟁에 대한 세밀한 사업계획, 그들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기 위한 사업계획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들은 바로 우리앞에 놓여있는 향후의 과제입니다'



△1월 14일 당시 서울경인지역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추방 철회와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며, 명동성당 농성에 돌입했을때의 모습. [참세상]

이후 토론발제가 끝나고 질의 응답시간이 되자, 대다수의 참석자들은 민주노총 차원에서 이주노동자투쟁에 대한 계획을 중점적으로 질의했다.

한 참석자가 80여일이 넘는 이주노동자 농성투쟁에서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투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이후 총연맹 차원의 투쟁계획을 묻자, 이에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여상경 선전국장은 '아직 총연맹 차원의 투쟁계획이 부족하다'며, '인천본부 차원에서라도 많은 고민을 하면서 제대로 투쟁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여상경 선전국장은 이주노동자 운동을 하고 있는 단체나 활동가들이 민주노총에 끊임없이 이주노동자 투쟁을 제안할때 위와 같은 현실적인 한계들이 극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다함께 활동가 이의철씨는‘1월 중순경 정부가 자진출국 불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재입국을 보장한다를 골자로 한 재입국안을 제시했는데 이에 명동성당 농성단은 어떠한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질의하자 샤말타파 명동성당 농성투쟁단 대표는 '1월 18일 조합원 전체 총회를 통해 농성을 마무리하지 않고 단속추방 분쇄와 미등록 합법화를 위한 끝까지 투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한국정부가 재입국을 보장해도 다시 입국하기 위해선 많은 돈을 브로커에게 줘야 하며, 재입국 해도 어차피 우리가 그토록 비판해왔던 연수제도와 고용허가제 하에서 또다시 불법 체류자가 될 수 밖에 없다'며 결국에는 이 두개의 제도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날 토론회는 약 3시간동안 진행되었지만 서울 명동성당 농성단과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농성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성단이 해산을 결정한 가운데 향후 투쟁에 대한 실질적인 계획과 전망이 명확하게 논의되지 못한채 종결되었다.

다만 참석자들은 샤말타파 명동성당 농성투쟁단 대표가 밝힌 정부의 '재입국보장안'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던 민주노총 차원에서의 연대와 투쟁계획을 향후 과제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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