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법위반 사례 물망에 오른 정치패러디 사진 중 한 컷
며칠 전 한 독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지 자유게시판에 자신이 올린 글들을 비밀번호를 잃어버려 삭제할 수 없으니, 대신 삭제해달라는 것이었다. 몇달 전에 올린 게시물까지 열거하며 자진삭제요청을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물어보니, 그 독자는 "TV에서 봤는데, 선거운동기간 전에 다른 곳에 올려진 글을 퍼다가 올리는 것도 선거운동법 위반이라고 그래서요. 혹시 문제 생기면 어쩌나 해서요"라고 대답했다.
그 독자가 올린 글은 특정 웹사이트에 올려졌던 친일파청산에 관한 내용이거나 현 정치에 대한 비판내용을 퍼다담은 것이었고, 무리하게 선거법을 적용하더라도 해당되지 않을 만한 글들이었다. 그저 TV에서 선거법 위반사례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니, 짐짓 겁이 났던 것이었다.
공명하고 합리적인 선거를 이야기하며, 이번 17대 총선에서부터 적용되는 개정 선거법은 유세나 합동연설회 등 군중들이 모이는 형식의 선거운동을 없애고, 명함, 홍보물, 인터넷 홍보활동 등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을 통한 무작위의 글들이 남발되고 불법선거운동 사례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불법선거를 단속하겠다는 선거법이 법적용에 있어 지나치게 과잉해석되거나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크게 얽죄일 우려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선거때는 특정 정당, 후보 거론도 조심해야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도화의 배부 게시등 금지) 조항에는 '선거일전 180일전부터 선거일까지 정강·정책을 포함한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유인물이나 인터넷 게시물을 올리는 것이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또 250조(허위사실공표죄)에는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통신·선전문서 등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불리하도록 후보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에 대해 처벌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범위가 애매해, 선거관리위원회의 자의적 해석이 들어갈 수 밖에 없고, 특히 최근 총선을 앞둔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현안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특수한 시기, 인터넷을 통한 정치패러디 등이 널리 확산돼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과잉적용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시 한번 본지의 사례를 들어보자. 얼마전 본지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위의 93조 항에 입각해 자유게시판에 올려진 게시물 삭제요청을 받은 일이 있다. 게시물은 "탄핵정국과 촛불시위"에 관한 내용으로 '탄핵에 대한 분노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가 특정정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게 되면서 촛불시위의 의미가 훼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개인적 의견을 담은 글이었다. 그런데 특정정당이 언급이 됐기 때문에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선관위의 주장이었다. '특정정당이나 후보의 당선, 탈락을 목적으로 한 고의적인 게시물로 보기 어렵다'며 본지는 이의신청을 하고, 이의신청이 접수되며 사건은 일단락이 됐지만, 정당이 거론됐다는 이유만으로 선거법이 적용되는 과도한 법해석에 대해서는 의문으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온라인 상 선거법 과도적용사례
◆온라인 상 선거법 과도적용사례 ◆ 96년 비방죄로 기소됐던 김 모씨의 사례 김 모씨는 정당과는 연관없이 은행원으로 재직하면서 평소 컴퓨터 통신과 정치분야에 취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어 종종 컴퓨터 통신에 개설된 주제토론실에 정치문제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통신문을 게재해 왔다. 김씨는 96년 총선 당시 모 정당을 반대하는 입장이고 그 대변인으로서 품위 없는 발언을 하는 모 정치인도 싫어했는데, 그 정치인이 선거에 즈음하여 수필집을 발간했다는 소식을 듣자 그의 발언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태라고 생각하고 이를 비난하려는 동기에서 주제토론실에 통신문을 게재했다. 이 건으로 김씨는 공직선거법 제251조 비방죄목으로 기소됐으나 법원으로부터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도 부족하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받았다. ◆ 인터넷 '펌'으로 선거법 위반 조사받은 네티즌 3월 27일 '헤딩라인 뉴스'로 공중파 방송까지 진출하며 유명해진 미디어몹(www.mediamob.co.kr)의 최내현 편집장은 취재를 위해 탄핵찬성집회에 참석해서 받은 유인물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다. 유인물의 내용에는 '노무현은 친북세력이다'는 등의 주장이 실려있었고, 그가 조사를 받은 이유는 '대통령 및 선거 출마 예정자를 비방했다'는 것. ◆정치 풍자 패러디 유죄 23일 대학생 권모씨가 정치인을 풍자한 게시물을 인터넷 상에 올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긴급체포되고 불구속 입건됐다. 문제가 된 정치 풍자 게시물은 스포츠신문 인기 만화의 대사만 바꾼 것으로 최병렬 전대표와 조순형 대표가 총선에서 패배해 노숙자 신세가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권모씨 외에도 앞서 8일에는 아마츄어 대학생 패러디작가 하얀쪽배씨가 디씨인사이드 등에 올린 패러디 포스터가 허위사실 공표, 사전선거운동 조항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긴급체포되는 일도 발생했다. |
