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은 부지기수로 탈퇴했을 것"..."외부에서 산별 협약 난도질 말라"

민주노총 산별토론회, 보건본조와 서울대지부 격론 벌여

지난 9월 10일 열린 민주노총 산별 토론회에서도 보건의료노조의 10장 2조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날 토론회에는 산별협약으로 양측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병원지부에서 모두 참석해 참가자 전체 토론에서 격론을 벌였다. 특히 차수련 보건의료노조 전 위원장도 직접 전체토론에 참가해 보건의료노조 집행부를 지지하고 서울대지부와 토론자로 나온 경남대 사회학과 임영일 교수를 강하게 비판해 산별협약을 둘러싼 입장 차이가 얼마나 첨예한 지를 드러냈다.

이날 토론은 정일부 금속노조 정책국장,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이 2004년 산별협약체결 과정, 평가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하면서 산별협약에 대한 폭넓은 평가를 하는 자리였지만 토론자로 나선 임영일 교수가 보건산별협약 10장 2조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부터 격렬한 논쟁이 시작되었다.

임영일 교수는 "보건의료노조 산별협약을 보고 보건의료노조 내부에서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다"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을 부분적으로 넘기고 내년에 잘하자고 하기에는 무리한 조항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영일 교수는 또 지부교섭의 자율성 문제에 대해 "10장 1조는 아주 훌륭한데 2조는 이상하다"고 밝히고 "만약 금속이었을 경우 현장 간부들이 '이건 말도 안 되는 조약'이라며 조건부 탈퇴를 부지기수로 했을 것"이라고 말해 서울대 지부의 조건부 탈퇴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임영일 교수는 이어 "지금은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로 가는 단계여서 산별교섭이 지부단위 자율교섭을 막는 조항이 되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이라면서 "10장 2조가 내년에는 아킬레스건이 되지 않도록 내년 교섭에서 바꾸자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영일 교수는 전반적인 협약에 대해서도 "보건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었다 해도 산별 교섭 첫 단계에서 임금인상 교섭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임영일 교수의 지적에 대해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10장 2조가 문제가 있지만 본조가 가장 아쉬운 것은 10년 동안 투쟁으로 산별합의안을 만들어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과정보다는 마지막 합의서 내용인 10장 2조만 평가하는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올해 산별 평가를 하는데 있어 잘 했다, 못 했다는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판단기준은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잘못 했다고 말하기 전에 올해를 어떻게 보고 내년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한다"면서 "금속이라면 수십 개 지부가 탈퇴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보건에서 대다수가 탈퇴 안 한 이유는 요구 안을 만드는 과정이 주 5일이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산업별 의제와 산별 교섭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탈퇴하지 않았다. 80%가 찬성한 이유를 보라. 올해 상황은 미흡했다고 이해하고 지도부를 믿고 보완한다면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임영일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진행된 전체토론은 격론의 장이 되었다. 최준영 서울대 병원지부 조합원은 "서울대병원지부가 근로조건이 불리해서 문제제기 한다는 것은 굉장한 오해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간접고용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정규직 내부에서 차별을 갈등하는 조항을 받을 수 없었다. 지부 단체교섭 5조 2항에는 기존 근로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 병원 측은 그 조항 하나를 삭제하려고 10년 동안이나 공들여 왔다. 과연 산별을 무엇 때문에 만들었는가? 어떤 산별이 되어야 하는가? 지부를 약화시키고 조합원을 분리시키는 산별노조는 힘이 없을 것이다. 당장 교섭이 안되더라도 원칙을 지켰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지윤 다함께 활동가는 "보건산별의 비판의 핵심은 기업별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닌 상층 지도부가 잘못된 합의를 하고 하향 평준화시킨 데 있다"면서 "산별 교섭은 대규모 파업을 만들어야 한다. 교섭만 중심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당원이라고 소개한 김인식씨는 "서울대지부를 중앙위에 징계 상정한 상태에서 생산적인 토론이 가능한지 궁금하다"면서 "징계를 무효화하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보건의료노조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자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차수련 전 위원장은 "본조 바깥에서 보건산별 협약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난도질 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말문을 터트렸다. 차 전 위원장은 "오늘 토론을 보면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배웠지만 임영일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서구의 산별과 우리의 산별이 역사성에 차이가 크므로 우리의 주체적 조건과 특수한 상황, 서구 상황을 어떻게 비교해 나갈지가 과제"라고 밝혔다. 또 "보건의료노조가 단적으로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은 전 위원장으로써 우려스럽다"면서 "산별협약을 지엽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간부들에게 큰 상처가 된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노조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자주성, 민주성, 집중성인데 제가 위원장이 되면서 모든 사안을 지부까지 내려 논의를 해왔다"며 "이번 산별협약도 가장 민주적으로 지부장들의 의견을 다 듣고 조합원 80%가 찬성했다. 소수의 목소리가 크더라도 다수의 의지를 무시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차수련 전 위워장의 발언에 대해 서울대 지부 소속 한 조합원은 "차수련 전 위원장님 말씀은 조금 의아하다. 우리가 제기하는 것은 단순히 전체,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잘했다가 아닌 과정과 잘못된 부분을 평가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다음에는 실수를 안 한다"고 밝혔다. 이 조합원은 또 "파업이 끝나고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데 왜 산별 합의를 했는데 지부가 파업을 했느냐 라는 말을 들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부 투쟁을 불법으로 보는가?"라며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소산별 체계인 전국 축협노조의 김태균 정책기획부장도 10장 2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산별협약안이 현장투쟁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 협약이 지부투쟁을 불법화시키면 문제있는 것 아닌가. 축협노조도 조정안에 들어갔더니 그럴 염려가 있어 무조건 지부안도 들이밀었다. 산별본조는 최소한 현장투쟁을 보호해주고 안 되면 조직해야 된다고 본다. 10장 2조 평가를 위해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축협노조는 오히려 그렇게 힘있게 하는 지부가 있어 보건의료노조가 부럽다."

