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세계화의 지역적 표현으로서의 유럽통합, EU

2004년 5월 1일 동구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10국이 추가 가입함으로써 EU는 총 25개국으로 더욱 확대되었다. 그리고 특히 12개국은 2002년부터 공동의 화폐인 유로화를 도입함으로써 다른 어느 지역의 통합체제보다 심도가 깊은 수준에 도달하였다. 유럽의 통합화과정은 ‘자본의 세계화 과정’의 지역적 형태라고 파악한다. 따라서 이 유럽통합화는 자본의 세계화가 가지고 있는 성격, 즉 필연적 과정으로서 ‘파괴적인 진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은 유럽통합의 과정의 두 국면을 통해서 확인 할 수 있다.

첫째 국면은 유럽통합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2차대전 이후의 부터의 1973년까지다. 1차와 2차에 걸친 제국주의 간의 제국주의 전쟁은 노동계급의 혁명적 저항에 봉착하고, 위기에 직면한 자본주의는 파국적인 제국주의적 정책을 해소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 양차대전을 주도한 금융세력에 대한 억제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배경하에 프랑스의 외무장관 슈망 장관은 독일과의 적대적인 관계의 해소와 독일의 군국주의화를 견제하기 위해서 석탄과 철강에 대한 공동시장을 추진하였다. 즉 1952년 슈망의 주도하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베네룩스 3국 등 6 개국이 참여한 유럽 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체결하였으며, 이를 기점으로 유럽내 무역이 확대하였다. 그리고 미국은 유럽자본주의를 구출하고 혁명적 노동운동을 말살하기 위한 소위 마샬원조를 추진하였다. 마샬원조의 분배를 위한 유럽 경제협력기구(OEEC)를 결성케하였다. 그리고 당시 금융세력에 대한 억제하고 원활한 무역거래를 위해 브레튼우즈체제와 유사한 유럽지불동맹(EPU)을 1950-58년 동안 작동하였다.

그리고 1957년에는 석탄공동체에 참여했던 6개국이 로마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 핵에너지 공동체((Euratom)를 출범시켰다. 이 로마조약은 회원국들간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단일한 대외관계를 도입하며, 농업, 사회보장, 운송, 에너지 분야에서 공동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1965년 합병조약이 체결되면서 형식적으로 독립성을 갖는 3개의 공동체가 유럽공동체(EC)로 단일화되었고, 유럽집행위원회, 유럽의회, 유럽법원 등이 창설되었다. 그리고 1973년에는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 3개국이 추가로 참가하여 9개국으로 확장되었다.

전후 파국적 상황은, 이 시기 자본들로 하여금 무역확대와 금융세력이 주도했던 제국주의적 정책의 철회 그리고 상호 통합이라는 길로 나아가도록 하였다. 그리고 노동계급의 혁명적 저항이 이를 강제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 시기에 추진되었던 유럽통합의 과정은 소위 각국의 혁명적 노동계급세력을 무마하기 위한 과정, 즉 사회복지의 확대라는 과정을 수반하여 진행되었으며, 투기적 자본에 대한 통제를 수반하는 통합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하여 이 자본에 의한 세계화의 지역적 표현인 유럽 통합은 ,이 시기 자본주의 경제의 팽창을 가져왔으며, 노동계급 삶의 향상을 수반하는 통합과정이라는 외관을 띤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내의 세계화는 필연적으로 파괴적인 과정을 수반한다는 것은, 자본의 전후 호황이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확실하였다.

