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조 기반 와해 공작을 깨기 위한 것"

현자비정규직노조 '기득권 저하없는 고용 보장' 요구하며 결사항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안기호 위원장. 안기호 위원장은 오랜 단식으로 한때 의식을 잃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 20일 울산 5공장 비정규노동자 42명에 대해 직영체제 전환을 이유로 집단 계약해지 했다. 7월 23일 현대자동차비정규노조는 이 집단계약 해지를 “비정규노조 말살을 위한 정리해고”라고 규정하고 ‘기득권 저하 없는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하였다. 10월 6일 현재 집단농성 73일, 안기호 위원장 단식농성 37일차에 이르렀다.

현대자동차측은 6월 공정직영화를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지했고, 7월 중순부터 그 빈자리에 정규직인원이 신규배치 되었다. 즉, ‘공정만’의 직영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위 42명에 11명의 노조활동가가 포함되어 있어 이 정리해고가 현대자동차 사측의 노조말살 의도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석상기 정리해고 농성자 의장은 “회사에서는 공정조사를 했다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른 공정에서 일했어도 정리해고 되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석상기 의장은 “내가 일하던 공정은 비정규직도 기피하던 공정이었다. 얼마 전에 보니 그 자리에 내가 다니던 업체의 비정규 동료가 일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내가 일하던 자리에 들어온 정규직과 그 동료의 공정을 바꾼 것인데 그럼 공정이 직영화 된 것도 아니지 않나?”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석상기 의장은 “정리해고를 위해 직영화 핑계를 대고, 조합원만 자르면 표 나니까 섞어서 자른 것”이라며 “아무리 힘 없고 조직력이 미흡해도 이유나 명분도 없이 노조 활동가 중심으로 그것도 위원장까지 정리해고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분노했다.

현재 노조의 요구사항은 ‘기득권 저하 없는 고용보장’이다. 조가영 교선부장은 ”실제 재취업알선이 농성자들에게도 있었지만 1차 하청 노동자들을 2.3차 하청으로 돌리거나 실제 인원 필요가 없는데 배치만 해서 대기상태로 두는 등 기존 노동조건이 심각하게 변하는 경우“였다고 말하고 ”이처럼 노동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온전한 고용보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정리해고가 이후에 벌어질 ‘불법파견 문제를 사측의 의도대로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5월27일 금속산업연맹,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노조,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등은 현대자동차와 21개 하도급 업체를 불법파견 혐의로 집단 진정했고, 9월 22일 노동부는 진정대상인 21개 전 업체의 하청노동자 1,800여 명이 불법파견 형태로 사용돼 왔음을 인정했다. 이번에 정리해고된 42명 전원은 9월 22일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하청업체의 직원들이다.

당초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일은 9월 15일 이었다. 그런데 노동부는 발표일을 일주일 뒤로 연기하고 9월 22일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공교롭게도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일이던 9월 15일 하루 전날인 14일, 현대자동차 사측은 울산지방법원에 농성자들에 대한 ‘퇴거단행 가처분신청’을 접수했고, 9월 24일 가처분결정이 내려졌다. 가처분 신청 이유는 ‘농성자들은 도급계약 해지로 근로관계가 없으므로 회사 내에서 퇴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현대자동차 사측이 노동부 측에 '불법파견 요청을 일주일만 연기해 달라'고 요청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초 판결예정일 직전 노동부 사무관이 청와대로 급하게 호출되어 불려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조업 전반에서 불법파견이 산재해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때문에 현대자동차라는 거대 제조업에 내려진 불법파견 판정과 이에 따른 후속 과정은 제조업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 노동계 주변의 반응이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번 불법파견 판정 싸움은 비정규직에게는 조금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라고 말하고, “회사 역시 사활을 걸고 매달리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정리해고가 “불법파견 정규직화 싸움의 핵심동력이 될 비정규노조를 정리하고 이후 불법파견 처리 문제를 회사의 의도대로 관철시키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자본과 정부가 철저히 교감한 이번 불법파견 국면 전초전에서 전체 노동자의 관점에서 함께 싸워 승리한다면 이는 이후 비정규개악안 저지와 파견법 철폐를 위한 큰 싸움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현대자동차비정규노조의 단식과 농성투쟁이 단위사업장만의 싸움이 아님을 강조하고 연대를 촉구하는 말이다.

"힘이 있으면 라인이라도 멈출 텐데"
현자비정규노조 농성 72일차, 단식 36일차 안기호 위원장 한때 의식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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