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많이 한다고 삶의 질이 향상될까"

민중의 삶 파괴하는 한일 FTA 즉각 중단해야

한국과 일본은 26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3차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 3차 협상에서는 FTA 협정문 초안을 놓고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국민중연대와 자유무역협정ㆍWTO반대 국민행동 등 사회단체들은 26일 오전 외교통상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FTA 협상중단을 촉구했다. 사회단체 대표들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고 국민적 토론과 합의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FTA 협상 내용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있다"며 협상 내용을 즉각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가 협상의 기초로 삼는 산·관·학 연구보고서를 토대로 협상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경악스럽다"면서 "한일 FTA가 발효되면 민중들의 삶과 직결된 필수 공공서비스가 자본의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회가 지난해 10월 최종 채택한 보고서는 ▲농업 등 특정분야를 배제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자유화 추진 ▲관세철폐 뿐만 아니라 비관세조치, 투자, 서비스 및 경제협력을 포함하는 포괄적 FTA 추진 ▲광범위한 범위에서 WTO 이상의 서비스 자유화 추진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회단체들은 특히 이 보고서의 별첨문서인 '비관세조치 협의회 보고서'가 한일 FTA의 반노동자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서 일본측은 한국 노사관계를 문제삼으면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 준수 ▲불법파업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인 대처 ▲퇴직금제도 유연화 ▲연월차 휴가 수당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 폐지 ▲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승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미 제조업은 중국 진출로 산업공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한일 FTA에 반대하는 이유는 산업의 몰락이 아니라 민중의 삶이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사회단체 '이의있음! 한일자유무역협정'에서 활동하고 있는 야스다씨는 "일본의 노동자들도 지금 이 시간 외무성 건물 앞에서 함께 싸우고 있다"면서 "한일 FTA가 체결되면 양국 노동자들은 함께 착취당할 것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함께 싸워야 한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WTO반대 국민행동의 전소희씨는 "한일 FTA의 효과도 파괴적이지만 FTA 체결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가 더욱 강화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FTA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소희씨와 나눈 대화를 간략히 정리하여 싣는다.

[WTO반대 국민행동 전소희씨 인터뷰]

"중요한 것은 수출경쟁력이나 국내산업 보호가 아니라 삶의 질"

▲최근 FTA체결에 대한 논의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유는
  WTO의 다자간 협상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시애틀과 칸쿤에서 각료회의가 결렬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다자간 협상을 체결할 때는 개도국과 최빈국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협상이 용이한 국가들끼리 FTA 같은 쌍무협정부터 맺으려는 것이다. 결국 자본의 궁극적 목표는 FTA 체결을 하나씩 성사시켜 다자간 협정을 위한 세계적 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FTA의 핵심 목표는
  무역장벽 철폐다. 전통적 의미의 무역장벽은 관세지만 국내법 규제와 같은 비관세장벽도 철폐하려는 것이다. 환경보호를 위한 조치든 노동자의 권리든 자본의 이윤추구에 장벽이 된다고 간주되면 모조리 폐지시키겠다는 것이다.

▲한일 FTA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동차, 기계, 전자산업을 비롯하여 전반적으로 국내산업에 큰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며 대일 무역적자도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우선 자본은 경쟁력 강화, 체질개선 등을 핑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이다. 또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도산하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이래저래 일자리를 잃고 내몰리게 될 것이다.

▲주류언론에서는 FTA체결이 전세계적인 "대세"라고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데
  그건 자본의 논리일 뿐이다. 전세계적으로 노동자, 민중이 자본의 자유만을 추구하는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것도 "대세"다. 물론 무조건 개방반대만이 능사는 아니다. 생존권 확보, 구조조정 반대 등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최소한 식량이나 교육, 의료 등 우리 삶과 직결되는 필수적인 영역들은 자유무역의 논리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FTA를 반드시 체결해야만 한다는 논리도 있다
  누가 먹고 사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수출 많이 해도 그 이익은 소수에게만 돌아간다. 한칠레 FTA와는 달리 한일 FTA에서 농산물 수출은 우리가 좀 더 유리하다고 하지만 그 이익은 결코 대다수 농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또 자동차는 일본이 더 유리하지만 그건 일본자본에게 그렇다는 것이고 일본의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우리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을 통해 해고당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수출 경쟁력이나 국내산업 보호가 아니라 삶의 질이다. 지금 무역이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 삶의 절실한 필요에 의한 것인가. 남미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고, 물건을 구입할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해서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 건강, 환경 등 우리들의 삶 전반에 대한 권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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