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주역이 된 영화제, 전주시민영화제

막내린 시민영화제, 스탭들에게 들어보는 이야기


*학생을 불문한 일반 시민, 중년층도 찾았던 영화제였다. [사진:전주시민영화제]
충무로가 아닐지라도, 억대의 제작비가 없다하여도, 감독이라고 대우받지 못할지라도, 영화제작의 기회는 특정인만이 누릴 수 있는 창작활동이 아니다. 시민이 주역이 되는 영화제. 전주시민영화제가 지난 5일 동안 시민참여의 장과 다채로운 섹션을 자랑하며 27일을 마지막으로 진행됐다.

전주시민영화제가 시작되던 2001년. 하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시민영화제의 탄생은 지역영화인들의 작은 바람에서 시작됐다. 디지털 캠코더를 들고, ‘액션’이라는 구령을 외쳐 창작의 욕구를 불태웠건만 이 열정어린 작품 하나 상영할 기회도, 공간도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 바로 아마추어가 가지는 딱지의 한정된 권리였다. 제작은 자유일지라도 관객은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지역의 척박하기 짝이 없는 영상문화 속에서 관객에게 당당히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담보하기 위한 첫걸음이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작았던 바램이 이젠 명실상부한 지역의 시민영상문화의 단단한 축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1회 때 600여명으로 머물렀던 관객 수가 올 해 4회째 종지부를 찍으며 2만 6천여 명을 기록했다면 일부분 증명이 될 것이다. 몇 개월 동안 준비했던 잔치였지만 길었던 기간인 만큼 정리의 순간은 짧기만 하다. 취재진은 해마다 살 지워지고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전주시민영화제의 스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민영화제는 지역 영상인력들의 등용문 역할"

시민영화제 1회 때부터 활동해왔던 이미경(31)씨. 당시 대학원 선배의 소개로 카다로그 제작 작업을 도와주는 것이 인연이 돼 이미경씨는 지난 해까지 홍보업무를 담당해왔다가 이번 해는 사무처장을 역임해 활동했다.


▲시민영화제 1회 때부터 활동해왔던 이미경(31)사무국장 [사진:참소리]
이번 영화제가 끝이 났는데 총괄하면서 느껴졌던 성과는?
매 해마다 영화제를 보조하고 진행하면서 전주시민영화제가 달라져가는 모습을 많이 느껴졌어요. 많은 관람객들이 우리 전주시민영화제를 찾아줬고, 또한 영화제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더욱 좋아졌던 것 같습니다. 다채로운 섹션들을 준비해나가는데 노력을 기울였던 만큼 다양한 연령층들의 모습도 있었습니다. 특히 심야섹션에는 40대 참여도 눈에 띄었죠. 폭발적으로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감상하시고 즐거운 표정으로 나가시는 모습들을 보며 내 개인적으로 우리 영화제에 있어왔던 연령층의 편중이 무너져가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메이저급 영화들이 아니면 보기 힘든 홍콩, 태국에 독립영화 같은 경우는 공부하거나, 작업하는 학생들이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었어요.

메이져급 영화제와 구별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전주시민영화제의 감독들은 독립영화감독은 아니지만 공식적인 루트가 처음인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번에 총 52편의 작품을 받았는데 1년동안 이런 소규모의 작업활동은 계속되고 있어요. 하지만 메이져급 영화는 이러한 영화를 받아줄 만한 공간이 없는게 현실이죠. 시민영화제는 이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나가는 것이고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영화작업을 하는 이들, 또는 지속적인 영상인력을 키워내는데 중요한 기반이 되려 노력하고 있어요.

