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빈민가의 지배자 펜타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시가전 연구 이라크에서 실험중

▲미국의 전쟁몰이를 막지 않는 한 21세기는 암울하기만 하다
/[사진출처:war.miniaturegigantic.com]


현재 이라크에서는 고전적 시가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슬프게도 미군은 1년 전 피하고자 했던 시가전을 지금 벌여야 하는 점령군이 됐다"며 한탄했다. 그러나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의 저자 마이크 데이비스는 미국 군사전략가들이 1990년대부터 시가전을 준비해왔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전투는 제3세계의 도시 빈민가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배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초래하는 빈곤과 불평등의 확산으로 제3세계 도시 빈민가에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팔루자 민중이 미국에 대항하여 단호한 투쟁을 벌일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점령으로 인한 절망과 분노였다. 미국의 전쟁몰이를 막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전세계 빈민가의 지배자, 펜타곤

젊은 미 해병은 의기양양하다. 팔루자 교외에서 그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자에게 "이건 저격수의 꿈"이라고 말한다. "어디에 가더라도 적에게 나의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사격할 수 있는 방법이 수두룩하죠."

"어떨 때는 한 놈을 저격하고 나면, 전우들의 사기가 뚝 떨어지게 잠깐 그 녀석이 비명을 지르도록 놔 둔 다음에 두 번째 총알을 날리죠."

"나쁜 놈을 무찌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30만 명이 거주하는 저항의 도시를 상대로 미국이 야만적 군사공격을 감행한 초기에 자신이 "24명을 확인사살"한 것에 대해 자긍심이 대단하다.

1968년 베트콩의 영웅적 위에(Hue) 사수투쟁을 떠오르게 하는 비타협적 대중저항에 직면한 해병대는 또다시 무차별적 테러를 저질렀다. 독립기자와 지역 의료진에 따르면, 미 해병대는 처음 2주간의 전투에서 최소한 2백 명의 여성과 아이들을 학살했다.

시아파 거주지와 바그다드 빈민가에서 전개된 교전과 함께 팔루자 전투는 미국의 이라크 정책뿐 아니라, 미 국방부 계획자들이 "미래의 핵심적 전투지"로 간주하고 있는 제3세계 도시들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결정적 시험대(high-stakes test)이다.

1993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지역 민병대가 미국의 최정예 레인저부대의 60%를 섬멸하자, 미국의 전략가들은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MOUT(도시지형에 대한 군사작전)으로 알려져 있는 전략을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방정책토론회(National Defense Panel)는 1997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미 육군이 제3세계의 가난에 찌든 도시에 있는 통행이 거의 불가능한, 미로 같은 거리에서 벌어지는 장기전에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혹평했다.

그 결과, 합동참모본부 도시실무그룹(Joint Staff Urban Working Group)의 조정에 따라 4개 육군사단은 실제적인 제3세계의 상황에서 시가전을 전개할 수 있는 단기 속성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육군대학이 발간한 저널은 "미래의 전쟁은 전세계의 파탄 난 도시들을 형성하고 있는 시가, 하수도, 고층건물, 아무렇게나 들어선 집들 사이에서 벌어진다"고 선언했다.

[미 국방부는] 해병대, 레인저부대, 네이비씰 대원들에게 이스라엘 방위군이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가차없이 사용하고 있는 최첨단 전술(특히 저격수와 중화기와 압도적인 항공력을 갖춘 파괴부대의 정교한 조합)을 가르치기 위해 조용히 이스라엘 군사고문단을 불러들였다.

바그다드나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같은 도시의 인구밀집지역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모의 실험하기 위해 ("연기와 음향시설"을 완비한) 인공 도시공간이 설치되었다. 해병대 시가전 실험실(Marine Corps Urban Warfighting Laboratory)이 오클랜드와 시카고에서 "도시 전투원"이라는 이름의 실제적인 전쟁 게임을 벌이는 동안, 육군 특수작전본부(Army's Special Operations Command)는 피츠버그를 "공격"했다.

현재 팔루자에 주둔 중인 해병대 다수가 (아리조나주 유마에 있는 시가전 훈련시설인) "요다빌"에서 실행한 모의 전투뿐 아니라 이 "도시 전투원" 훈련과정을 수료했으며, 나자프와 사드르시(Sadr City)의 바그다드 빈민가를 포위하고 있는 육군 부대 일부는 루이지애나주 포크 기지에 3,400만 달러를 들여 신설한 MOUT 모의 실험실 동창생들이다.

