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하나다!

노동자는 하나다!
노동자는 그냥 노동자일 뿐이다. 맞습니까?
당신은 노동자입니까?

제 대답은
"그렇습니다! 저는 노동자입니다!
몸뚱이 하나가 전 재산인 그냥 노동자입니다!"입니다.

전 그렇게 배웠고 그렇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노동자에도 구분이 생겼습니다.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당신은 정규직 노동자입니까? 비정규직 노동자입니까?

오늘은 어느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10월26일은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용석(31)씨의 분신이 있었던 날입니다.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을 외치던 노조 간부 이용석씨가 몸에 신너를 뿌리고 분신을 했다는 기사를 보며 저는 뭐라 차마 말할 수 없는 심정이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복지를 담당하는 부서임을 감안한다면 노조 간부 이용석씨의 분신은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비난을 면키는 어려울 것입니다.

한진중공업 김주익 노조위원장이 1백29일간의 고공 크레인 농성 끝에 자살하고 금속노조 세원테크 이해남 지회장이 분신한 데 이어 또다시 노동자가 분신을 하는 사태가 벌어진 날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인구 중 거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임에도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지 않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 자신과 동지들을 위해
신분의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협상의 장으로, 거리로 나서다가
이제는 분신을 하기에 이른 그날의 현실을 보며 저는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는 저로서는 분신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남편 먼저 보낸 부인, 아비를 잃은 아이들, 그리고 자식을 앞장세운 부모님들 ...
생각만 해도 가슴이 미어지는 일입니다.
이 세상 그 무엇이 목숨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일일까? 꼭 그래야 했을까?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얼마나 답답했으면, 얼마나 분통이 터졌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가, 천 갈래 만 갈래 생각이 머릿속을 마음속을 뒤헝클어 놓았습니다.


비정규직 이용석씨의 분신의 원인 어디에 있는지를 놓고도 사람들마다 하는 말들이 다르더군요.
혹자들은 철옹성 같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에 원인을 두는 사람도 있고, 혹자는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더군요.
정규직 노동조합의 지나친 기득권유지 정책의 투쟁방식 철회 및 선회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철폐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정부에 바래봅니다.
지금은 재신임을 물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용기와 소신을 가지고 하겠다고 했던 그 많은 약속을 지켜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노동자, 도시서민, 농어민들의 정당한 삶의 권리가 존중받고 그들이 이 나라 중심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해야하며, 실의와 분노에 빠져 죽음의 경계선을 밟는 분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즉각적인 관심과 정책적 중재적 대책을 내어오고 분배경제의 책무를 다해야 할 때 아닙니까?


노동자 여러분도 희망을 가집시다.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현실이 아무리 험난하고 살맛 안 난다 해도 목숨을 버려서는 안됩니다.
저희들에겐 아이들이 있고 그들의 미래를 좀더 좋게 만들어 주어야할 역사적인 책임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보십시오. 초롱초롱한 눈을 보고 꼬물거리는 손과 발을 보고 있으면 용기가 나실겁니다.


내일은 어제와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로 오늘을 열심히 사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여러 보육노동자들과 함께 하고픈 맘에 두서 없는 글인 줄 알면서 몇 자 적습니다.


고영미 / 본회 조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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