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영구적 허브기지 괌은 앞으로 필리핀에서 싱가포르에 이르는 지역을 커버한다 |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본토에 있는 육군 1군단 사령부를 본토에서 일본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육군 제1군단의 주요 임무는 아시아 태평양 전역을 관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컨대 일본을 동북아시아에서 군사중심으로 키우겠다는 의도이다. 남한, 호주에게도 이 지역에서 일정한 역할 분담을 맡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태국과도 군사동맹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방부는 또 한국과 일본에 주둔중인 미군을 감축하는 대신 기존 주둔지역 부대를 신속기동군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부시 정부가 추진중인 '군사혁신' 계획에 따르면 해외주둔 미군 수와 기지 면적은 축소하되, 미군의 기동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여 유사시 필요한 지역에 신속하게 군사력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군의 '구조조정'에 대해 부시 정부는 과거 적이 누구인지 분명했던 냉전시기의 전력배치로는 현재의 대테러전이나 소규모 국지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이바지하는 두뇌집단인 랜드연구소(www.rand.org)는 지난 2001년 발간한 보고서 "미국과 아시아: 새로운 미국의 전략과 전비태세"를 보면 좀더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21세기에도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
1987년 금융위기를 예외로 하면 아시아는 지난 20년간 미국의 보호아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인 평화와 경제적 성장을 누렸으나, 현재 이 지역에는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만한 위험요소가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경고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적 성공을 거두게 되면 한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억눌러왔던 국가간의 경쟁의식과 야심이 분출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지역분쟁, 핵무기에 대한 경쟁력, 민족주의 정서 등으로 인해 지역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들을 조목조목 열거하고 있다. 먼저 인도와 중국이 세계 강대국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있어 지역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핵무기 경쟁에 몰두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은 지배구조에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인종/종교적 분쟁으로 분열될 위기에 놓여 있다.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은 국내 불안이 심각하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수많은 잠재적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지역에서 헤게모니 국가의 부상을 막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헤게모니 국가가 부상할 경우 이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은 축소될 것이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의 인적, 기술적, 경제적 자원을 고려할 때 적대적 국가가 이 지역을 지배할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세계질서가 교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모든 분쟁에 일일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이 지역의 지정학적 환경을 심각하게 변화시킬 수도 있는 중대한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 동안 이 지역의 번영을 이룩해 온 자유무역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전략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정치-군사-경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새로운 전략의 목표는 경제적으로는 자유무역 정책의 확장을 계속 지원하여 아시아 지역을 경제적으로 통합시키는 것이며, 정치-군사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첫째, 지금까지의 상호 안보동맹을 일본, 남한, 호주 등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동맹관계로 전환시켜 지역분쟁에 공동 대처할 것. 둘째,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미국의 동맹구조에 포함되지 않는 국가들 사이에서 힘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못하도록 '힘의 균형' 전략 추구할 것. 셋째, 아시아 국가들이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 넷째, 모든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포괄적 안보대화 추진.
남아시아는 전세계에서 핵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아시아 본토와 중동,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이지만, 미국이 이 지역에 믿을 만한 동맹국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정치적 불안정이 심하여 도저히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없으며 인도와의 관계는 아직도 냉전 후 해빙기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신뢰할 만한 일본, 호주, 남한을 중심으로 동맹관계를 형성하여 서서히 이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핵심 협력국가들과 전략, 작전, 전술상의 정보 공유를 위한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랜드 연구소 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잠재적 적의 제거와 과거의 동맹국이 자신의 영향력으로부터 이탈하여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식으로 패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주한미군 재배치는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노골적 위협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아시아 일대를 겨냥한 것이다.
현재 미국이 한-미-일 공조로 이 지역에서 차근차근 구축하려는 미사일방어(MD)체제 또한 단기적으로는 북한, 중단기적으로는 중국의 미사일 전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이고, 장기적으로는 이 지역에서 MD체제 구축을 발판으로 점차 우주에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반도와 아시아지역 전체, 더 나아가 전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군사전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미국의 의도와 목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미국의 전략적 하위 파트너일 뿐 독자적 행동은 꿈에도 꿀 수 없는 한국 정부가 '자주국방'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품고 국방비 예산을 증대한다고 할 때 분명한 반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이 언젠가 중국 혹은 그 어떤 나라와 전쟁을 하기 위해 한국군과 일본군을 끌고 들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지연 기자(rockyou@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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