미국 전투교리의 이러한 전술적 "이스라엘화"는 국방부의 세계관이 이른바 "샤론화"하면서 함께 진행되었다. 현재 군사 이론가들은 첨단기술을 동원한 전투가 증가하는 대규모 빈민가에 뿌리내린 "테러리스트"들의 만성적 폭동을, 파괴할 수 없는 없더라도, 진압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상상하는데 깊이 몰두하고 있다.

군사 계획가들은 시가전을 위한 지형틀을 개발하기 위해 1990년대에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정든 모교인) 랜드(RAND) 연구소에 의존했다. 1948년 공군이 설립한 비영리 싱크탱크인 랜드 연구소는 1950년대에는 전쟁게임 같은 핵 대결, 1960년대에는 베트남전 계획을 도운 것으로 악명을 떨쳤다. 요즈음 랜드 연구소가 전공하는 분야는 도시다. 그것도 사활을 걸고. 연구원들은 도시범죄 통계, 도심지역 공중보건, 공교육의 민영화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시가전의 배경과 역학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간행하는 아로요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랜드 연구소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요한 것에 속하는 것으로서, 1990년대 초에 시작된 "지형적 변화가 미래의 분쟁에 미칠 영향력"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는 세계 빈곤의 도시화가 (사실 이 보고서의 제목인) "폭동의 도시화"를 초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랜드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반군은 자신의 추종자들을 따라 도시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반군은] 도시의 판자촌에 '해방구'를 세웠다. 미국은 현재 도시에서 발생하는 봉기를 진압할 수 있는 군사교리도, 훈련도, 장비도 갖추고 있지 않다"고 경고한다. 그 결과, 빈민가는 미 제국의 가장 약한 고리가 되었다.

연구원들은 미국의 대규모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역 민병대가 FMLN(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 게릴라들이 도시로 전선을 확대하는 것을 막지 못했던 엘살바도르의 예를 상기시킨다. 보고서는 "만일 FMLN 반군이 봉기 초기에 시내에서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했더라면, 미국이 [엘살바도르] 정부와 반군 사이의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얼마나 기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보다 최근에는, 한 유력한 공군 이론가가 <항공우주력 저널>(Aerospace Power Journal) 기고문을 통해 이와 유사한 견해를 피력했다. 트로이 토마스 대위는 2002년 봄호에서 "개발도상국의 급속한 도시화는 전투공간 환경을 조성시키고 있는데, 이는 점점 더 무계획적이기 때문에 점점 더 인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토마스는 (벨그레이드에서처럼) 공습이나 (맨하탄에서처럼) 테러 공격으로 도심에 집중된 사회기반 시설이 쉽게 무력화되는 현대의 "위계적"인 도시와 "청사진이 존재하지 않으며 체제의 지렛데 작용점(points of leverage)을 쉽게 식별할 수 없는, 비공식적이고 탈집중화된 하부구조"에 의해 조직된 제3세계의 불규칙하게 조성된 도시 주변의 빈민가를 비교한다.

토마스는 파키스탄의 카라치를 둘러싸고 있는 "너저분한 판자촌의 바다"를 예로 들면서, "마디와 위계가 없는" 도시 지형내에서 "절망과 분노"를 추진력으로 "혈연집단에 기반"하여 형성된 민병대를 상대로 한 "비대칭적 전투"[적이 불분명한 전투]라는 강력한 도전을 묘사했다. 그는 악몽의 전투가 벌어질 잠재력을 갖춘 곳으로 라고스, 나이지리아, 콩고의 킨샤사에 불규칙하게 조성된 빈민가를 들고 있다.

그러나 랜드 연구소처럼 ("빈민가의 지배자: 시가전에서의 항공우주력"이라는 도발적 제목의 글을 쓴) 토마스 대위는 MOUT 기술과 훈련에 대한 국방부의 대규모 신규투자가 빈민가에서 벌어질 시가전의 모든 프랙탈[해안선에서 볼 수 있듯이 불규칙성 속에서도 규칙성이 존재하는 것을 말함]한 복잡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다. 심지어 랜드 연구소가 발간한 매뉴얼 중 한 권("도시 환경에서의 항공우주 작전")은 상이한 작전과 정치적 조건에 따라 받아들일 만한 "부수적 피해"(죽은 아기의 동일어)가 어디까지인지를 측정해놓은 유용한 목록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부시의 이데올로그들은 이라크 점령을 중동에서 "민주주의의 실험실"로 묘사하고 있다. 반면에 MOUT의 변태들에게 이라크 점령은 다른 종류의 실험실이다. 그 곳에서는 해병대 저격수와 공군 조종사들이 도시 빈민을 상대로 한 긴박한 세계대전을 위한 새로운 살인기술을 시험해보고 있다.


태그

이라크 , 반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지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