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데까지 집시법 어기겠다"

85개 사회단체들 집시법 불복종 선언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는 3월4일 개정집시법에 맞서 최초로 불법 집회를 개최했다

8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집시법 불종복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불법(?) 행위를 하겠다고 나섰다. 3월4일 오전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중연대등 8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민불복종으로 개악집시법을 개정하자'며 개악 집시법 대응 연석회의 발족식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작년 12월29일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집시법은 위헌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1일부터 발효되었다. 이번에 발효된 집시법은 확성기 등 기구를 사용하여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음기준(주간 80데시벨)을 넘으면 주최단체는 주변 기업, 상인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수 있으며 경찰당국의 시정조치에 따르지 않으면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60데시벨임을 감안하면 개정법은 육성으로만 집회를 하라는 결론이 되고 결과적으로 수 백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는 개최자체가 불가능해 사실상 집회와 시위를 원천봉쇄하는 법률로서 위헌 소지가 있다.

또한 개정 집시법은 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 학교시설(서울시내만 2229개의 학교시설) 주변지역과 군사시설 주변의 집회를 경찰당국이 자의적으로 금지통고 할 수 있게 되었고, 사실상 서울시 대부분의 도로가 포함되는 주요도로에서의 행진도 이제는 경찰당국이 교통소통에 방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금지통고를 할 수 있다. 심지어 지난 2003. 10. 30. 헌법재판소가 외국대사관 주변 집회금지조항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내렸으나 개정 집시법은 대사관에 외교사절의 숙소까지 포함하여 해당 기관과 아무런 상관없는 집회거나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집회라도 경찰당국이 외교기관과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할 때에만 가능하도록 하여 위헌결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연석회의 참가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주류 언론이 권력과 자본의 의사만을 대변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차단·왜곡하는 상황에서, 집회와 시위를 통한 집단적 의사표출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고 지적하고 "집시법 개악은 그 최소한의 권리마저 축소시키고 있다"고 규탄했다.

참가단체들은 또 "불복종은 무책임한 거부나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정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적 양심의 발로"라고 설명하고 "우리 헌법 제21조가 보장하고 있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현실에서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운동 단체들뿐만 아니라 이에 동감하는 모든 시민들이 함께 나서자"고 호소했다.

불복종 운동은 연석회의에 참가하는 단체와 개인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예정이다. 참가단체들은 아예 집회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하거나 집회신고를 하더라도 경찰에 의한 각종 금지·제한을 따르지 않는 등 다양한 방식의 불복종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연석회의는 또 인터넷상에서도 불복종 운동을 지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개악 집시법에 의한 피해가 생길 경우 즉시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는 연석회의 발족이 끝난 후 같은 날 오후 2시 탑골 공원에서 508차 목요집회를 불법으로 개최했다. 불복종 운동에 따라 집회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집회에서 민가협 조순덕 상임의장은 "잘못 개악된 집시법으로 집회시위의 자유와 인권이 위협받고 있다. 주요도로와 소음규제는 사실상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 서울시내 어디에 주요도로 아닌 곳이 있으며 사대문 어디서도 불가능해 진다"고 지적하고 "경찰은 무조건 집회시위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중연대 주제준 조직국장은 "집시법연석회의 발족의 의미는 현행 집시법으로는 헌법이 보장한 집회 및 시위의 권리를 침해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현행 집시법을 개정하기 위해 만들었다"면서 "위헌적인 집시법은 불복종운동으로 바꿔내지 않으면 서민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호소하는 것조차 정부와 경찰은 막겠다는 것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집시법을 재개정 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임기란 전 민가협 상임의장도 "우리는 미약한 어머니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이 법을 어기겠다"고 말하고 "국가보안법과 인권탄압에 반대하는 집회를 계속해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는 3월20일로 예정 된 '320국제반전 공동행동의 날' 행사를 경찰이 집회금지 통보를 할 것으로 보여 큰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민중연대 주제준 조직국장은 "이날 집회는 경찰이 금지해도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 예정한 행진 코스대로 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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