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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어버지는 20세기를 지배한 자본주의를, 환경을 파괴하는 궁극적 체제로 규탄하고, 이에 대한 저항을 부르짖는 내용을 담은《환경을 파괴하는 범죄자들》(아마가사 케이스케),《위험한 이야기》(히로세 타카시),《암과 전자파》(오기노 코야),《시민과학자로 살다》(다카기 진자부로),《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다카기 진자부로) 등의 10여권을 우리말로 번역했고 최근에는《환경학과 평화학》을 우리말로 번역해 내놓았다.
반전집회나 병역의무반대 집회에서 종종 얼굴을 뵐 수 있는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가 몇마디 여쭤보았다. 할아버지에게 신분을 밝히자 대뜸 "한 15년 전부터 시민단체가 많이 생겼어. 왜 그런 것 같애?"라고 먼저 물으신다. 아무 대답도 못하고 있자 조금 질책하던 눈빛이시더니 천천히 입을 떼셨다.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에 반대해 한동한 성공했던 사회주의가 있었지. 그러나 둘 다 엄밀히는 신자유주의의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해. 그리고 남들이 뭐라해도 새로운 자기네만의 방식을 고수한 아나키스트가 있었지. 조직을 안 가지고, 폭력을 안쓰는. 아나키스트의 역사가 150년이야. 그리고 한국 NGO가 15년 전부터 막 자라나기 시작했다고.
근데, 자기네끼지 사무총장 정하고 권위자를 정해. 권위주의방식으로는 똑같애. 근데 권위주의의 방식이 뭔줄 알아. 자신과 다른 건 무조건 내치는 방식이야. 미움의 방식이지.
부안의 핵폐기장 사건이 생겼지. 하도 유명하니까 내노라하는 환경단체가 모두 달라붙었다고. 그리고 핵폐기장이 일단 성공했으니 새만금까지 같이 밀어부치자는 목소리가 있었어. 그래서 얼마전에 그런 회의체가 열렸어. 거기에 그런 사무총장들이 다 나타났어. 하지만 이런 회의에 사무총장이 생겼을 것 같아. 없어. 절대 생길 수가 없어. 부안에서 배운거야. 조직이 깨지는 과정이 생기는거야.
지금 이시기 최후로 남은 것은 국가라는 폭력조직이야. 근데 이승만이서부터 시작하는 국가조직이 지금 참여정부에 이르러 깨지지 시작하고 있어. 물론 노무현이는 그걸 의식할 수 없겠지만. 왜 깨질 것 같아? 권위조직은 자기가 당하는 차별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깨질 수밖에 없어. 이 자리에 많은 이들이 모였지만, 이들은 아나키즘이란 말을 쓰지 않는 무수한 아나키스트들이야.“
위계에 저항하고 조직을 의식치 않는 아나키스트에게 적이 있을까?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진짜 나눠야 할 적은 있어. 맑스가 계급을 이야기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계급이 없어진 건 아니야. 지금의 계급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계급이지. 미워할 사람은 미워해야 해. 미국이 지금 저러고 있잖아. 미국이 강해서 그런 것 같아? 천만에 약해져서 불안해 저러는 거야. 저런 방법으로 수탈하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는 불안한 체제이기 때문에.
미국은 10년 후면 허물어져. 그 10년이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라 온갖 최후발악, 최후수단을 다해야 10년이야. 현재 미국은 1억명은 그냥 죽일 수 있어. 소형원자무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잖아. 우리나라 위정자들 정말 뭐를 몰라. 열화우라늄 폭탄이 뭐겠어. 새로운 형태의 원자무기 아니야? 그런데 가서 붙고 있잖아.“
할아버지 말이 쉽지는 않았다. 최후 발악을 해야 10년밖에 안 남았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식(병역거부자? 혹은 거리행동?)의 비폭력 직접행동밖에는 없어. 공무원시험, 취직시험 거부한 한국의 새로운 희망이 이 사람들 아니야?”
대안은 먼 훗날의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일까? 평화의 방식을 고민하라는 이야기일까? 할아버지는 최근 우리나라에 계시지 않아 이 자리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아나키스트를 내세우지 않는 젊은 아나키스트 친구들이 이런 자리를 마련해 나와보게 되었다고 하셨다. 60년 아래의 사람을 친구로 말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여러 책들을 읽어보라고 권하셨다. 그리고 전화를 하면 얼마든지 토론에 응할 수 있다고.
평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세대를 가르지 않고, 성별을 가르지 않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서로를 경계하지 않으며. 조금 느리더라도. 다소 빠르더라도. 당장은 눈빛을 맞추지 않더라도. 언젠가 할어버지를 거리에서 다시 만나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언젠가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이런 날의 더 많은 이들이 들을 수 있는 마이크를 통해 듣게 되는 날도 오게 되겠지.
| 남화선 기자(namhs@jinbo.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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