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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기지 밑. 팽성읍 주민들과 529축제 참가자들 |
529축제가 열린 평택공설운동장 주차장 안 잔디밭에는 모자를 쓴 평택 농군들이 돗자리를 깔고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오이농사를 짓는다는 어느 주민이 오이를 돌렸다. 두사람 앞에 하나씩인 오이를 딴데서 온 사람이라고 새로 한개를 꺼내 주신다. 오이를 받아들고 수첩을 꺼내 옆 귀퉁이에 앉자 여러 아주머니들이 무릎걸음으로 바짝 다가오신다.
이런 곳에 나와 객지사람 누구한테라도 쏟아놓고 싶은 마음 깊은 곳에 쌓인 것. 팽성읍 안에서도 황구지리는 미군헬기장의 소음 피해가 가장 큰 곳이다. 살인귀 같은 군사시설. 그 피해는 매향리와 다르지 않았다. 이웃과의 다툼은 잦았고 가축사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었으며 집에서는 전화통화조차 어려웠다.
황구지리 이장님, 연습나온 미군차량 사고로 영구장애진단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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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소식을 전한 황구지리 이장 사모님 |
이장님은 이후 병원에서 영구장애진단을 받았다. 작년 7월, 일을 당하고 나서 이장님은 농사는 물론 앉아서 하는 일조차 못하고 있다. 그러나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미군은 보상은 커녕 사과 한마디 없다. 국민고충처리반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소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장님 이야기를 전해준 사모님의 눈은 끝내 발갛게 물들어 더 이야기를 잇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 또다시 국익논리를 들이미는 것은 짐승의 탈을 쓴 너무도 뻔뻔한 노릇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뻔뻔하게 현재 보상금은 어떤 형편이냐고 물으면 다 대답을 해주신다. 하지만 주민이 원하는 것을 헤아리는 미군과 국방부였다면 애초부터 이런식의 확장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방부는 이미 평당 6만원에서 7만원선의 땅값을 내놓았다. 그러나 근방 논값이 이삼십만원을 호가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보상금이 나온다 해도 그 돈이 농민들 호주머니로 들어가지는 못한다. 그동안에 진 빚잔치로 농협 앞으로 다 들어가고 나면 농민들은 알몸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야 한다. 접봉리에서 오신 주민들은 개토를 완전히 마련해놓고 옮기라고 하지 않는 한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런 조건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 이북 불쌍하다고 돈은 왜 갖다 줘? 그런 놈 있음 차라리 다 죽겄는 나나 갖다 주지. 안그려? 이북침략이 그렇고 무서우믄 돈은 왜 갖다 주느냐구? 다 거짓말이여. 거짓말. 6.25때부터 미군은 거저 뺏아갔어. 거저. 아, 부안사태 몰라? 부안보다 커지믄 커졌지,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꺼여." (최일용, 69세, 접봉리 거주)
주민들은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상식적인 논리를 들이대면서도 문제의 본질을 가장 날카롭게 간파하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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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주민과 함께한 부안할아버지 |
"군사만 안본주 알아? 이제 두고 봐봐. 놈의 쌀 암만 싸게 들어와도 불르는 게 쌀끔이 될 때가 올껴. 이제 전쟁이 무서운게 아니라 쌀이 더 무서운 시대가 온다고." (민병대, 68, 대추리 거주)
그러나 이런 농민들 앞에 국방부는 아직도 줄기차게 보상금 이야기를 한다. 시간을 오래 끌어 지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안에서는 시간이 오래갈수록 주민들은 점점 몇 푼의 돈 문제에서 멀어져 갔다.
"소문들이 많아요. 미군기지 들어서면 고속철도 역사가 들어온다. 대학이 들어온다. 아니 미군기지가 무슨 도깨비 방망입니까. 다 못된 소문일 뿐이지요. 지금 빚으로 더 어려운 사람들이 그래요. 주민들이 다 반대하고 나서는데 먼저 땅 팔아먹고 가지는 않겠다고. 걱정하지 말으라고."(송태경, 팽성읍 대책위 홍보선전장)
들녁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울하다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주민들은 오히려 담담한 편이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상황. 싸움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각오하고 있는 상황.

"국방부 직원이나 시청 직원이나 지금 제정신이 아닙니다. 이미 매입한 땅이 50%가 넘는다고 헛소문을 퍼뜨리는가 하면 주민들 앞에 나타나 미군기지 확장 안되면 여러 놈 모가지 날아간다고 제발 밥한끼만 같이 먹자고 싹싹 빕니다. 나라 공무원이라는 자들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참 한심하기만 합니다. 국민들 수백명, 수천명이 죽어나가는 현실에서 자기네 한 사람 살리자고 그럴 수 있습니까? 경찰, 공무원, 국방부직원 빼고 다 압니다. 미군기지 확장은 더 안됩니다. 끝까지 죽지 않고 버틸 것입니다." (김지태, 팽성읍 대책위 위원장)
"지금 이대로 간다면 우리가 이깁니다. 아무도 땅을 안 파는데 강제수용 할 수 있습니까? 어제 부안에서 올라온 주민들 만나뵜어요. 남쪽 사람들이 참 의협심이 강해요. 여지껏 이쪽(경기도) 사람들은 다른데서 막 떠들고 일어나야 겨우 그 전리품이나 챙기는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국방부도 이번 일을 추진하며 아마 아무 무리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요. 매향리에 이어 지금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싸움도 이대로 가면 매향리에 이어 반드시 이깁니다. 죽음도 불사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대로 물러서지 않아요. 지금 굶주리고 있는 쪽은 저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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