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새만금 해수유통 방침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지난 1월 어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노력으로 얻어낸 방조제 공사중단 1심 판결이 뒤엎여져 재개판결이 내려지면서, 전북도는 새만금 완공에 더 이상 저해가 될 요소가 없이 승승장구의 길을 걷게 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새만금사업을 반대해 왔던 주민들의 움직임이 1~2년 전에 비해 그다지 활발하게 드러나지 않게 되면서, 새만금 문제를 관심있게 바라봤던 사람들은 '이제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은 어려운 일'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의 발족식에서는 그간 핵폐기장반대투쟁을 통해 새롭게 생명평화운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주민들이 조직구성에 함께 하고, 다양한 활동계획을 밝히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발족식에는, 지역주민들과 환경관련단체 활동가, 종교인 등 1백여명이 참여해 창립총회부터 새만금의 미래를 얘기하는 대화마당(박스기사 참조)까지 5시간 동안 강행군 일정을 밟았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핵폐기장 반대투쟁에 앞장 섰던 김인경 원불교 교무, 서대석 위도지킴이 공동대표 등이 각각 생명평화모임 고문, 공동대표 역할에 참여하고, 또 지난 새만금투쟁현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주민들이 다수 참가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핵폐기장반대운동을 위도에서 시작한 후로 부안독립신문 창간준비, 부안주민자치연대 결성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사회운동가로 변모한 서대석 공동대표는 생명평화모임 창립선언문 낭독을 통해 "새만금 갯벌의 비극이 결국 위도 어민들의 고통을 낳고, 위도의 고통은 부안의 피눈물을 불러왔건만, 아직도 우리는 새만금 갯벌이 다 죽는 날 더 큰 재앙의 고리들이 몰아닥칠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극단과 반목의 대립을 넘어... 부안사회에 살림의 문화를 만들며, 지속가능한 부안공생체를 꾸리고자 한다"고 활동취지를 밝혔다.
생명평화모임 고문직을 맡은 문규현 신부는 축사를 통해 "부안에는 핵폐기장 문제 이전에 새만금이 있었다. 갯벌을 떠나서는 부안의 문화, 역사, 정신을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도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이 귀중한 유산에 시멘트를 부어넣고, 부안의 미래를 없애는 것과 다름없다. 핵폐기장과 새만금은 개발독재와 지역발전의 환상속에서 나와 그 출발점과 종착점이 같다. 이제 다시 새만금을 살리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자"라고 말했다.
생명평화모임은 ▲생명평화학교, 갯벌가이드, 갯벌센타 등 각종 교육사업 ▲사이버위원 구성 등 인터넷을 통한 여론화 사업 ▲언론모니터링과 정부동향 대응활동 ▲새만금갯벌 환경영화제, 음악회 사업 등, 다양한 사업계획을 제시하며. 보다 체계적인 새만금반대운동을 조직한다는 방침이다.
생명평화모임의 활동은 10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되는 새만금바닷길 걷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계화도 주민과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들이 함께 하는 이 바닷길 걷기는 햇수로 5년째 치러지고 있는 행사로, 군산 내초도에서 부안 해창갯벌까지 걸으며 뭇생명을 돌아보고 새만금 지역의 주민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편, 생명평화모임 창립식이 있던 9일 같은날, 대안학교인 간디중학교 학생 40여명이 10일부터 약 20여일의 일정동안 새만금 해창갯벌부터, 529 평화축제가 열리는 경기도 평택까지 생명과 평화를 생각하는 도보행진 발족식이 부안성당에서 열렸다. 뭇생명과 더불어 공존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속속들이 피어나고 있다.