이주호 국장은 10장 2조와 관련한 참가자들의 질문과 문제제기에 대해 "올해가 처음이라 소통의 문제가 있었으며 내년에는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오늘 상층 지도부의 타협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 보건이 관료주의나 중앙권력화 되거나 무원칙하게 타협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교섭이냐 투쟁이냐는 이분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또 산별협약에 대해 "하반기 논의를 통해 몇 가지 단서조항을 최우선으로 폐기해 나가고 임금인상 문제 등을 어떻게 할지 내용적으로 보완한다면 굳이 10장 2조를 폐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지부투쟁을 막는 것은 10장 2조가 아니며 서울대지부의 투쟁이 이미 합법 파업이라는 법률원의 유권해석도 받아놨다"고 밝혔다.

이 날 참석자들의 문제제기와 질문에 대해 이주호 국장은 "현장의 문제제기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최종답변을 통해 대부분 기존 입장을 고수해 징계안이 상정된 서울대 지부와 본조의 입장 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태그

보건의료노조 , 산별협약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용오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이훈

    차수련 전 위원장은 "본조 바깥에서 보건산별 협약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난도질 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고 하셨습니다. 과연 전 위원장님께서 밖이란 말하는 데는 어디인가요.

    그날 토론회에 간 곳은 다 연대단체 아닌가요. 보건의료노조 단위노조의 파업마다 달려갔던 단체들 아닌가요. 작년 성모병원파업시에도 열심히 연대한 많은 노동단체, 사회단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운동은 노동조합만이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번 보건의료노조파업의 핵심대오와 투쟁력은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나오고 보건의료노조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민주노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 많은 노동단체와 사회단체, 심지어 종교단체까지 있었는데, 이를 다 무시하는 발언은 참으로 어이가 없네요. 현재는 또 어떤가요. 민주노총에서 파업을 하자고 해도 70만명중에 2-3천 모이는 것이 다인데, 이런 위기의 상황일수록 더욱더 진지하게 경청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되지 않을 까요

    저는 지역본부 조직국장입니다만 차수련 위원장과 현 보건의료노조집행부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 노조 민주화투쟁과정이 생각나 가슴이 무척 애려옵니다.

    민주노조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이만 감히 급하게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차 전 위원장은 "오늘 토론을 보면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배웠지만 임영일 교수의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서구의 산별과 우리의 산별이 역사성에 차이가 크므로 우리의 주체적 조건과 특수한 상황, 서구 상황을 어떻게 비교해 나갈지가 과제"라고 밝혔다

  • 이순신

    당신이 그 자리에 나와 발언하는게 적절했는지 궁금합니다. 윗분의 지적 지당합니다. 연대하러 달려온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비판하는건 못보겠나 봅니다. 노조파업때는 항상 학생들과 연대단위는 몸대주기 였던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