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3일 서울 사직공원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농민 500여 명이 WTO 쌀개방 반대와 식량주권 사수, 그리고 이라크 파병 저지를 위한 농민투쟁 결의대회를 가졌다. 큰 비 끝에 일손이 바쁜 시기에 가진 대회라 그 의미가 더 값졌다.
또한 이날은 노 정권의 이라크 파병추진으로 김선일 씨가 이라크에서 살해된 시점에 열린 대회라 노 정권의 굴욕성에 대한 성토가 거세게 이어졌다.
"김선일 씨가 죽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데도 파병을 강행한 것은 자식이 물에 빠져 죽는 상황인데도 혹시 부모도 죽을까봐서 물 속에 들어가지 않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흔히 정치권과 언론은 WTO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교육이고 의료고 물이고 돈벌이 수단이 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빠진 것이 딱 한 가지인데 그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정치인, 관료, 국회의원들도 자유무역을 해서 수입합시다. 자국의 자주권을 지키는 외국정치인들은 많지 않습니까. 히딩크가 꼭 축구에서만 있으란 법 있습니까. 정치인들도 싸그리 수입합시다."
한병석 경남도연맹 의장의 풍자를 빗댄 발언이었다.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터져나오는 것이 풍자라는 사실이 저절로 납득됐다.
한편 농민운동가 출신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보릿고개가 뭔지도 모르고 그 옛날부터 호위호식해 배때기에 개기름이 찬 정치꾼들이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수채 구멍에 밥 한톨이 빠지면 그걸 빠친 사람의 머리끄덩이를 끄잡아대던 그 마음을 짐작이나 하겠는가. 지금 정치인들은 한 일주일은 굶겨봐야 식량의 소중함을 알 것"이라며 말문을 연 뒤 "미국이 5월 30일 김선일 씨의 납치 사실을 알고도 지금까지 숨겨온 것은 이미 우리의 주권이 미국에 다 넘어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매서운 일갈을 토했다.
이어 강 의원은 "현재 무기를 한 손에 쥔 미국이 나머지 한 손에 식량을 쥐고서 전세계를 재패하고자 하는데, 이 마당에 우리 정부는 전자제품을 팔아먹기 위해 식량을 내어주지 않을 수 없다는 한심한 이야기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다시 일침을 가했다.

9월 10일 100만 농민 대항쟁을 준비하는 선포식의 날
한편 제네바에서 제2차 WTO 쌀협상이 진행되는 시기에 열린 농민대회는 9월 10일 이경해 열사 1주기에 계획된 쌀시장 개방 저지 투쟁의 각오를 연 선포식의 의미를 가졌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9월 10일은 땅끝 해남서부터 삼팔선 근처 철원까지 1만 이상이 모여 쌀개방 반대 대항쟁을 이뤄야 한다며 이러한 반대투쟁을 통해 쌀개방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쳐 올 한 해는 국민의 요구로 쌀을 지켜내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이미 민주노총에서는 7월 13일 전사업장에서 한-일 FTA 반대와 쌀개방 반대를 골자로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기로 계획이 잡혀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1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에서는 전세계 80개국 200여 농민단체의 500여 명 대표들이 참가해 WTO와 FTA 반대 그리고 미국반대, 식량주권 사수의 주제로 회의가 진행됐다.
이 회의에 참가한 서정길 전농부의장과 일행은 우리나라에서 9월 10일에 열리는 쌀개방 저지 투쟁의 날 전 세계 농민단체의 대표를 초청해 같이 저지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하였고, 프랑스 농민단체의 조세보베 씨는 9월 7일 한국에 도착 12일까지 농민과 같이 식량주권 사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회의의 성과를 밝혔다.

또한 이경해 열사 1주기이자 쌀개방 저지 투쟁의 날인 9월 10일 전 세계에서 이경해 열사 추모행사와 전세계 농민주권 행동을 결의해 이후 홍콩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의 결사 저지의 힘을 전세계 민중이 다함께 준비하기로 결의했다고 전했다.
국제회의 보고에 나섰던 서 부의장은 "미국 국적의 사람은 따로 분류해 조사를 진행하고 나머지 국적의 사람은 특별한 절차 없이 통과시키는 브라질 상파울 공항과 미국 달러는 쓰지도 못하게 하는 브라질의 풍경을 전해 자주권 사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 일임을 빗대어 전했다.
거리행진 도중 결의대회에서 전북 나주에서 배농사를 짓는다는 나주 전여농 회장 아주머니를 만났다. 아주머니는 "배는 그나마 5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 약속이 언제 허물어질지 모른다며 이미 개방되어버린 복숭아나 포도 과수원의 경우는 지금 정부에서 먼저 갈아엎으라는 권고가 내려오고 있어 시장개방은 실상 자발적인 식량주권의 포기와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여기에 휴경까지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무런 관리가 뒷받침되지 못한 3년 기간의 휴경은 사실상 농지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날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현수막에 손가락을 칼로 그은 붉은 피로 [WTO 쌀개방 결사 저지]라는 혈서를 채웠다. 그리고 외교통상부까지 거리행진을 진행하고자 했으나 경찰의 저지에 밀려 500여 미터 정도 행진한 뒤 그 자리에 멈춰야 했다. 9월 10일 100만 농민 쌀시장 개방 저지대회를 준비하는 이후 결의대회는 7월 23일로 계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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