"새만금은 이제 20% 진행됐을 뿐, 대안은 있다" 새만금살리기운동의 방향모색을 위한 부안군민 대화마당 토론요약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 창립식의 2부 행사로 마련된 대화마당에는, 그간 새만금사업을 연구하고 대안모색을 위해 노력해왔던 학계와 환경활동가, 그리고 새만금 현장에서 갯벌변화를 직접 체감하고 있는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재의 새만금을 진단하고 향후 활동방향을 모색하자는 내용의 토론이 3시간 가량 열띠게 진행됐다. 주 발제와 패널 토론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자유롭게 5분씩 발언하는 형식으로 마련된 이날 토론자리에서는 서동진 공동대표의 사회로, 참가자들의 새만금에 대한 그간의 다양한 고민들이 한자리에 풀어졌다. 토론참석자들의 발언요지를 간단하게 게재한다. 주용기(생명평화모임 정책특별위원장) : 현재 새만금 공사의 진척정도는 방조제 공사가 마무리 됐을 뿐, 내부공사를 생각하면 이제 20% 남짓 진행된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갯벌현장을 돌아본 시민, 학계조사단의 발표내용이 그렇듯, 갯벌의 상태는 아직 괜찮다. 어민들도 어류는 줄었지만, 조개 수확 등은 아직도 건재하다고 한다. 물론 내초도 등 일부지역에서는 갯벌의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지만, 나머지 갯벌은 아직 희망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전북발전의 대안을 내놓는 것이 과제인데, 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민들의 삶의 어려움을 먼저 들어야 한다. 김봉수(계화도 주민) : 나는 가력도의 한 섬에서 나고 자랐는데, 그곳은 계화도 간척사업이 진행되고 난 후 수심이 얕아지고 갯벌이 모두 묻혀버렸다. 그 때는 박정희 독재로 반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다. 그러고 난 후에는 살길이 없다. 고향을 떠나서 객지생활을 했지만 적응할 수 없었다. 그제야 바다와 뭇생명, 그리고 주민들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가를 깊이 고민했다. 나는 5년전부터 새만금 해수유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조제를 다 막으면 모두 다 고갈된다. 구간별로 개통시키는게 꼭 필요하다. 전승수(전남대 지질학과 교수) : 새만금사업은 전북의 미래에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이것이 오해당하는 일이 있어 섭섭한 마음이 크다. 전북사람들은 새만금사업의 실상을 너무 모르고 있다. 주민들이 잘 알아야 한다. 이제는 외부 사람들이 더 이상 노력할 수 없는 상태이다. 도민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할 때, 새만금은 스스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으며 죄가를 물을 것이다. 먼저 방조제를 막아도 갯벌이 생성된다는 주장이 있는데, 도와 농기공이 주장하는 룰을 적용한다면 이미 간척사업이 진행된 계화도는 이미 갯벌이 넘쳐나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안됐지 않나. 일부 갯벌이 생성됐다고 주장하는데, 수로 근방은 당연히 해수의 흐름이 없으니 갯벌이 채워지는 것이다. 정부는 해수유통을 한다면서 새만금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건 새만금을 기만하는 거다. 시화호도 해수유통하고 있지만 이미 다 썩어버렸다. 해수유통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해수유통을 하겠다고 하는데, 해수유통은 완전한 해수유통이 아니면 안된다. 갑문을 만들어 해수유통하는 것은 안된다. 완전개방해도 현재 2.7km의 열려진 구간의 해수유통의 1/10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80%의 갯벌이 죽게되는 거다. 새만금 주변의 어민들은 아직 실망하고 포기하면 안된다. 2년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갯벌은 아직도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방조제 완공 후 급격한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그 근방의 갯벌변화이다. 좀 더 여유있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김명철 (격포 주민) : 어업이 힘들어지고 있다. 해수욕장 방조제 쪽도 물 흐름이 바귀고 있다. 방조제 바깥쪽의 오염은 더 문제이다. 제발 이 상태로라도 그대로 놔뒀으면 좋겠다. 서대석 (위도 주민, 생명평화모임 공동대표) : 나는 어업을 직접 종사하지 않지만, 위도 주민들의 얘기에 따르면, 새만금 공사 후 생긴 토사의 영향으로 바닷물이 흐리다고 한다. 바다에 넣어놓은 그물에서 흙찌꺼기가 굉장히 많이 나와 따로 털어내지 않으면 고기를 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그리고 갯벌이 옛날에는 축구를 하고 놀 정도였는데, 지금은 발이 푹푹 빠진다. 해수유속의 벼노하로 토사로 변한 것이다. 해초류도 다 죽고 전복 양식도 수량이 줄은 상태이다. 김영표 (주산면 주민, 생명평화모임 사무국장) : 내륙지역의 피해도 크다. 우기철에는 침수현상이 생긴다. 마을 청년들이 5년전부터 쭉 모니터링을 했는데, 침수지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런 걸 얘기해도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잘 들어주지 않더라. 전승수 (전남대 지질학과 교수) : 침수문제 얘기를 듣고보니, 우리는 항상 어민 입장만 얘기를 했는데, 새만금 농지사업의 특혜를 받는 것이 농민이라고 가정한다면 농민의 입장을 생각해야 한다. 방조제 공사 후 좁은 수로로 물이 강제로 배출되다보니 작은 비에도 침수현상이 생기는 거다. 농토가 어떻게 설계가 되려고 하는지 현재의 공사계획을 들여다 봐야 한다. 새로 조성될 논의 평균 고도가 평균 해수면의 1.5m 밑이다. 기울기도 0.1도가 되다보니. 밀물시에는 3.5미터가 더 차게 되는데, 그러면 해수면보다 5m 밑에 농지가 있는 것이 현재의 농토의 기준면인 것이다. 