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상> 파견제로 실업 해소한다고?

석권호/민주노총경기본부 정책기획국장

1995년부터 2002년까지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3.5%의 생산성증가율과 생산성 증가에 대한 실노동비용 증가율 3.4%이고 이에 반해 실질임금 상승률 1.0%와 임금분배율 40.7%로, 조사된 31개 국가 중 꼴찌에서 두 번째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97년 경제위기 이후 기업의 정리해고가 쉬워지면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일상화되어 버렸다. 종사하는 곳이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지 간에 자본과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비용을 줄여 본격적인 이윤 남기기에 돌입한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곧이곧대로 믿는 바보가 있을까? 정부는 실업해소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26개 직종으로 제한해 온 파견직을 특정 업종만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겠다는 비정규직개선안을 내놓았다. 정규직 노동자 1명 대신 파견노동자 2명을 고용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발상이다.

그런데 이런 방침이 정말 일자리 나누기일까?
그동안 파견노동이 고용불안과 노동착취, 인간적 차별과 배제만 양산해 왔음을 우린 얼마 전 울산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통해 또다시 확인하지 않았는가. 정규직 노동자가 파견노동자가 될 뿐이다.

정부는 또 파견노동자를 고용한 뒤에는 일정기간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를 파견직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휴지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동위원회에 차별규제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행정력을 동원해 불법파견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개선방안인 이른바 ‘휴지제’는 비정규직노동자 확대를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 왜냐면 정부가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서도 2년 초과 때 해고 제한을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2년짜리 비정규직을 합법화하는 방안에 불과하다.

또 차별을 구제하겠다면서 처벌규정은 마련해 두지 않고, 정부의 속셈이 무엇인지 훤히 들여다보이지 않는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죽음으로 비정규직노동자의 처참한 현실을 알리는 이 엄혹한 상황에서, 정부가 개선안이라고 내놓은 것은 노동기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양산이다.

노동유연화정책으로 노동자를 불안정한 노동조건의 상태로 내몰겠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비정규직화해서 하향평준화시킴으로 소위 ‘차별’을 없애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이는 곧 동기본권은커녕 말 잘 듣는 성실한 노예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노동개선안이다. 누구에게 개선안인가? 결코 노동자는 아니다. 당장 파견제 확대 방안은 물론 파견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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