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문명이라는 것이 유효한가"라는 충격으로 흔들었던 지난 2003년 3월 20일 이라크 개전일을 기억한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던 이라크에 대해 정밀폭격을 가해 초토화시키고 2003년 5월 1일 이라크 공격 43일 만에 부시는 호기롭게 종전 선언을 했다. 그러나 종전을 선언한 이후에만 미군 582명이 이라크에서 숨졌다.(2004년 5월1일 현재) 특히 지난 4월 한 달 미군 사망자는 155명으로 이라크전쟁 발발에서 전쟁 종료 선언까지의 사망자 138명을 뛰어넘어 종전선언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라크인도 이 달에만 1,2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계를 야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라크 전쟁 그리고 종전선언 후 1년 동안 이라크 현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면밀히 준비된 공공부문 민영화와 석유자본 재편
종전 선언일이던 2003년 5월 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마련한 ‘이라크 경제, 복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이라는 제목의 비밀 컨설팅 계약문서에서 △석유를 비롯한 국영산업의 민영화 △전자거래 기능을 갖춘 주식시장 형성 △근본적인 세제개혁 등의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미 전쟁 수행기간 동안 민영화와 미국식 자유시장 경제 건설 등의 로드맵을 진행시켜온 것이다. 2003년 9월 21일에는 미국이 임명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에서 원유산업을 제외한 전 분야에 걸쳐 외국인이 100% 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민영화 계획을 내놨다.
석유부문은 여기서 제외되었으나, 궁극적으로 민영화할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전을 감행한 주요 이유가 이라크의 석유 지배권을 갖기 위한 것이라는 진단은 여러 경로로 제출되어왔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하던 반전국들도 자국의 실리를 위해 이라크 재건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결국 미국은 이라크를 석유 지배권을 둘러싼 열강의 전쟁터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척박한 이라크 민중의 삶
이미 1991년 걸프전과 이후의 경제제재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졌던 이라크 민중의 삶은 이라크전 이후 척박한 나락으로 떨어졌다. 상당수 이라크 어린이들은 영양실조,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등에 시달리고 있다. 바그다드 생활폐수의 60%가 정화되지 않고 배출되고 거리 곳곳에 배설물이 방치되는 등 위생의 사각지대에 버려져 있기 때문이다. 전쟁전 이라크 국민의 60%는 정부의 식량배급에 의존했었다. 구호단체들은 전후 이같은 상황이 더욱 열악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은 이라크 실업률을 60%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바그다드에선 체감실업률이 70%에 이른다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 오랜 세월 갈등의 골이 깊었던 아랍족과 쿠르드족,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세력은 권력 공백기를 맞아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 내부도 온건파와 과격파, 국내 저항파와 해외 망명파 등으로 조각나 있다. 미국의 점령으로 인한 국정혼란 상태는 자국내 종교,민족 분열의 심화 뿐만 아니라 기존의 중동질서를 흔드는 불안의 불씨를 당겨 놓은 것이다. 이것이 미국이 가져다 준 '이라크 민중을 위한 이라크 해방'의 진실이다.
거세어지는 반미저항
미국은 지난 3월 말 저항세력이 미국 민간인 4명의 시신을 훼손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팔루자에 무차별공격을 가했다. 팔루자에서는 여자와 아이들, 노약자들 상당수를 포함해 8백여명의 이라크인들이 죽고 1천2백명이상이 부상당했다. 저항은 갈수록 강력해졌고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시아파조차 미국에게서 돌아섰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조차 최근 미군의 이라크인들에 대한 공격으로 저항세력이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미국의 팔루자 학살을 비난한 바 있다. 결국 미군은 지난달 29일 팔루자에서 한 달째 저항세력과 대치 중인 미 해병대를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미군은 팔루자의 치안을 옛 이라크군을 주축으로 한 ‘팔루자 보호군’에 넘길 계획이다.
허구적인 이라크 주권이양
미국은 6월30일 주권 이양과 함께 시아파 지도자인 이브라힘 알 자파리를 이라크 대통령에 임명키로 유엔과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제대로 주권을 이양할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인다. 존 네그로폰테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 내정자는 4월 27일, 오는 6월30일 주권을 이양받은 후에도 이라크군은 (미군이 이끄는) 다국적군의 지휘를 계속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같은 임무는 임시정부에선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4월26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이라크 과도정부는 현재의 치안상황과 관련해 미군주도 연합군이 자유롭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주권 '일부'를 양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추진중인 새 유엔 결의안에는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와 합의한 임시헌법의 상당 부분을 폐기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이며 유엔 무기사찰단을 해체하고 대량살상무기(WMD) 최종보고서를 미국이 직접 작성, 유엔에 제출토록 함으로써 WMD 논란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방침이라고 전해졌다.
침략자 부시-블레어의 위기
현재 미국의 부시는 안밖으로 곤경에 처해있다. 최근 미국민 사이에 미국의 이라크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언론이 지난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민 가운데 이라크전쟁이 정당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난 수개월 내 최저치로 떨어졌다. 대선을 앞둔 부시의 지지율은 민주당 대선 경쟁후보 케리에게 근소한 차이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상황이다.
연합군 내에서도 분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스페인의 이라크 파병군 철수발표에 이어 중미의 온두라스는 지난 4월 16일(현지시간) 철군계획을 발표했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국가에서도 이라크 파견병력 철수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또 이라크에서 스페인군의 지휘를 받아온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도미니카 공화국등 중미 국가들도 철군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더구나 독일 프랑스가 최근 병력을 철수시킨 스페인과 ‘3자동맹’을 결성하겠다고 나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는 모습이다.
한편 미국의 전쟁에 동조한 블레어 역시 침략국이라는 국내외적 비난으로 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이 유엔에 제시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정보가 부실했다고 시인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으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곤경에 빠졌다. 설상가상 미·영 정상이 9·11테러 직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제거에 합의했다는 폭로마저 터져나왔다. 이라크 공격 직전까지 “전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던 블레어 총리의 말은 거짓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부시-블레어는 일방적 점령에는 성공했지만, 이라크민중의 무장저항과 국제적 반전여론에 둘러쌓여 있다. 하지만 아무리 부시-블레어 침략정부가 곤경에 처한다해도 그들을 이라크로 부터, 침략전쟁으로부터 몰아낼 수 있는 길은 이라크 민중의 강력한 저항과 전세계 민중의 반제 반전 연대 투쟁밖에 없다. 저들은 권력이 저무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스스로의 이성으로 자신의 야욕을 접을 수 없다. 자본과 제국주의의 야욕은 이미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 스스로 멈출 수 없는 미친 기차에 얹혀져 있기 때문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