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리자"

정부, 9개국과 쌀 수입 밀실 협상중
301개 단체 식량주권 수호 범국민본부 결성 논의

쌀을 지키고 식량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농민단체들을 비롯해 민중, 여성, 노동, 시민등 전국 301개 단체들이 범국민선언을 전개하고 본격적으로 범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들 301개 단체들은 "정부당국이 쌀 개방을 기정 사실화 한 채, '관세를 매기는 조건으로 쌀을 완전히 수입개방 할 것인가', 아니면 '관세화 개방을 미루는 대신 의무도입 물량을 대폭 늘릴 것인가' 등 오직 두 가지 방안만을 선택 가능한 협상 안으로 설정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면서 "이 두 가지 협상 안은 어떤 것이든 우리 쌀 산업의 붕괴와 식량 주권의 상실로 이어 질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선택 할 수 있는 올바른 협상 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94년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쌀을 제외한 모든 농산물을 수입 개방한 결과 현재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6.9%로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아홉 개 나라와 쌀 개방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9개국에 달하는 협상 상대국들과 이미 두 번의 협상을 진행했지만 협상 목표와 협상 전략은 물론 협상 상대국이 제시한 요구나 상대국에 제시한 우리 정부의 협상안 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301개 단체들은 "정부당국은 밀실협상 태도를 즉각 중단하고, 쌀 소비자인 국민과 쌀 생산자인 농민들, 그리고 정부 당국이 함께 하는 공개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 올바른 대안을 도출해 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쌀 협상을 추진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아울러 범국민 선언에 참가한 301개 단체들은 △쌀 추가 개방 전면 유보 △식량 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안전한 식량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마련 등을 요구하고 식량주권을 위한 범국민적인 노력을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광훈 전국 민중연대 대표는 "쌀은 우리의 권력이다. 쌀을 빼앗기면 다 빼앗긴다"면서 "지금이라도 우리 쌀을 지켜내고 식량에 대한 주권을 꼭 지켜 민족의 생존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표는 또 "세계는 지금 무기, 식량, 지적재산권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 "독점 자본이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데 메이저 곡물 회사는 전세계의 재앙을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문경식 전국농민회 대표는 쌀 재협상 과정에 대해 "쌀 재협상은 우리 나라와 9개국간에 2차 협상이 진행되었지만 농림부 관계자는 '재협상에 대해 어떠한 협상과정이나 협상 목표를 밝히지 않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관세화냐 관세화 유예냐의 입장도 없이 단지 둘 중 유리한 것을 하겠다는 것이 입장일 뿐"이라고 정부를 규탄했다.

문경식 의장은 또 "전농은 쌀 개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의하고 지난 8일부터 제주도부터 출발해 동군은 경남, 경북, 충북을 돌고 서군은 전남, 전북, 충남을 돌아 서울로 행진해 온다"고 밝히고 "7월23일에는 서울에 입성해 전국의 5천여 농민 대표자들이 모여서 결의 대회를 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의장은 "정부에 더 이상 쌀 수입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요구하고 9월10일에 농민대항쟁을 결의하고 준비중에 있다"면서 "쌀은 민족, 주권, 통일의 문제이므로 국민의 의사를 물어서 쌀 개방을 결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범국민선언에 참가한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범국민운동본부 결성을 논의했다. 범국민운동 본부는 조직이 건설되면 조직적인 식량주권 수호 운동과 식량주권 수호를 위한법제정 등을 고민해 나갈 예정이다.

국민끼리 먹고살기 위해서 싸울지도 모른다
식량주권 수호 각계 발언
이날 범국민선언에는 각계에서 30여명이 참가해 쌀 개방 문제의 심각성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주었다.


언론계를 대표해 참가한 김용호 언론개혁범국민행동 대표는 "우리나라는 밀 농사포기로 아예 우리 밀 생산량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농민들이 밀 살리기를 해도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라면서 "일단 시장이 열리기 시작하면 쌀을 지키기가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또한 "쌀을 자급하고도 26%밖에 자급률이 되지 않는다"면서 "결국 우리는 농업을 포기 할 수 밖에 없으며 노무현 정부가 농업 포기 정책으로 가고 있어 앞날이 암담하다"고 말했다.


조영숙 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은 "WTO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여성들이 나서 국민들과의 연대 속에 농민들의 의지를 반영해 나가겠다"면서 "여성 소비자가 정부정책에 압력을 행사해 나가도록 준비하고 학교 급식을 통해 우리 쌀 먹기 운동 등 시민들이 나서서 식량을 지켜나가고 환경적 농업, 생명을 지키는 먹거리를 만드는 계기가 식량주권선언으로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농촌 살리기 운동본부 유영일 신부는 "쌀이 개방되면 앞으로 농사지을 사람은 없어 질 것이다. 당장은 우리의 건강이 문제 될 것이지만 지난 80년대처럼 냉해로 인해 국제 쌀값이 3배로 폭등해 점점 값이 오르고 나중에는 우리 국민끼리 먹고살기 위해서 싸울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정부도 쌀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 정말 국민들에게 쌀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려 나가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중앙대학교 윤소원 교수는 "2002년 이후 쌀의 재고가 많은 것으로 알려 졌으나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쌀 생산만 가지고 보면 소비자급률은 93%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생산만 가지고 보면 쌀은 모자라는데 정부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윤교수는 또 "정부의 관세화 유예와 관세화의 판단 기준에 문제가 있다"면서 "그 기준이 단순히 수입쌀의 가격, 관세 몇 %, 유예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등 경제적인 변수만 고려해 판단할 것이 아니라 쌀의 중요성, 다원성, 농촌의 기반, 농민 삶의 기반 등 경제외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예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스크린 쿼터가 영화인만의 문제가 아니듯, 교육이 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듯, 산업공동화가 제조업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니듯 쌀 개방 문제 역시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 농민 민중들의 삶의 조건을 바꾸는 문제"라며 "전체 민중의 문제로 보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수 전빈련 수석 부위원장은 "쌀 문제는 노점상 빈민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반찬이 없어도 쌀만 있으면 먹고 살 수 있으며 특별한 반찬 없이 끼니를 잇고 있는 빈민들에게 쌀 개방은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누구에게나 자신의 식량을 안전하게 지킬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농민들의 식량주권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이번 농민행진에 시도지구당에서 적극적으로 함께 하고 쌀 개방 저지, 식량주권 사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라며 "범국민운동 본부에 참가해 각종 법안을 마련 등 일하는 농민들의 희망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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