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계급적으로 비정규 문제에 뛰어들어야 한다"

금속연맹 위원장에서 도당 대표로, 정치인 문성현을 만나다

대표적 학출 노동운동가 대중 정치인으로 탈바꿈

부산, 울산, 대구, 경주, 마산, 창원등 영남권 전역의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모였던 지난 13일 아침 부산 지방노동청 앞마당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를 만났다. 희끗해진 머리에 구릿빛 얼굴을 한 문성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대표가 노동자들 사이에 앉아서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대표. 그를 도당 대표라는 직위로 부르기보다 위원장 혹은 문전투 라는 별명, 또는 문단심(문성현, 단병호, 심상정)이라는 묶음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 아직도 많다. 그는 24년 전 통일중공업 입사에서부터 재작년 옥중에서 금속연맹 위원장 임기를 마칠때 까지 항상 싸움의 가운데 있었고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 조차도 상징적 학출(학생운동 출신) 운동가로 인정했었다.

노동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지 5개월 남짓한 문성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정치인으로의 변신, 비정규 문제, 노동운동의 미래,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솔직한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나지막했던 그의 목소리는 주위가 시끄러웠던 탓도 있지만 민감할 수 있는 문제가 나왔을 때는 톤이 높아지기도 했다. 정치인이라기 보다 아직도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는 문성현 도당대표를 보면서 항상 싸움과 조직의 중심에 서있던 그였기에 어쩌면 지금의 직위에도 불구하고 외로울지도 모르겠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다음은 문성현 도당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총선 경과하면서 당 운동 결심해

지난 5월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대표로 당선된 것으로 안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계기는
문>노동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끝까지 노조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가졌다. 단사노조, 산별연맹, 총연맹 같은 대중 조직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출소 이후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고.... 지난 총선 때 권영길 의원의 창원선거본부에 참여한 뒤 정치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쉽지 않은 결심인데다가 정치 활동이란 게 만만치 않을 텐데
문>솔직히 말하면 예전엔 노조활동 때문에 대중 정치엔 깊은 고민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도당대표까지 맡게 되고 이젠 정치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다. 정당인으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 출마까지 생각하고 있나
문>글쎄...출마를 포함해서 주어진 일들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현안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노동부는 비정규 개악 법안을 내놓았고 금속연맹은 현대중공업을 제명했다.
문>조직된 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비정규 문제에서 발생하는 여러 요구들을 100% 받아 안지는 못 하더라도 비정규 철폐라는 원칙을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 그 원칙하에서 실천 가능한 것들부터 해야 한다. 연맹이 조합에게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실천 지침들을 내려야 하지 않겠나?

'비정규 전국조직이 필수적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이제 정당인인데 정당이나 대중 정치인의 역할은
문>이미 우리 당(민주노동당)에서 관련 법안들을 내놓지 않았나? 정당은 정치적 전선을 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시키는 현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우리는 88년 전노협 때부터 3자 개입을 포함한 노동악법 철폐 투쟁을 해온 경험들을 갖고 있다. 손배가압류, 직권 중재를 포함해 비정규 문제까지, 제도개선 투쟁에 나서야 한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사회보장 현실을 볼 때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아무런 보호도 못 받는 이런 비정규 법안은 말이 안 된다.

비정규 노동자 스스로가 여기 저기서 싸움에 나서고 있다.
문>어렵고 힘들지만 투쟁의 주체로 비정규 노동자들이 스스로 서야 한다. 현실이 갑갑하고 안타깝겠지만 스스로 싸워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은 조직을 만들면 하청 해지, 해고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전국적 조직의 건설이 필수적이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전국조직을 건설하면 10년 내에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느낌이 든다.

'전투적 조합주의 10년 세월에 후회는 없다'

보건의료노조, 금속연맹 같은 산별 조직에서 이런 저런 문제들이 발생했고 곧 각급 조직들 선거가 있다. 지금은 비정규 싸움 덕에 잠잠한데 선거철이 되면 또 여러 별별 이야기들이 다 나오리란 우려가 있다. 현장을 떠났지만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
문>이제 07년이면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이것이 어떻게 작동될지 모르겠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투쟁은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진부한 말이지만 투쟁 속에서 하나가 되야 한다. 동지들 사이의 의견 차이는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에 불과하다. 상대를 배척하는 식으로 나서선 안 된다. 지난 87년부터 10여 년간 나는 전투적 조합주의로 맞섰다.

돌이켜 보면 부족함은 많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물론 그 전투적 조합주의에 대해 반발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 어떤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꼭 주류인 흐름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을 몰아붙이는 대립과 갈등이 있다. 물론 그 흐름을 인정하지만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순 없다.

교섭도 힘이 있어야 하는 것

꼭 연결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런 법안을 내놓은 터라 일단은 그 이야긴 쑥 들어갔다
문>교섭이란 것은 무조건 대화만 하는 게 아니고 대중의 요구를 받아 안아 상대를 땡겨내는 그런 것이다. 우리가 힘이 있으면 대통령도 불러낼 수 있는 거다. 교섭해도 안 되면 또 싸우고... 노사정이든 국회에서든 힘이 있으면 당당하게 붙을 수 있다. 예컨대 노사정 합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다면
문>주5일제 문제나 여러 사회적 의제에 대해 힘있는 곳은 다 따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가랑이 찢어질 지경이다. 국제기준에 맞추고 전계급적 관점에서 비정규직 임금 수준을 봐야 한다.

목소리만 내도 계약 해지, 해고를 당하는 형편이다
문>비정규직 싸움에 반드시 때가 온다. 지금처럼 계속 진행되면 여기저기서 압박받는 사업장들이 생기고 튀어 나오는 곳이 생긴다. 파열구가 생긴다는 말이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가 좋은 예다. 파열구들이 생길때 투쟁을 집중하고 그 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얻어내면 되는 거다.

문대표가 바라보는 사회적 합의의 전제가 투쟁이란 말인가
문>그렇다. 사회적 합의주의든 뭐든 힘이 있어야 된다. 노총과 당이 지도력을 발휘하고 힘 있는 곳은 자신의 요구를 어느 정도 양보하면서 전계급적으로 이 문제에 뛰어들어야 한다.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야기 잘 들었다. 향후 일정은
문>오늘 창원으로 내려갔다가 김주익 열사 추모 행사 때 다시 부산에 올 예정이다.

건승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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