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개악이 아니라 집시법 자체가 문제

집회 참가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집시법 폐지해야

이번 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집시법이 사실상 집회의 자유를 막는 '집회 금지법'이라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집시법 자체가 위헌이며 재개정이 아니라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개정 집시법의 문제점과 시민불복종 운동'에 관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상희 건국대 법대교수는 "현행 집시법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민주적 의사표현의 한 방법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사회적 필요악'으로 규정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국가의 통제하에 두고자 하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집시법을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안영도 변호사 역시 "집회ㆍ시위에 대한 허가제는 위헌으로서 허용되지 않고 다만 행정상 편의를 위해 신고제는 합헌이라고 보지만, 집시법에 의한 신고제는 신고가 강제되는 사실상 허가제이며 이는 집회에 참가한 사람을 '기본권을 행사하는 민주시민'이라기보다는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며 한교수의 견해에 동의했다.

이어 안변호사는 '단순히 사전신고가 없다는 이유로 평온한 행진이나 시위에 대해 해산을 명령하거나 실력으로 해산시키는 것은 위헌'이라는 일본의 하급심 판례를 들며 집회ㆍ시위를 법률로 규제하는 우리의 경우와 비교했다. 또한 "집회를 금지하는 이유가 법률이 아니라 경찰서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르는 것은 명백히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현행 집시법을 비판했다.


한상희 교수 발제문 요약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집회ㆍ시위의 자유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길 수 있어 한교수의 발제문을 요약ㆍ정리하여 소개한다.


집회ㆍ시위의 자유는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함께 체제에 항의할 수 있는 권리로서 그 목적은 민주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집회ㆍ시위의 자유는 오히려 다른 기본권들보다 더욱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행 집시법은 어떠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집회ㆍ시위를 제한할 수 있게 하고 있어 헌법의 기본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는 민주적 의사형성을 가능케 하는 시민권적 권리로서 규정되어 있으나 양자의 정치적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다. 실제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근대국가 성립 당시 부르주아 즉 유산시민의 권리로서의 의미를 갖는데 반해, 집회ㆍ결사의 자유는 근대국가의 성립 이후 부르주아적 지배체제에 대한 무산대중의 항변으로서의 의미가 더욱 강하다.

또한 집회ㆍ시위의 자유가 다른 기본권이나 사회적 이익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주로 대의과정에서 누락되거나 간과되는 소수자ㆍ민중의 이해관계를 표출시키고 이를 정치과정에 투입시켜,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이 문자나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를 표현하는 언론ㆍ출판과는 달리, 집회ㆍ시위는 다중의 모임이라는 일정한 물리적 힘을 가지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규제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자체도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의 틀에 따라 법률로써 제한되어야 하며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규제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헌법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집시법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 헌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집회에 대한 허가제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은 집회라 해서 그 자체가 불법적인 것은 아니며, 집회를 신고해야 하는 이유도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정보를 알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만일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과태료로서 제재하는 것으로 충분한데도 형사 처벌하는 것은 집회 그 자체를 범죄 취급하는 것이며 형식적으로는 신고제이나 실질적으로는 허가제에 지나지 않는다.

과연 집회를 하는 근본적 목적이 무엇인가? 그것은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견해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행 집시법은 교통혼잡이나 소음 등을 규제한다는 목적으로 사실상 육성으로만 집회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주요도로 행진금지를 통해 시위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교통혼잡 등의 문제는 시위가 아니더라도 발생
하며 또 시위라고 하는 민주적 의견표현행위에 수반되는 필요비용인데도, 집시법은 거꾸로 교통의 원활한 소통을 위하여 민주주의를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집시법은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며 시민 불복종운동을 통해 시정해야 할 대표적 사례이다. 현재의 불법을 제거하기 위해 그 법에 복종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 불복종의 원리이며 또한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민 불복종은 개인의 행동이 아닌 집단적 운동수단이 되어 민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다수의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 하버마스가 "법도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듯이, 국가는 100% 준법을 요구하기보다는 위법행위가 나타났을 경우 왜 나타났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합리적이라면 고쳐야 한다. [김지연 기자 rockyou@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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