그래서 방수제를 샇는다고 하는데, 공사도 추가돼야 하고, 300mm의 비만 와도 물바다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설계도이다. 농학박사 중에 이 농지계획을 보고 반대하는 분이 생겼다. 또 이 계획에 다르면 가뭄때는 밑쪽으로도 바닷물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이 농민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새만금 반대운동을 위해서는 철학적 깊이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학적 측면에서의 피해도 철저히 분석해 알려야 한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 농민 말 안들어준다고 하는데, 전문가 말도 안들어 준다.(웃음) 현재 새만금은 찬반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전북에는 새만금 말고는 특별한 국책사업이 없기 때문에 중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새만금은 백두대간 하천을 최초로 막는 사업으로, 인간의 항문을 막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또 환경적으로는 절대 진행돼서는 안된다. 결국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전북과 정부가 모두 다 살 수 있는 사업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새만금사업의 반대논리도 부안인근주민의 빈민화, 수산자원의 고갈만가지고는 안된다. 전북 전체를 설득하기 위해서, 방조제 공사가 오히려 경제발전에 장애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인지시켜야 한다. 나는 현재상태에서 해수유통은 최소 세군데는 돼야 하고 군산 일부만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경, 동진강은 절대 막아서는 안된다. 그리고 신시도 등지를 해양관광쪽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염경석(민주노동당 전북도지부장) : 정치인으로써,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심적인 부담이 있다. 정치인들이 이성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만금은 결국 정치적 계산으로 끌고 온 것이고, 지금은 학자들이 더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논리에 의한 지역개발은 절대 거부돼야 한다. 허정균(생명평화모임 사이버위원장) : 새만금간척사업의 실상을 전북도민들이 잘 모르면서도 찬성하는 이유는 올바른 정보전달을 해야할 언론이 사회적 흉기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지역에 8개일간지가 있는데 지역개발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모두 새만금 선전만 하더라. 결국 언론사 소유구조가 문제이고 언론개혁도 더불어 함께 가야할 과제이다. 고영조(부안대책위 대변인) : 세가지로 의견을 얘기하고 싶은데, 첫째로 전승수 교수가 말한 이제 새만금반대운동은 지역주민의 몫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둘째로, 생명평화운동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현재 생명평화모임이 제출하고 있는 사업계획을 보면서, 싸움의 방법도 보다 대중적인 운동방식이 돼야한다고 느꼈다. 박병상(풀꽃세상 대표) : 새만금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철새의 문제 등 세계적인 운동이다. 이 싸움은 지역주민이 앞장서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시화호의 사례에서 보듯, 해수유통도 어떤 식으로 돼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조문익(민주노총 전북본부 부본부장) : 핵폐기장 투쟁 등을 거치며 부안주민들의 의식에 변화가 있고, 정치적으로도 일부 변화가 있는 듯 하다. 이런 때 공세적으로 치고나가야 한다. 이제 지역에서도 새만금과 관련된 연대투쟁이 활발해져야 하는데, 예를 들어 군산 경제자유구역 문제도 새만금 구상과 연결돼 있는 것이고, 전북의 대다수의 사안은 의제적으로는 새만금으로부터 시작되는게 많다. 이제 경제자유구역 반대투쟁이 노동자들에 의해서만 일어나는게 아니라 새만금 운동에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홍성태(상지대 교수) : 새만금사업은 박정희 정권의 미래파괴적 근대화의 대표적 사업이다. 경제적으로나 뭐로나 근거없는 정치사업이며, 이런 측면에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업이다. 또 경제적 지역주의의 대표적 사례이며, 한국사회의 고도성장의 문제점을 드러내주는 역사적인 사안이다. 따라서 이 새만금 반대운동은 한국의 잘못된 근대화를 바로잡는 운동이며, 전국민적으로 생태교육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제 사회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이며, 농업기반공사는 농민을 들먹이고 있는데, 이에 반대하는 농민회 등의 농민투쟁, 또 공사장에서 이 파괴를 담당하는 것은 노동자들인데, 새만금 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도 상상해볼 수 있다. 김제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새만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은 운동이 없다. 정성과 사랑없이는 할 수 없는 운동이다. 부안모임의 창립은 새만금 운동 10년의 역사를 새롭게 쓰는 일이라고 본다. 지난 10여년은 '반대한다'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생명과 평화를 새로운 대안으로 찾아나가는 것이 될 거다. 이제는 투쟁과 함께, 감동있는 운동, 교과서, 교육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서 도민생활속으로 파고들어가는 운동을 펼칠 때이다. |
참소리 최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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