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소한 민족공조를 넘어 반전・반세계화 투쟁을 중심으로 반미투쟁을 전개하자

미국을 반대하자는데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미국 또는 미 행정부를 어떻게 반대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는 의견이 달라진다. 최근 6・15 남북 공동선언 발표 4주기를 즈음해서 민족공조를 중심에 둔 반미투쟁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민족공조를 통해 미제국주의 몰아내자는 구호가 그것이다. 이것은 사실 지나치게 오래된 논쟁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무장한 세계화 속에서 '반미'투쟁의 방식과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6・15공동선언 발표 4돌을 맞아 남측 인천지역에서 남북공동으로 '6・15공동선언 발표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남측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여기에 인천시가 참여하고 안상수 시장이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위촉되었다. 물론 정부가 참여한다고 해서 모든 행사가 관 주도로 간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우리민족대회의 정세적 효과에 있고, '민족공조'가 과연 현실에서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달려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민족끼리' 라는 의미 속에는 남북의 노동자 민중뿐만 아니라 자본가와 심지어 지배세력의 일부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정치상황에 대한 왜곡과 착각, 특히 노무현 정권에 대한 애매한 정치적 판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령, 17대 총선에 대한 평가에서도 한국진보운동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17대 총선 결과 진보개혁세력이 다수를 차지하는 국회가 탄생하였다… 615남북공동선언이 가져온 정세의 변화와 촛불시위 등 국민대중의 높아진 정치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민족공조와 반미의식의 확대로 총선뿐 아니라 '미국에게 할말은 하겠다'는 노무현정권을 탄생시켰다고 보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민족자주정부인지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다만 그 동안 한국사회의 변화가 작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17대 총선을 전후하여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념성향이 진보가 우세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회의원의 87%가 국가보안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고 대다수 국민이 한미간의 동맹관계가 불평등하다고 느끼고 있다. 또한 군사회담, 경제협력 등을 통해 남과 북의 정치상황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도 민주화와 사회진보를 위해 투쟁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변화 속에 면면히 흐르는 자본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오류를 낳게 될 것이다.

최근 미군재배치와 주한미군 감군은 신속대응군으로의 재편을 야기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강화시키게 된다. 이런 상황을 보듯이 미국은 여전히 MD며, 북핵위기 등 동북아에 대한 정치・군사적 위기를 확대하려 한다. 여기에 국내 정치세력과 자본의 이해가 미국과는 다르다. 국내 자본은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구상과 같이 동북아의 물류 또는 금융의 허브를 가져옴으로써 자본의 활로를 개척하려는 구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정부는 6자회담이 어떻게든 가시적인 성과를 낳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최근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휴전선의 긴장을 완화시켜 나가고 있으며, 경제협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어찌되었건 미국과 한국의 (자본의) 이해가 다르다는 점도 활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공조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 대답은 '아니올시오'다. 최근 지배세력들은 남북관계의 전망에 대해 그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진보개혁세력이 다수가 되었다고 하는 국회에서 그 국회를 구성할 여야대표가 모여서 이런 합의를 했다. 지난 5월 3일 여야 대표가 17대 국회에서 '남북관계 발전특위'를 설치하기로 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합의하였다. 결국 지배세력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지 못할 때, 민족공조는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또한 민족공조 중심의 반미주의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감성적인 허약함에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촛불시위는 다수 네티즌들의 감성적 반미주의를 불러 일으켰고 이것은 다시 노무현의 자제발언 한마디로 숨을 죽이게 되었다. 또한, 북핵 관련한 미국의 공세도 문제가 되지만 북측의 돌발적인 핵보유 선언이 이어지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등 민족공조 중심의 감상적 반미주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허약함이 노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감상적, 민족공조 중심의 반미투쟁이 정세 흐름과의 연관 속에서 진행되기보다는 일정 중심의 연례행사로 치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반전・반미・반세계화 투쟁은 정세의 계기를 놓치거나 왜곡되고 있다.

그렇다면 반미투쟁을 어떻게 전개해야 하는 것인가?

반전・반세계화 투쟁을 중심으로 한 반미투쟁의 결합

민족공조 중심의 반미투쟁은 더 확장된 연대투쟁을 지속시켜 나갈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반미 또는 반제국주의 투쟁은 일국 또는 하나의 민족 수준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물론 이 말이 일국적 수준의 일상적 반미투쟁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세계패권을 고려해 보자면 이것은 반드시 국제적 수준에서 노동자 민중의 연대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민족공조 보다도 세계 노동자 민중의 공조와 연대를 통해 반미투쟁을 확대해 나가지 않을 수 없고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와 무장한 세계화에 따라 국제연대의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반대하는 전세계 수많은 노동자 민중과 연대해야 한다. 현재 부시행정부의 가장 약한 고리는 이라크침략전쟁이며, 전쟁반대를 중심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노동자 민중과 연대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반미투쟁인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첨병으로서 미국 또는 미 행정부에 대한 반대투쟁이 연결되어 국내는 물론 전세계 노동자의 실질적 연대를 가시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생존권 투쟁과 연계한 반미투쟁

국내에서 반미투쟁은 매향리 문제, 장갑차 사건 등 주로 미군기지와 관련된 민중의 생존권 투쟁 속에서 확대되었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투쟁의 중심에 노동자들이 앞장서고 있다. 평택미군기지 이전반대투쟁은 노동자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고 6・30 지역총파업 등 노동자 투쟁을 통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것은 생존권과 연계된 반미투쟁이 일부 단체나 해당 지역 주민의 투쟁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며, 반미투쟁의 연계지점도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나서게 됨으로써 반미투쟁은 임단투와 구조조정 반대투쟁과도 연계될 수 있다. 또한, 반세계화 투쟁과의 일상적인 연계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노동자 투쟁을 통해 이제 반미투쟁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노동자 민중은 미제국주의가 중심에선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수탈과 미국(군)에 의해 자행되는 한반도 긴장고조 및 국방비 증가, 민중복지 축소, 미군 범죄, 환경파괴, 전통문화의 훼손, 땅의 수탈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그대로 노출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에서의 반미투쟁은 생존권을 중심으로 민중의 투쟁에 의해서 확대되어 왔으며 대중화되어 왔다. 또한 노동자가 이 투쟁에 앞장서고 이라크 침략전쟁과 파병,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심화에 따라 반미투쟁은 국제적 연대투쟁 속에서 새롭게 형성되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협소한 민족공조를 넘어서 노동자가 중심이 된 반전・반세계화 투쟁의 결합과 국제연대를 통해 실질적인 반미(반제)투쟁을 조직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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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계화 , 반전 , 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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