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체니 미 부통령이 오는 15일과 16일 양일간 한국을 방문한다. 체니 부통령은 이번 방한에서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 재배치, 이라크 파병, 대북 정책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체니 부통령 방한을 맞아 소파개정국민행동,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 통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옆 한국통신 앞에서 '딕 체니 방한 반대' 반미연대집회를 가졌다.
이 날 집회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 사회진보연대, 민주노동당, 평화여성회 등 50여 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가하여 "이라크 파병 강요하는 체니 방한 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현재 제2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 상황 탓인지 많은 취재진이 참석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정광훈 민중연대 상임의장은 "오늘은 중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날"이라면서 "오늘 집회 장소를 미국 대사관 옆으로 정한 것은 오늘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이 자주국가임을 선포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날 집회의 의의를 밝혔다.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려는 현 정부 방침에 대해 정 의장은 "이라크 민중은 고통 당하고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파병계획을 추진하는 정부는 결국 전범으로서 그 대가를 치루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음모에 놀아나지 말라"고 경고했다.
유영재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차장은 "미국이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비롯하여 미군 재배치를 추진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북한, 중ㆍ장기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미국은 자신들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미군기지를 이전하면서 6~7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이전비용을 우리에게 전가하는 것은 굴욕적"이라고 지적한 뒤 "미국의 하수인 군사독재 정권에서도 이렇게 굴욕적인 협상은 하지 않았는데 반미면 어떠냐고 하던 이 정권에서 지난 90년 미군기지 이전협상보다 훨씬 개악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현 정부를 규탄했다.
이정미 민주노동당 이라크파병반대운동본부장은 "이라크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현재 어떤 당도 이라크 파병 철회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있지 않다"고 현 정치권을 비난했다. 이 본부장은 "스페인 폭탄테러와 이라크에서 계속되고 있는 납치사건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면서 "이것은 파병한 나라의 국민들이 모두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는 증거이며 미국과 함께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던 영국에서조차 파병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정부는 국제적 신의 운운하면서 파병을 강행하려는 저의가 무엇이냐"며 파병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한국이 미국의 MD체계에 편입되면 한반도가 전쟁 각축장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천문학적 비용을 부담하게 될텐데 정부는 어디서 돈을 마련하려고 복지정책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다함께' 김광일 활동가는 "이라크 팔루자에서 미군의 군사공격으로 지금까지 6백여 명이 사망했으며 현재 이라크에서는 수니파와 시아파가 미국에 대항해 함께 싸우고 있다"면서 "학살에 맞선 이라크인들의 저항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방한하는 딕 체니는 오래 전부터 누구보다도 강경하게 이라크를 침략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며 체니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핼리버튼은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하는 전쟁을 통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15일 전쟁광 체니의 방한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날 집회에는 이라크 파병반대와 반전평화의 염원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전국을 돌며 순례중인 '평화바람'의 문정현 신부도 참석했으나 그 동안의 순례 일정으로 몸이 불편하여 천주교인권연대 김재복 수사가 대신 연설을 했다. 김 수사는 "1980년에도 광주에서 민중이 학살당했지만 학살을 지시한 미국과 독재자를 아직도 처벌하지 못한 것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면서 "미국은 팔루자에서 용병 4명이 죽었다고 또다시 수백 명을 학살했다. 우리는 그런 곳에 파병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그 동안 두 차례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 바로 내 눈앞에서 무고한 시민이 미군의 총격에 사망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는 이런 어이없는 일이 늘 벌어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에 반대하여 투쟁하고 있는 이라크 민중과 연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수사는 "우리는 36년 동안 일제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점령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전쟁을 벌여서 사람을 죽여놓고 이제와서 재건하러 가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파병하는 것은 이라크인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면서 "끝까지 투쟁해서 파병을 철회시키자"고 주장했다.
이 날 집회는 박순희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대표가 집회 참가자들을 대표하여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낭독한 뒤 미 대사관에 전달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이 날 집회를 주최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등은 체니 부통령이 방한하는 15일 오후 4시에 같은 장소에서 다시 규탄집회를 가질 예정이며, 체니 부통령의 숙소로 알려진 하야트 호텔 앞에서 15일 저녁과 16일 아침에 집회를 가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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