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김선일 씨의 죽음을 알리는 공식 발표가 있은 후,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무고한 민간인을 해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결코 테러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추가 파병을 재검토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거듭 밝혔다. 이라크 무장세력이 고 김선일 씨를 살해한 것은 반인륜적 행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무고한 민간인" 살해를 테러로 규정한다면 저 전장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이라크인에 대한 미군들의 무자비한 민간인 학살과 고문은 미국이 주체가 되어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국가적 테러가 아니고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마치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무고한 미국인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포하던 부시 대통령처럼 테러세력을 응징하겠다고 단호히 천명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함께 (테러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이라크 무장 세력에 대한 '복수'로 화하고 있다. 고 김선일 씨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은 분노를 분출한 대상을 찾고 있다. 무장 세력에 대한 적의가 오히려 전쟁의 피해자인 무고한 이라크인, 이슬람 전체로 확장되어 인종적 증오를 부추기고, "이라크 복귀와 재건"을 목적한다는 파병은 오히려 '복수'를 위해 지지되면서 이라크 전쟁 참여의 명분마저 되고 있다. 이라크 파병의 근거로 '국익'의 논리가 활용된다. 여기서 우리는 국가와 동일시되며 그 경계 밖에 있는 사람은 '우리'에서 배제된다. 인종이 배제의 경계가 되어, 배제된 자들의 존재와 고통에는 무관심하게 된다. 고 김선일 씨의 죽음에 분노한다면 미국의 침략전쟁에 의해 살해되는 이라크인들의 끔찍한 상황에 대해서도 분노해야하며, 전쟁과 폭력을 가져오는 세계적 구조에 대해서도 분노해야 한다.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의 고통에 눈감고 파병을 한들 그것이 과연 누구의 이익인가.
9.11 테러라는 공포를 눈앞에서 겪은 미국인들 대다수는 부시 정권의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했으나 전쟁 개시 후, 테러라는 폭력에 이라크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으로 맞대응한 결과는 무고한 이라크인들의 살해와 미군들의 죽음, 그리고 이로 인한 폭력의 증가 뿐이다. 팔루자에서 행해진 미군의 무차별적인 민간인 학살이나 이라크 포로 고문과 성폭행에서 명백하게 볼 수 있듯이 미군에게 인종의 차이는 차별이 되어 인종적 증오에 기반한 폭력이 행해졌다. 폭력과 전쟁의 악순환을 낳은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금 한국이 교훈 삼아야 할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명분 없는 이라크 침략 전쟁이 이라크인들과 전세계인들에게 가져오고 있는 폭력을 보라. 그러한 전쟁에 세계 3위 규모의 파병국으로 동참하려는 것이야말로 폭력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며, 그들이 말하는 '테러'를 부르는 폭력의 악순환의 진정한 원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에 파병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의 파병은 이라크와 아랍국가에 대한 적대 행위가 아니다. 이라크 복귀와 재건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이미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희. 제마 부대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고 말하며 국민을 기만하려 드는 작태를 서슴없이 드러냈다. 이라크 민중들은 이미 한국군 파병이 재건이나 평화유지가 아닌 침략군 미국의 대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이라크가 드디어 주권국가로 자리잡을 것이라 미국이 선전하는 6월 30일 주권이양을 앞두고도 이라크 상황이 안정되고 있지 못하다. 종교 무장단체들은 과도통치위원 살해를 기도하거나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 미국에 의한 임시정부 구성을 방해하려 하고 있다. 급기야 저항세력의 대규모 공세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주권이양은 6월 30일에서 28일로 앞당겨졌다. 이라크 국민들이 임시정부를 온전한 자신들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국민의 92%가 미국을 점령군으로 여기며 외세의 점령에 저항하고 있다. UN 결의안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6월 30일자로 끝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상, 미국의 수중에 이라크를 통제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합법성을 부여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실상 이라크는 주권이양 이후에도 계속해서 피점령국으로 남게 된다. UN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따르면 138,000명의 미군과 20,000명 이상의 연합군이 여전히 이라크를 점령할 것이고 미국이 이라크의 정치,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전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노무현이 설파하는 이라크 재건은 이라크 민중이 원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미국의 이라크 전후 안정화 구상을 도와주는, 전후 처리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파병정권 노무현 정권 퇴진, 한미동맹 폐기로 민중의 대안을 건설하자
"파병은 미친 짓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여느 때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높다. 이럴 때일수록 파병반대, 한미동맹 폐기를 위한 노무현 정권 규탄의 실내용이 예각화되어야 한다. 이라크 전쟁반대, 파병철회 투쟁은 금융세계화가 관철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만과 저항을 관리하기 위해 미제국주의가 휘둘러온 군사패권의 총부리를 거둬내는 싸움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의 전략에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적극 참여하고자 하는 노무현 정권을 규탄하는 것이야말로 핵심적인 투쟁과제이다. 신자유주의 질서재편과 금융세계화, 거대한 군사력을 독점한 국가의 조직적인 폭력은 더 많은 불평등과 더 많은 증오를 불러오고 있다. 이는 절대 민중의 평화로운 미래일 수 없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의 대(對) 테러회의를 설치하고, 이 회의 산하에 테러대응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테러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한다. 테러방지법 입법을 저지시켜낸 민중운동진영의 투쟁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여있다. 국가의 중대사안인 파병을 결정해버린 채 국민 대다수의 반전 의사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강행하려들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불러오는 테러방지법 마저 제정하려는 노무현 정권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무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재차 파병을 강행하려드는 파병정권 살인정권 노무현 정권을 우리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전쟁 참여라는 한미동맹의 끈을 잘라버려 미국의 침략전쟁을 중단시킬 때까지, 노무현 정권의 파병결정을 철회시켜낼 때까지 강력히 투쟁할 것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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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민중 33호 기사
김정은은 사회진보연대 편집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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