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차별철폐단, 장애인 차별의 상징 용산육교 밑 기습 점거

장애인 32명, 비장애인 3명 그 자리서 연행

▲420장애인차별철폐단은 4월13일 장애인차별의 상징 용산육교 밑을 기습점거했다.


육교, 장애인 차별의 대표적 상징물, 인간을 하늘로 몰아낸 세상. 위태로운 공중 아니면 빛도 들지 않는 지하. 사람들은 점점 길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이 점점 길을 잃어간다는 사실조차 잊어갈 즈음.

4월 13일, 420장애차별철폐단은 용산육교 밑을 점거하며 거리로 나왔다. 중증장애인 30여명은 순식간에 도로로 내려서 온 몸에 쇠사슬을 감고 사다리 칸에 자신의 몸을 넣어 옆 동지와 몸을 밀착시켰다.

남영역에서 서울역 사이의 8차선 도로,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질주하도록 만든 거리. 횡단보도는 없다. 그래서 차들의 소음으로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고함을 질러야 한다. 맑은 날임에도 하늘은 뿌옇다.

미처 장애인들의 움직임에 대처하지 못한 경찰은 마지막 선처처럼 쇠사슬에 몸을 묶은 장애인들에게 다가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이정도 했으면 언론도 취재 많이 했고, 목적달성 하지 않았습니까? 시민들을 위해서 이쯤 해 두시죠?" 시민들은 누구일까? 지상의 길에서 쫓겨나 죄의식을 갖고 대중교통수단에 몸을 실어야 하는 나는 시민이 아니다. 대중교통수단이 무리없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두 차선 정도의 길은 뚫려 있었다.

이어 용산육교 밑 점거를 지휘했던 장애인이동권연대 박현 사무국장은 마이크도 없이 차들의 소음으로 사방 2미터도 퍼지지 못할 이야기를 남겼다.

"우리가 왜 연행돼야 합니까? 우리가 무리한 것 요구했습니까?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길 위로 나설 수도 없고, 노동권, 이동권도 없는 우리는 인간답게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가 사람이 만든 법을 지키고 따라가야 합니까? 어차피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할 꺼라면 계속 불법으로 살겠습니다. 이 사회가 우리를 사람취급 하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싸울 겁니다. 아름답게 살지 맙시다. 저들이 만들어놓은 대로 살지 맙시다. 우리답게 삽시다"


그러나 도로점거는 채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야 방패 치워, 방패." 낼 모레로 다가온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일까. 선거를 빼면 별 일이 없는 요즘, 3대 거대방송사의 카메라까지 취재진들의 숫자는 투쟁에 나선 사람들의 숫자와 비슷해 보였다. 사람들을 방패로 내리 찍는 것보다 빨리 이들을 들어내 점거단의 불법성과 자신의 기민성을 보여주어야 했을 것이다.

들어내기 전 용산경찰서에서 나온 관계자는 박현국장과 눈높이를 맞췄다.
"선생님, 언제까지 하실 겁니까? 협조 좀 해 주시죠. 끝낼 시간을 알려 주시지 않으면 연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 막히는 것 보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인도로 들려진 장애인 32명, 비장애인 3명을 전원연행(노량진, 강동, 송파, 방배, 수서 경찰서로 분산 연행)해간 뒤 경찰측은 다시 웃으며 이야기했다.

"우리도 안 모셔가고 싶습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나온 분들인데, 그치만 도로를 점거했는데 안 모셔갈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들은 시종 여유있고 친절했다. 허리가 좋지 않아 전동휠체어에서 몸을 분리해 의자에 앉을 수 없는 이승연 씨는 아예 연행하지 않는 여유까지 보였다. 이들은 구지 싸움을 걸어올 필요가 없었다.

그에 비하면 검은 제복의 일사분란함 앞에선 차별철폐단과 기자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우며 세련되지 못했던가. "(경찰이 사다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의 목이 끼었다)씨발놈들아, 살살해. 사람다치는 것 안보여 살살하란 말이야. 팔 꺽이고 있잖아"

그래서 이 말을 남긴 유뉴스의 김기성 기자는 같이 연했됐다. 이유는 저런 발언을 하는 사람이 기자일 리 없다는 것. 게다가 그는 신분증도 없었다. 실갱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경찰은 그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번호까지 적어간 뒤였다. 다른 기자들의 항의는 산발적으로 이뤄졌고, 그는 닭장차에 넣어졌다.

고도의 정치술이었을까. 저들의 세련됨 앞에 나머지 기자들은 저절로 무력했다. 우리는 동지기자를 구해내는 것보다 일사분란하게 연행되는 모습 앞에 기사거리가 될만한 사건을 찾는 데 더 궁색해하고 있었으니. 닭장차에서 자신을 변론하는 기자를 앞에 두고 전경들은 기가차다는 듯 야유를 보냈다.



"현이 형, 고생해. 오늘 사식 너주께. 도착하면 전화해."

콩고물을 달라는 것 아니니 두려울 것도 없다. 불법을 저질러야만 살 수 있으니 이들에게 불법은 생활이다. 우리 사회의 위장된 가학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은 차별의 최전방에 있는 이들이다. 그래서 육교 위에서 차들의 질주 위로 허공을 가르며 떨어진 검은 휘장은 얼마나 솔직하게 가슴 한복판을 훑고 들어오는가.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라."

경찰은 3월 26일 최옥란열사 2주기 문화행사의 폭력진압 이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명, 두명씩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농성단을 두차례에 걸쳐 폭력적으로 침탈해 한 명의 장애인이 심하게 다치는 불상사가 생겼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은 4월 15일 이후 더 강하고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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