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 노출된다면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겠는가?

학생들 1078중대 성폭력 사건 책임자 처벌 요구


지난 8월3일 자이툰 부대 이라크 파병직후 진행된 '파병강행 노무현 규탄 기자회견'과정에서 발생한 '1078중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규탄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9일 전국학생 투쟁위원회(이하 전학투위) 주최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렸다.

전학투위는 "피해자가 분명하게 불쾌한 의사를 밝혔음에도 신체적 접촉이 연속적으로 자행되었던 점은 이것이 명백한 성폭력 사건임을 증명한다"면서 "대치중의 상황에서 남성 전투경찰이 여성인 집회참가자에게 악의적으로 신체적 접촉을 가한 것은 그녀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켜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고 위협하기 위함이었음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전학투위는 또 "집회현장에서 공권력이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성폭력을 저지르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었으며 86년 부천 경찰서 성고문, 96년 한총련 소속 여학생에 대한 경찰들의 집단 성폭력, 03년 부안 반핵 투쟁중 장기주둔 경찰력의 일상적인 언어, 신체 성폭력들을 좀더 정확하게 대면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번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와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현실을 바꾸어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3일 경찰 성폭력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유진 고려대 문과대 학생회장은 "8월3일 새벽에 도둑 파병이 진행되었고 청와대 앞에서 몸싸움을 하는 도중 피해자가 전경들의 방패 사이에 끼게 되었다. 방패사이에서 손이 나왔고 피해자의 신체를 계속 접촉하는 일이 있었다. 피해자는 계속 하지 말라고 했고 피해자는 용의자 몇 명을 지목할 수 있었다. 피해자는 당당하게 문제제기 했고 주변의 동지들이 함께 싸웠으나 경찰은 계속 그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당시 문제제기를 하게된 정황을 밝혔다.

김유진 학생회장은 또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 상황에서 피해자의 잘못을 묻고 그 상황을 전의경 남성의 상황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모든 성폭력 사건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피해자의 경험을 인정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줄려는 행위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처음이라 많이 어설펐지만 언제나 개인이 참아야 할 성폭력이 우리들 사이에서 당당히 문제제기 되고 함께 해결하는 의지를 보여 줬기 때문에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최선희 평화를 여는 여성회 사무처장은 "미국의 파병압력에 의해 부당한 전쟁터로 떠나는 것에 항거하는 젊은이들이 공권력에 맞서 싸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서로 밀리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은 일개 전경의 문제가 아닌 그것을 인정하고 방조하고 진압을 총지휘한 지휘자의 책임이 가장 중요하며 공권력의 성폭력을 끝까지 추궁해서 싸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 인권, 성폭력과 관련한 부분 어떻게 교육되어 왔는지 의심

이번 서울시경소속 1078중대의 성폭력 사건에 나타난 인권과 남성의 일상적 폭력에 대한 지적도 높다. 최예륜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은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한 개인에 대해 개인을 무력화시키고 개인의 인권과 자존심을 뭉개 버리기 위해 자행한 성폭력은 그 자체로도, 그걸 넘어서도 인권말살이라는 점에서 규탄되고 근절되어야 한다"면서 "집회자리는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말해야 하는 자리인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폭력에 노출되어 수치심을 느끼고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면 그것이 어떻게 집회자유가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성신여대 이소희 총학생회장도 "이번 사건도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는데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에게 '당신이 우리학교 학생인 게 수치스럽다. 이런 사회 사는 것이 쪽팔린다' 등의 리플이 달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온라인 상에 일어나는 2차 가해 등의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쟁을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희 총학생회장은 또 "촛불 집회를 마치고 함께 돌아가는 아는 언니에게 경찰이 '촛불집회 하지 말고 집에 가서 살이나 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면서 "여성이라는 차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폭력이 가해지는 모습이 비일비재하다"고 비난했다.

인권운동 사랑방의 이진영 활동가는 "성폭력이 여성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기선제압용으로 행사한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해결과정에서 피해자를 나오라고 하는 것이 폭넓게 보면 2차 가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경찰 내에서 기본적인 인권, 특히 성폭력과 관련한 부분이 어떻게 교육되어 왔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진영 활동가는 또 "경찰이 인권에 대해 내부에서 반성을 해야 하고, 그에 대한 외부적인 압력도 필요하다"면서 "시위현장의 성폭력 자체가 시위에 대한 억압을 넘어 일상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폭력관계가 질서화 된 부분이 암암리에 개인의 몸에 체화되어 발현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날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경찰청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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