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는 ‘국보법의 순기능’을 입증하라”

민가협과 인권단체들, 국보법 조속한 폐지 촉구

국가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이 뜨겁다.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했고, 9일 오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내 모든 것을 걸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겠다”며 일전불사의 의지를 천명했다.


정치권의 논란이 치열한 가운데 국가보안법의 직접적 피해자 가족들의 모임인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회원과 32개 인권단체는 9일 2시 종로 탑골공원에서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순덕 민가협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표의 “과거 국가보안법의 집행과정에서 일부 인권침해 사례가 있었다는 점은 유감이지만 그것을 이유로 국가보안법의 순기능마저 없앨 수는 없다”는 발언에 대해 “박 대표가 주장하는 국가보안법의 순기능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례를 통해 입증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조순덕 상임의장은 “국가보안법은 지난 56년 동안 우리사회에 냉전적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를 강요해왔다”고 지적하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개혁도 실효성이 없다”며 국가보안법의 즉각적인 폐지를 촉구했다.


"이번 집회가 마지막이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가보안법 피해 당사자들의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98년 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낸 고희철 씨는 지난 9월 3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구시경 보안수사대에 연행되었다. 그러나 연행된 지 사흘 만인 9월 5일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고희철 씨는 5일 구속영장이 기각되기 이전까지 국보법에 의해 6년 반 동안이나 수배생활을 해야만 했다.

또 올해 71세의 기세문 씨는 95년 과거 남로당 활동을 한 남로당 당원의 장례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고인의 장례식을 치뤄주고자 했던 기세문 씨를 가만두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은 죽은 사람의 사상까지 추적해 망자에 대한 산자의 추모도 불법으로 규정했다. 이 일로 기세문 씨는 실형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국가보안법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었다.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은 “이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56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나”라며 “나는 피해를 안 당했으니 국가보안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 말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민가협 어머니들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목요집회’를 11년 째 매주 진행해왔다. 목요집회는 9일로 535회를 맞고 있다. 민가협의 한 회원은 “매번 집회 때 마다 이번 집회가 마지막이길 기도한다”며 “536회 집회는 국가보안법 폐지 축하 집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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