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씨와 함께 한 파병과 탄핵에 관한 토론회

오는 3월 20일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시작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이 날 전세계에서 이라크 점령종식을 요구하는 동시다발 집회가 열릴 예정이며, 한국에서도 이 날 오후 3시부터 대학로에서 파병철회와 이라크에서 철군 등을 요구하는 반전집회가 열린다. 3.20 국제반전공동행동의 날을 앞두고 각 지역에서는 파병뿐 아니라 지금의 탄핵정국과 관련된 주제를 놓고 토론회가 열리고 있었다.

17일 오후 관악구민회관에서는 '반전운동과 탄핵문제를 말한다'는 주제로 지역 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 토론회는 홍세화 한겨레신문 기획위원과 '다함께' 활동가 정종남씨가 발제를 맡았으며, 90여 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홍세화 기획위원은 한국의 정치지형을 '수구', '보수', '진보'로 나눈 뒤 "그 동안 수구나 극우도 보수로 통해왔지만 이번 탄핵안 가결을 통해 수구세력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면서 "수구와 보수가 결별하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

또 앞으로는 지역주의가 약화되고 진보정당이 부상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내비치면서 진보세력에게 "상황을 동태적으로 바라볼 것"을 요청했다. 수구와 보수가 균열을 일으킨 상황에서 보수와 진보는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토론하며 경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파병에 대해서는 "이라크를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정치적 지배는 이라크 민중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면서 이것이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홍세화씨는 "이런 힘든 상황에서 한국이 파병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기란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심리를 이용해 파병을 주장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홍세화씨는 "자본의 시각으로 한반도를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은 장기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를 원치 않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만큼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도구일 뿐인 부시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는 전쟁에 반대하는 우리의 요구를 전세계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종남 활동가는 "지난 해 부시가 이라크 종전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부시는 다음 전쟁을 벌일 태세였고 그 중에는 북한도 속했지만 그 뒤 한반도에서 전쟁위기가 완화된 것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도 미국이 이라크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파병하는 것은 우리 목에 칼을 들이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현재의 탄핵반대운동이 노무현 지지로 귀결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스페인에서 열차테러를 규탄하는 시위에 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테러에 대한 반대를 넘어 테러의 원인을 제공한 자국정부를 공격해서 결국 파병을 주도한 정부가 총선에서 패배했다"면서 탄핵반대를 넘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제가 끝난 뒤 청중석에서도 자유로운 발언이 이어졌다. 신림동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중은 "탄핵결의안을 통과시킨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열린 우리당의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파병안에 동의했다"면서 "홍세화씨는 자유주의적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이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했지만 침략전쟁에 파병하는 정당이 과연 자유주의적 보수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가"하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홍세화씨는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수구가 약해지면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보수세력이 지금은 자신들을 개혁세력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성격을 다시 규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중은 "노무현 정권은 수구세력보다 더 큰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집회가 사회안정을 추구하는 색깔로 덧칠될까봐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한 청중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노무현 정권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라며 "이 정권은 분명한 한계가 있는 우파정권"이라고 규정했다. 또 "이번 집회에서는 '상식의 회복'이 주장되고 있는데 이 주장을 파병과도 연결시키고, 더 나아가 국민소환, 발의제 등 국민참정권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박민경씨(삼성중학교 과학교사)는 "처음 탄핵안 가결 소식을 접했을 때는 탄핵되어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탄핵의 주체는 우리여야 한다"면서 수구세력에 의한 탄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지만 그들 모두가 노무현 지지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집회 참가자들은 중요한 다수이며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해 다양한 주장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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