긍정적인 평가 이면에 미흡했다거나 아쉬웠던 부분은 있는가?
영화제를 준비하며 아쉬웠던 부분보다 언제나 겪는 고충으로 조직 자체에서의 제정의 부족입니다. 스텝들이 활동할 수 있는 안정적인 조직체, 준비단계의 자금 확보가 돼있어야지만 영화제 준비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능률이 높아질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런 제반의 문제들을 늘리기는 힘들어요.
영화제 기간에 가까워서는 누가 와서 일 해줄까 걱정합니다. 그래도 지역 내에 젊은층들 사이에서 영상문화에대한 욕구가 충만하다보니 지원자는 겨우 확보되죠. 이렇게 의지를 다진 스텝들은 모두 마땅한 댓가 없는 자발적 참여예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스텝들의 자발적 참여에 크게 의존하며 이어져왔던게 현실입니다.

전주시민영화제를 진행하며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기대는?
다른 지역과 교류하며 타지역 영화제에 우리 전주지역의 작품들이 새로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등의 배급루트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러한 것들이 좀더 추가되고 활성화해야하고요. 전주시민영화제가 지역의 영상에 꿈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 충분히 등용문이 되고,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장이 돼야합니다.


관객과 영화의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

지난 해 영화제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윤강로(29)씨는 이번 영화제에 기획진행팀장을 맡으며 그 어느 해보다도 부담감이 컸었다고 한다.


▲윤강로(29)씨. [사진:참소리]
"일단은 상영관을 시내극장으로 얻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소였던 만큼 매끄러운 진행을 요구했었지요. 그래서 영화제 이미지에대한 고민과 자원 활동가들에게 주입을 시키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전주시민영화제의 이미지라면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가?
기존의 자기들만의 놀이 같았던 전주시민영화제의 이미지를 벗어나 사람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상영관을 대학교 근처가 일반인들이 많이 다니는 시내로 선정을 한 것이고, 또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닌 재미있는 즐길 꺼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시민영화제라는게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인식시켜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죠. 아직 우리 영화제를 모르는 시민들은 많습니다.

이번 영화제 작업에 새롭게 시도한 도전은?
영화제는 영화와 페스티벌이 얼마나 잘 혼합되느냐에 따라 관객들의 기대에 부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일반 시민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르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지역인들이 직접 제작한 독립영화제는 지역민으로써 더 영화들 속에 다가올 수 있는 여지, 오픈 된 성격이 있습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영화와 관객 사이에 벽이 없애는데 주력하며 준비했습니다. 관객참여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 ‘쫌만 더 기금’, ‘관객심사단’, 시간이 더욱 증가된 ‘감독과의 대화’ 등등의 이벤트, 그리고 영화 보는 것 이외에 색 다른 것들, 즉 페스티벌 같은 부분이 보완됐었습니다.

성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관객과 고정 팬이 많이 늘었다는 거죠. 우리도 다가가려 노력했지만 일반 관객들도 많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 휴가를 내고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기대된다며 서울로 돌아갔었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잘 한 면이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영화제 준비하는데 있어서 개인적인 기대는?
이번 작업에는 많은 아이디어를 필요로 했지만 막히는 부분들이 많아 개인적으로는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관객의 눈높이가 올라갔기 때문에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어려워 질 거예요. 곧 있을 내부평가로 이번에 놓치고 갔던 부분들 보완하고, 또 아이디어 싸움을 해야하지만 즐거운 고민인 것 같습니다. 반응이 나타나니깐 내년에는 그 반응을 보면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와 관객사이 벽 허물기. [사진/전주시민영화제]

지역 내 척박한 영화제작의 토양 속에서 잡초처럼 자라난 시민영화제는 이제 다른 잡초들이 자라는데 지원역할을 하는 거름이 됐다. 무명의 연출자일지라도 관람객 앞에 당당히 서기위한 바램에서 출발했지만 지역 내 잠재된 영상인력의 연출력과 디지털 기술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고, 지역영화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터를 더욱 닦아나가고 있다.


▲성황리에 마친 전주시민영화제. 시내 상영관에 걸려있는 시민영화제 네온싸인. [사진:참소리]


참소리 김효정 기자 f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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