이에 앞서 지난 23일에는 특정후보를 거론하며 정치현실을 패러디한 만화를 인터넷에 올린 한 네티즌이 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된다며 불구속 입건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또 지난 8일에는 정치패러디 포스터를 만든 네티즌이 연행되는 등 정치패러디 만화, 사진 등을 인터넷에 올리는 네티즌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정치풍자, 패러디가 널리 확산된 상황에서 법위반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시민단체 및 네티즌들의 저항이 일어나고 있고, 현재 표현의자유보장을 위한 특별사이트(http://www.liveis.com/bbs/zboard.php?id=a_main)가 만들어져,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듯 인터넷을 통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활동이 활발해지다보니, 인터넷에 대한 선거법 위반사례도 적발건수가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28일 현재 215건에 육박하고 있으며, 2000년 16대 총선 당시 33건, 2002년 대선 당시 71건, 지방선거 122건이었던 예년의 몇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국 시민사회정보운동단체들로 구성된 인터넷검열반대공대위는 30일 성명을 내고 "공명한 선거를 치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국민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선거법 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한다는 법의 목적과 5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운동이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대단히 계획적이고 고의적인 행위를 말한다고 할 때, 위에 언급된 사례들이 선거운동에 포함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게 공대위의 설명이다.
정당성, 실효성 의심되는 인터넷 실명제 강행
또 많은 시민단체들과 인터넷언론사들의 반대속에 지난 3월 9일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실명제가 이번 17대 총선 막바지에 실행에 들어가기로 해 커다란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인터넷실명제는 인터넷 언론사에 네티즌이 게시판·대화방 등에 선거에 관한 의견을 올릴 때 작성자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 12일부터 발효된 실명제는 인터넷언론사들의 30일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4월 12일부터 적용되게 된다.
개정선거법이 논의될 당시 이 실명제가 거론되면서, 인터넷 언론사, 포탈사이트 등과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제도'라며 실명제 반대운동을 대규모로 벌였다. 지난 17일에는 시민단체들과 인터넷 기자협회 등이 인터넷실명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낸데 이어, 실명제 불복종 운동에 많은 네티즌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위처럼, 주민번호가 신용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지 않아 별도의 실명절차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인터넷실명제가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과 더불어 제도 자체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실명제가 적용되는 인터넷언론사 및 사이트의 범위규정도 모호할 뿐더러, 실명확인 시스템 구축에 따른 막대한 비용, 또 주민등록번호 입력에 있어서도 개인정보 과다집적의 문제와 함께 신용정보업체에 등록이 되지 않아, 실명확인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까지 현실적인 난점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난점들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실명제는 이번 17대 총선에서 적용되는 12일부터 14일까지 단 사흘간 시행된다. 기존 선거법의 과잉적용에 이어 인터넷실명제까지 시행될 경우, 각종 부작용과 이에 따른 네티즌들의 커다란 반발이 예상된다.
"인터넷을 다른 일방향적 수단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돼"
이처럼 인터넷을 주 매개로 하는 선거운동방식이 도입됐지만, 법규제에 있어서는 융통성있게 적용되지 못해 선거위반사례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검열반대 공대위는 "인터넷을 다른 일방향적 선거운동 수단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것은 결국 일반 국민들이 선거에 대해 자유로이 발언하는 것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17대 총선에서 커다란 화두로 떠오른 정치개혁. 변화하는 인터넷환경에서 국민들의 정치의사표현의 자유 보장의 문제를, 남은 총선기간 동안 얼마나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선관위와 정부에게 커다란 숙제로 남아있다.
참소리 편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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