이 두 번째 국면은 1974년 베트남전쟁으로 늦춰졌던 주기적 공황과 1979년의 주기적 공황을 기점으로 자본의 노동계급에 대한 총 공세와 함께 시작되었다. 즉, 자본의 세계적 경쟁을 빌미로 위기의 원인을 유럽의 사회복지에 기인한 것으로 선전하고, 위기 탈출을 위해 자본의 자유화와 규제완화 사회복지의 축소와 노동계급의 노동조건에 대한 공격으로 등장하였다. 즉, 이들 자본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과도한 복지탓으로 돌리면서, 노동계급의 노동조건과 사회복지를 공격하였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은 또한 시장통합의 진전에 따라 생산시설의 해외이전이라는 압박수단을 통해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동시에, 국가간의 통합과 자본의 세계화라는 현실은 자본간 경쟁의 심화를 수반하면서 중소자본의 몰락과 노동계급의 고통의 심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자본간 경쟁이라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경쟁력 이데올로기 등은 기존의 사회복지를 후퇴시키고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자본의 이동성 증대를 핑계로 자본을 위한 세금인하 등을 추진하였다. 그리고 이런 유럽통합으로 말미암아 국민국가의 독자적인 정책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데올로기를 유포하면서, 신자유주의적 대세의 불가피성을 선전하는 조건이 되었다. 그리고 특히 유로화로의 화폐의 통합은 이제 유럽의 초국적 기업들로 하여금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서 이동할 완전한 여건을 마련해 주었으며, 이는 노동계급들의 양보를 요구해내는 조건이 되었다.

이와 함께 각국 자본은 노동계급에 대한 공세와는 별도로 해외시장의 확대를 통해 해소할 수밖에 없었던 바, 그리하여 유럽통합은 1970년 말까지 일시적으로 정체를 겪은 후 다시금 가속화하게 되었다. 유럽국가간의 안정적인 국제금융질서 유지를 위하여 환율안정화 수단인 유럽통화제도(EMS)를 발족하고 ,1981년에는 그리스를 1986년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신규회원국으로 가입시켰다. 통합화는 지속되어 1983년 슈투트가르트 선언을 통해 유럽통합에 대해 합의하고, 1986년 유럽단일의정서를 통해 단일시장을 1992년 12월 31일 까지 완성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이런 유럽통합을 심화시키고 동시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사용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1991년 채택하게 된다.

그리고 1995년에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3개국이 추가로 가입하였으며, 결국 2002년 유럽 12개국은 단일한 화폐를 사용하는 경제권을 이루게 되었다. 이런 화폐 통합은 이제 유럽내 초국적 자본의 완전한 이동의 자유를 부여하게 함으로써 노동계급에 대한 압박을 용이하게 만드는 조건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2004년 5월 10여 개국의 가입은 이런 흐름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정이 유럽자본주의의 발달이며, 동시에 중소자본의 몰락과 실업의 증대라는 파괴적 과정을 수반함에도 불구하고 생산의 확대와 생산력의 증대를 낳는 진보적이 과정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문제는 세계화나 지역화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이며 자본주의적 세계화다. 그런데 유럽의 통합화는, 신자유주의적 형식으로 진행됨에 따라 그 파괴성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신자유주의는 금권세력의 권력증대를 통해서 자본주의 체제자체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즉 유럽통합의 확대에 따라 자본이동성과 자유의 확대는 금융자유화의를 매개로 해서 금권세력의 환투기 공세를 심화시켰다. 이로 인해, 스칸디나비아 3개국은 외환위기를 겪게 되었고 영국과 이탈리아는 ERM(EMS의 환율조정장치)를 탈퇴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재정적자를 3%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국가가 사회복지를 축소하도록 하는 압박수단으로 사용되었을 뿐만아니라, 고금리 긴축정책으로 경제위기와 침체를 심화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금권세력의 자유의 심화를 수반하는 유럽통합은 더욱 더 노골적으로 파괴적인 성격을 드러내도록 하였다.

물론 이것은 전후 유럽통합이라는 자본주의 파괴성이 억제되었던 것의 보완물이라고 할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총자본에게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혹은 그 파괴적 과정이 선행하기도 하는 데, 그 예는 이번 EU에 신규가입한 체제전환국들일 것이다. 이들 국가는 통합에 앞서 체제전환이라는 미명하에 유럽의 초국적 자본의 강탈적 공격으로 완전히 붕괴하여, 현재 1990년 초보다도 낮은 국민총생산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이 통합된 10여 개국을 포함하여 EU는 이번 통합으로 경제의 팽창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의 공세는 더욱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공세는 그 노동계급의 저항을 다시금 조직화하게 할 것이며, 통합의 심화는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물적 조건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

세계화와 민중 제33호 기사
김두한은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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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계화 , 유럽 ,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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