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후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그 사유가 어떤 것이든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군사독재 시절에 이런 일이 가능했겠냐며, 이렇게 ‘민주화’된 사회에 감탄과 한탄 섞인 눈물을 뿌리고 있다.
그들이 ‘국민의 뜻’으로 정치자금 운운하며 싸우는 동안 이 땅의 신용불량자는 400만을 넘어섰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들이 ‘국민의 뜻’으로 선거법을 가지고 논란을 벌일 때, 학생들의 등록금은 또 올라갔다. 이렇게 언제나 ‘국민의 뜻’을 앞세우는 그들은 이번에도 ‘국민의 뜻’으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진정 ‘국민의 뜻’이 무엇이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리고 내친김에 하나 더 물어야겠다. 그럼 ‘대통령’은 얼마나 ‘국민의 뜻’을 따라왔는가 지금 대학가에는 취업 열풍에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달려야만 한다. 정치인 누구 하나 우리의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관심을 가지기나 했을까
대통령이 탄핵당했지만 바로 오늘도 어김없이 동쪽에선 해가 떴다. 대통령이 탄핵당한 오늘, 어떤 노동자들은 여전히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길거리로 나서고 있고, 우리 부모님은 당장 오늘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생활전선에 나서야 한다. 학생들은 실업대란 시기에 어떻게든 취업하기 위해 오늘도 학교를 나가 출석해야 하고 밤에는 토익학원에 다녀야 한다. 그들만의 놀이 속에 우리네 생활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그들만의 잔치 뒤에 우리네 버거운 삶은 쭉 계속된다.
나는 이라크 강제점령을 반대하는 ‘저항군’에게 전투병을 보내 총부리를 들이밀고, 핵폐기장 문제로 한 지역 주민들의 삶을 완전히 파탄내고,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농민들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1년새 10여명의 노동자를 분신 혹은 목매달게 만든 노무현 대통령이 진짜 국민의 손으로 탄핵된 게 아니라 몇몇 정치 모리배들에게 탄핵당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렇게 피터지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가며 싸우는 그들의 정치는 그들만의 노름일 뿐이었다. 그 노름판에 있는 사람들 중 어느 한 사람 ‘국민의 뜻’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 없지만 그것은 노름판을 더 키우기 위한 수작일 뿐이다. 더 이상 ‘대통령’이란 이름에 화석을 덧씌우지 말자. 국민을 대변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수구세력에게 탄핵당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탄핵과 그에 대한 지지는 엄연히 별개의 문제이고, 그를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탄핵 반대에 같이해야 한다는 논리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편갈라온 이분법적 논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수구세력의 반동에 대해서 당연히 반대하지만, 그것이 대통령 자리 찾아주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190명 남짓한 정치꾼들이 아닌, 지금 하루하루 생활에 치이는 너무 소소한 이들에게 다시 심판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심판을 그들만의 노름인 4·15 총선으로만 집중시켜서는 안 된다. 더 다양한 참여와 탄핵의 길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 발전일 것이다.
- 강문식/대학생
- 이 글은 한겨레신문 3월 15일자 [왜냐면]란에도 기고됐습니다.
참소리 강문식 기자 munsigi@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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