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송두율 교수에 징역 7년 선고

한국 법원 여전히 냉전반공주의논리에 사로잡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대경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두율 교수에 대해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며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황장엽씨의 진술은 송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전문진술이지만 정황들을 고려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한다"고 밝히고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점과 저술활동을 통해 북한바로알기운동 등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등 지도적 임무를 수행한 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다"고 밝히고, <남북해외학자 통일학술대회>등과 관련한 잠입탈출, 통신회합등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결했다.

송교수의 가족들과 변호인단, 송두율 교수를 위한 대책위는 공판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변호인단의 이형태 변호사는 "유죄를 인정한 부분이 크게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점과 지도적 임무를 수행했다는 점인데 국가보안법의 '지도적 임무'라는 부분이 막연하다"며 헌법소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점에 대해서 재판부도 단지 명예적 직위이며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부분이라며 항소에서는 송두율 교수의 저술활동에 대한 평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두율 교수의 부인 정정희씨는 "재판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분명한 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했지만 이미 죽은 사람이 말한 것을 전해들었다는 증언등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말했다. 또 "내가 남한 사회를 오랫동안 떠나있어서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떻게 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재판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송두율 교수 석방을 위한 대책위는 재판이 끝나고 긴급성명을 발표하여 "한국 법원이 여전히 시대착오적이고 냉전반공주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며 우리 법원이 '인권위 보루'로 다시 태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야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징표라며 송두율교수 무죄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과정과 기자회견에 참석한 재야원로들도 국가보안법의 모호성으로 인해 또 희생자가 나왔다고 규탄했다. 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은 "재판부의 판결은 황장엽처럼 하지 않아서 유죄라는 것이 아니냐"며 "자신의 신념, 민족의 존엄을 지킨 사람은 핍박받고 변절자는 영웅대접을 받는다"고 개탄했다. 또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함세웅신부는 "사법부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법이라는 것은 국민의 뜻, 공동선에 기초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불교 인권위원회 진관스님도 "재판결과를 보니 과거의 정권이나 사법부와 다르지 않다"며 사법부의 성찰과 반성을 촉구했다.

이날 재판도중에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사상, 양심의 자유라는 것도 일단 표현된 이상 국가안보나 질서유지를 위해 위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등의 입장을밝힐 때는 방청석에서는 한숨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재판이 끝난 후 송두율 교수의 부인 정정희씨가 송두율 교수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교도관들이 가로막아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정희씨는 "남편에게 무죄석방을 위해 끝까지 싸울테니 용기를 잃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이럴 때만 법을 행사하고 정말 행사해야 할 때는 행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3시에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이후에 시민법정이나 재판과정을 총괄평가하는 공청회, 송두율교수의 학문적 성과에 대한 학술심포지움을 갖는 등 송두율 교수 무죄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은희 기자(slee5129@jinbo.net)]

<긴급성명>
송두율교수의 무죄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우리의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송두율 교수에 대한 유죄판결을 보고 -

송두율교수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유죄판결은 한국 법원의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냉전반공주의 논리에 사로잡혀 공판과정에서 드러난 실체적 진실에 눈을 감고, 인권존중과 남북 상생 추구라는 시대정신을 무시한 반이성적 판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법원이 '인권의 보루'로 다시 태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반인권-반민주적 판결을 반복해 온 구시대의 볼모가 되어 이국땅에서 한 평생을 남북 상호이해와 상호접근 등을 위해 애써온 한 양심적인 학자의 활동을 범죄시한 사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의 발전이 여전히 '야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리는 징표이다. 이에 비추어 우리는 이번 판결의 부당성을 국내외적으로 알리고, 송두율교수의 무죄-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우리의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송두율교수에 대한 유죄판결은 그러한 투쟁의 긴급성과 절박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우리는 우리의 투쟁이 결실을 맺을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04.3.30
송두율 교수 석방과 학문-사상의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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