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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라크 재건’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라크로 갔습니다. 아니 보내진 것이지요. 몇 명이 갔는지 앞으로 언제 몇 명이 이라크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방부의 ‘장병들의 안전을 위하여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에 방송사와 언론사는 펜을 놓아 버렸습니다. 아예 보도를 ‘자제하겠다.’는 광고까지 버젓이 실립니다.
오늘은 어처구니없는 소식이 더 들려옵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이라크 등 중동의 위험지역 여행을 자제해달라는 강력한 권고가 있었고, 급기야 말 안 들으면(?) 벌금, 과태료 부과와 여권을 무효화하겠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꼴만 계속 보이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이라크 파병국들이 “납치범과 협상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하여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김선일씨가 납치되었을 때 이미 한국정부는 “테러범과 협상 없음”을 강력히, 아주 강력히 밝힌 바 있습니다. 이제는 성명서까지 채택해서 발표한답니다. 이미 정부는 이성을 잃었습니다.
현재 이라크에서 평화교육센터건립을 위하여 활동하고 계신 한상진씨는 ‘파병사죄순례’를 하신답니다. “이 빌어먹을 나라의 국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는 그들에게 사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라크의 주요도시를 순례하면서 “파병을 막지 못한 것과 이런 결정을 내린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지지한 저의 몰지각함에 대해 사죄를 드릴 것“이라고 합니다. 이성을 잃고 전쟁에 참여하는 국가의 국민이기 때문에 사죄해야 하는 현실이 마음을 쓰리게 합니다.
수원에서도 보름이 넘는 시간동안 수원역 광장에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고, 함께 밥도 굶고,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시민들에게 유인물도 많이 나눠드렸습니다. 서명도 해주시고, 모금도 해주신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농성은 6일날 끝이 납니다. 보름이 넘게 농성을 해왔는데 파병이 철회되어 농성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서 솔직히 미련과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농성이 끝난다고 파병반대운동은 끝나는 것이 아님을 서로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인 이라크 파병으로 우리도 이제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릴 것입니다.
아무리 선거를 통하여 당선된 대통령이라도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받지는 않았습니다. 생사가 달린 문제를 ‘고뇌에 찬 결단’으로 미화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 없는 ‘국익’은 허구입니다.
뜨거운 오후, 농성장을 지나가시다가 우리에게 수고한다며 음료수를 건네주시는 아주머니는 분명히 전쟁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휠체어를 타고 농성장에 찾아와 주는 장애인분도 침략전쟁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침부터 술에 취해 농성장에 누워 잠을 자는 노숙자분도 이 허망한 침략전쟁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전쟁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안병주(경기남부민중행동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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