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문규현 신부가 삼보일배 1주년을 맞으며 전 국민에게 전하는 생명의 메시지를 참소리에 기고해 왔다. 3월 28일은 새만금 갯벌과 온세상의 평화를 염원하며, 문규현 신부, 수경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등 각 종교계의 성직자들이 삼보일배를 시작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무릎에 물이 차오르고 손바닥이 헤어지는 고통을 안은 이들의 삼보일배는 전 국민들의 가슴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새만금과 생명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1주년을 맞는 28일 부안해창갯벌에서는 오후 3시부터 새만금 갯벌 위령제와 함께 다시 한번 삼보일배가 진행될 예정이다.
온 세상과 새만금갯벌의
생명 평화를 염원한 삼보일배 1주년에
결국 새만금갯벌은 이렇게 속절없이 죽어가야 하는 걸까요. 따뜻한 봄 햇살은 방조제 저 건너 편 바다에도 여기 방조제 안에도 가득 퍼지긴 마찬가진데, 바다물살은 거대한 방조제에 막혀 오가질 못합니다. 여기 해창갯벌은 이미 갯벌이 아니라 퍽퍽한 아스팔트길처럼 말라가고 있습니다.
"온 세상과 새만금갯벌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를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하루, 이틀,... 오일, 십일...........육십 사 일, 그리고 마침내 육십 오 일을 갔던 삼보일배. 그 지난한 참회와 기도의 길을 간 지 한 해가 되었건만, 아직 새만금갯벌에 희망 섞인 소식, 부활의 이야기를 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물과 고통으로 얼룩졌던 65일의 대장정. 시간이 흐를 수록 삼보일배의 행렬은 점점 더 늘어났었다.
이 갯벌에 가해지는 파괴를 어쩌지 못하고 그저 가슴 졸이며 날만 보내고 있습니다. 새만금갯벌의 비극이 결국 위도 어민들의 고통을 낳고, 위도의 고통은 부안의 피눈물을 불러왔건만, 아직도 우리는 새만금갯벌이 다 죽는 날 더 큰 재앙의 고리들이 몰아닥칠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 십 년 견고하게 버텨온 기득권 세력이 허물어지며 정치는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럴지언정 소위 정치 발전이 곧장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가져다주진 않는 것 같습니다. 정치 발전을 바라는 마음이 곧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고귀한 정신과 일치하진 않는 듯 합니다. 법이 바뀌고 제도가 좋아진다 해서 인간의 품위, 생각과 삶의 수준도 저절로 새것이 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새만금간척이 강행되고 천성산의 도롱뇽이 죽어가며, 북한산에 관통도로가 뚫리고, 핵발전과 핵폐기장을 영구히 존속시키려는 시도가 용납되는 한, 헐벗고 파헤쳐지는 백두대간의 신음소리가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여전히 낡은 틀과 이기적인 생각으로 세상을 사는 것입니다.
그런 우리 자신이 바로 기득권 세력입니다. 자연 위에 군림하고 다른 생명을 담보로 내 풍족함을 추구하는 태도를 버리지 않으려는 우리야말로 수구 기득권 세력입니다.
새만금갯벌을 메우거든 농지로 쓰겠다던 원래의 간척 계획조차 사라졌습니다. 일단 저 갯벌을 확실히 죽여놓고 그 용도를 생각하자는 탐욕과 살기만이 기세 등등합니다. 이 편 아니면 저 편, 생명 아니면 죽음으로 극단을 강요하며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완강하게 뻗어나간 새만금 방조제, 저 흉악한 건축물은 우리의 정신과 삶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군사독재와 개발지상주의의 망령에 시달리고, 정치모리배들의 책략에 흔들리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낡고 부패한 정치세력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하자는 국민적 염원이 들불처럼 지펴지고 있습니다. 수만 수십만, 전국 곳곳에서 타오르는 장엄한 촛불이 강을 이루고 바다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정녕 그러하거든, 여기 새만금갯벌의 부활 속에서 그 촛불의 의미와 아름다움이 완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촛불을 밝혀주십시오.
낡고 부패한 시대의 유산 새만금간척사업을 녹일 생명의 촛불을 밝혀주십시오. 촛불을 들어주십시오. 무리 지어 죽어 가는 저 죄 없는 갯벌생명들의 고통에 함께 하는 사랑의 촛불을 들어주십시오.
촛불을 비추어 주십시오.
편리함과 이기심으로 파괴와 물신숭배를 용납하는 저마다의 양심에 참회의 촛불을 비추어주십시오.
삼보일배, 눈물과 땀과 인내와 고뇌로 범벅이 되어 함께 갔던 그 사랑의 여정, 수많은 분들이 그 깊은 사랑을 가슴에 간직하고 지금도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삼보일배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앞서 간 삼보일배의 길이 또 다른 삼보일배의 길을 낳고, 다시 그 길 따라 수많은 삼보일배의 갈래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허니 새만금갯벌은 결코 죽지 않을 겁니다.
내 안의 어리석음과 내 안의 화와 내 안의 탐욕을 정화하여, 내 몸 밖 기득권 세력뿐만 아니라 내가 움켜쥐고 있는 기득권까지 깨끗하게 닦아내려는 우리의 노력과 기도가 이어지고 우리의 사랑 또한 변하지 않는 한, 새만금갯벌은 쉬이 죽지 않을 겁니다.
함께 이 길을 계속 가실 거지요.
삼보일배, 삼보일배, 온 세상과 새만금갯벌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며 말입니다.
2004년 3월 28일,
'새만금갯벌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1주년에
천주교 부안성당 문규현 신부
참소리 문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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