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단 5분간의 '평화'행동

전주객사에서 펼쳐진 젊은이들의 피스몹(peace mob)


사진:참소리


1차 피스몹(peace mob) 지령서

1. 2004년 5월 10일 월요일 저녁 7시에 전주 객사에 모인다.
2. 학대당하는 이라크 포로의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얼굴 전체를 덮을 수 있는 천을 갖고 나온다.
3. 맥주상자나 화장실에서 쓰는 앉은뱅이 의자 등 발판도 준비한다. 여의치 않으면 근처 가게에서 맥주상자를 잠시 빌린다.
4. 저녁 7시 20분이 되면 일제히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발판위에 올라가 십자가 모양으로 양팔을 벌린다.
5. 5분간 그렇게 있다가 7시 25분이 되면 발판에서 내려와 각자 가고 싶은 곳으로 간다.


월요일 오후 7시, 수상한(!) 물건을 들고 객사에 모인 대여섯명의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던 지령의 내용이다. 이름하여 피스몹! 평화를 바라는 이들의 순간행동이다.


▲젊은이들이 미국의 이라크포로학대를 상징하는 검은 옷과 두건을 두르고 서 있는 시간은 단 5분. [사진:참소리]


▲피스몹의 모델이 된 이라크 포로의 모습. [사진:참소리]

플래쉬 몹(flash mob). 이메일 연락을 통해 특정한 날과 시간 장소에 모여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약속된 간단한 행동을 한 뒤 뿔뿔이 흩어지는 모임을 뜻하는 신조어. 플래시몹은 특정 사이트의 접속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플래시크라우드(flash crowd)와 뜻을 같이하는 군중을 일컫는 스마트몹(smart mob)의 합성어이다. 2003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시작된 이 독특한 집단행동은 국내에도 상륙해, '서울 명동 거리에서 10분간 시체놀이 하기' 등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아무런 정치적, 사회적 의미없는 부조리한 행동'으로 일컬어지는 이 플래쉬몹에, 최근 전세계를 분노케 하고 있는 반인륜적인 이라크 전쟁과 포로학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평화메시지라는 의미를 부여해 보자는 뜻에서 제안된 것이 '피스몹'이다.


▲거리를 지나던 다른 젊은이들은 우연히 맞닥뜨린 상황에 신기해 하며, 저마다 카메라폰이나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들고 순간을 기록한다.[사진:참소리]

이 피스몹은 '돕헤드'라는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에 의해 제안됐는데, 제안이 있은 후 서울, 광주, 전주 등 각지에서도 각자의 지역에서 한번 해보겠다며 호응을 보였다.

그리고 전국 일제히 월요일 오후 시작된 피스몹. 전주에서는 6명의 대학생들이 객사에 모여 각자 거리에 흩어져 피스몹 행동을 벌였다.

길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은 새까만 두건을 두르고 양팔을 벌리고 서있는 이 젊은이들을 보고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까만 옷에 깜짝 놀라는 아기엄마에서부터, '사람이야? 마네킹이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카메라를 꺼내들고 갑작스레 맞닥뜨린 상황을 자신의 기록으로 남기는 멀티미디어 세대 젊은이, 그리고 하필 '자기 가게 앞에서 이런 일을 하냐, 언제 끝나냐'며 심란한 눈길을 보내는 옷가게 점원까지.

약 5~6분의 시간이 흐른 후, 두건을 두르고 미동도 하지 않았던 젊은이들은 의상을 벗고 유유히 각자의 목적지로 사라진다. 전주에서는 처음 벌어졌을 법한 이날의 피스몹이 널리 알려지게 된다면, 두번째 피스몹 지령서가 인터넷에 뜬 후에는 더 많은 이들이 이 '괴이한' 행동에 참여하게 되지 않을까?


▲짧은 순간 벌어지는 몹(mob)이지만, 젊은이들에게는 강한 여운을 남기는 듯 하다. 5분간의 퍼포먼스를 마친 젊은이들은 의상을 벗고 유유히 각자의 목적지로 사라졌다. [사진:참소리]

참소리 최인화 기자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