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새벽 노숙투쟁 중 배진규동지는 얼굴도 모르는 나의 윗옷지퍼를 내렸다. 그 뒤 오리온전기지회는 가까운 동지인 배진규의 말을 믿고 성폭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매각 투쟁하느라고 어려운 중에, 상경투쟁하며 새벽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권수정이 소리지르며 성폭행 당했다고 소리질렀다"고 한다.
동지들, 내가 미친 여자인가? 갑자기 멀쩡한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가? 놀라 잠에서 깨어 '문제제기 하지 않을 테니 가라'고 가해자에게 말했지만, 가해자는 오히려 성폭력을 안 했다고 우기며 싸움을 걸고 있다. 구미지부는 배진규와 오리온전기지회 간부들의 말만 믿고 오리온전기지회 입장에서 가해자를 지지하고 지원한다.
지부의 공식입장을 정리하기 전에 왜 피해자에게 전화 한 번 못하는가? 왜 피해자의 말은 전혀 들어보지 않고 가해자를 지지한다는 판단을 하는가? 왜 있었던 성폭력을 없었다고 하는가? 이게 2차 가해다. 물리적인 성폭력보다 더 심각한 성폭력이다.
이에 대해 연맹 중집이 보여준 태도는 더욱 심각하다. 중집동지들, 왜 동지들이 나에게 2차가해 하는가? 왜 있었던 2차가해를 없었다고 하는가? 연맹 중집이 2차 가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없다. 다만 회의록을 보면 두 가지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오리온전기지회와 구미지부가 2차가해 한 것이 이해가 간다는 것이다. 가까운 동지가 성폭력 안 했다고 하니까 믿어준 것이 이해가 간다는 것이다. 그 점은 나도 이해한다. 그러나 2차 가해는 있었다. 이해하는 것과 2차 가해를 인정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2차 가해한 심정을 이해한다고 해서 이미 행한 2차 가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2차 가해가 뭔지 잘 모른다는 거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근거로 2차 가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가? 성폭력이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성폭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당당하게 할 수 있을까. 게다가 회의에 참관하려 온 금속연맹 여성위원 동지들을 몰아냈다. 잘 모르면 여성위원 동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종합보고서를 다시 검토하고 고민해야지, 잘모르니까 계속 성폭행 당하라는 말을 하다니… 내가 신뢰하던 금속노조 조직의 최고지도부가. 나의 동지들이.
중집의 2차 가해에 대해 중앙위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에도 확대되는 2차 가해는 멈추지 않고 있다. 오리온전기지회 권성기지회장이 구미지부에 와서 금속노조와 더 이상 사업할 수 없다고 말하고 갔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금속노조 조직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는지, 조직에 해가되지 않게 처리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렇다. 겨우 이 정도의 성폭력 사건으로 조직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것이 누구의 책임인가? 상경투쟁중 성폭력 당한 피해자가 조직을 위해 참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화가 나서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한 것이 잘못인가?
동지들에게 부탁한다. 제발 피해자인 나보고 "조직에 해가 되지 않게 하라"는 그런말 하지 마라. 조직에 해가 되는 것은 성폭력하고도 안 했다고 거짓말하는 배진규와 조직적으로 2차 가해하는 오리온전기지회, 구미지부, 그리고 중집이다. 문제를 계속 이렇게 확대시키는 것은 피해자가 아니라 2차 가해하는 바로 그 동지들이다.
비정규직 투쟁을 하며, 해고되고, 수배되고, 구속되었을 때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날마다 정문에서 현대자동차 깡패 같은 경비들과 물고 뜯고 싸워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나와 함께 어깨를 걸고 투쟁하던 동지가 나에게 성폭행하고, 나를 미친여자로 만들고, 조직적으로 나를 공격하고, 심지어 최고지도부 동지들이 가해자 편을 든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동지들,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 금속노조 여성동지들은 해떨어지면 활동하지 말아야 한다. 바로 조금 전까지 동지였던 사람이 갑자기 성폭행 할까봐 무섭고, 그것을 말하면 조직적으로 공격할 2차 성폭력이 무서워 어떻게 밤에 활동을 하겠는가? 그럼에도 아직도 나는 동지들을 신뢰하고 있다. 사건이 비공개로 진행될 때는 몰랐지만, 피해자인 내가 사건을 공개하고 조직내 성폭력과 싸우기로 결정한 이후 많은 동지들이 피해자인 나를 지지해주고 격려해 주었다.
그 모든 동지들에게 동지애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중앙위 동지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부디, 금속노조가 더 이상 나에게 성폭력 하지 않기를… 2차가해 하지 않기를…
이 사건의 자세한 내용은 금속노조 싸이트(metalunion.nodong.org) 본조자료실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게시물 666번 '6월 4일 금속노조 전간부 총력투쟁 성폭력 사건 진상조사단 종합보고서')
* 2차 가해에 대한 정의 (진상조사단 종합보고서 중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1차적으로 발생한 그 자체 사건에 의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더하여 그 사건을 밝히는 순간부터 진행되어지는 2차 가해를 경험하게 된다. 2차 가해란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방해하는 행위, 사건을 부정하기 위해 취하는 행위, 사건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성폭력 사건을 축소·왜곡·은폐하는 행위, 피해자를 노출시키거나 책임론 등으로 음해함으로써 피해자를 위축시키는 행위, 가해자를 두둔하거나 가해자에 대해 동정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사건을 교란시키는 행위 등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러한 형태의 다양함만큼이나 그 원인들도 다양한데, 신체적 폭력만을 성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성폭력에 대한 협소한 이해에서부터, 여성권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최악의 경우 조직의 안녕을 위해서 그 정도쯤은 덮어 둘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까지 존재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상조사단은 2차 가해에 대한 이해도와 조직내 합의정도, 인식의 부족이 2차 가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2차 가해는 성폭력 사건 해결의 원칙에 위배됨으로써 사건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피해자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아울러 개념을 정의하고 인식론적 관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성폭력 사건의 예방을 위한 조치와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과정에 대해 조직내부가 공유하고 반성과 함께 전조직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판단한다.
성폭력 사건과 관련 9월 8일 25차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 결정사항
1)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상충되고 있으나 여러가지 정황상 성폭력이 있었다고 인정된다. 가해자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며, 초심기관은 노조징계위원회로 한다.
2) 2차 가해는 인정하지 아니한다.
3) 본 사건의 명칭은 '6월 4일 금속노조 전간부 총력투쟁 성폭력 사건'으로 한다.
4) 사건의 공개는 중집회의 결과 및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되, 조직명과 실명, 직책을 제외하고 공개한다. 공개방법은 노조 신문이나 홈페이지로 한다. 공개시기는 25차 중집회의 결정 시점으로 한다.
5) 피해자 회복방안은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제안한 방안을 최대한 반영한다.
6)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조치 방안으로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제출한 안을 중심으로 세부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한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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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정 님은 아산 현대자동차사내하청노조 부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배진규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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