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유길종)는 14일 ㈜효성이 2001년 불법파업을 주도한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효성노동조합 울산본조는 50억, 언양지부는 20억을 지급하고 이 가운데 파업을 주도했던 15명의 피고는 모두 2억7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피해가 명백하며, 개인은 형사처벌 정도와 파업 가담 정도 등을 감안해 파업을 주도하거나 기획한 피고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효성노조는 지난 2001년 임단협을 앞두고 3월부터 9월까지 울산공장과 언양공장에서 파업과 장외투쟁을 벌였고, 회사는 손실액 가운데 울산공장노조에 대해 50억 원, 언양지부에 대해 20억 원 등 모두 7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효성노조와 관련된 손배청구는 그 규모, 금액, 내용에 있어서 대표적 손배가압류 악용 사례로 노동자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2001년 당시 파업 건으로 25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고,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 500여 명 전원이 손배가압류에 휘말렸다. 500여 명에 대한 초기 손배가압류 청구금액은 2조 원에 가까웠고 2년에 걸쳐 조정되어 55명에 대해 290여억 원이 남아았는 상태였다. 회사 측은 이번에 70억 금액에 대한 지급소송을 진행하였고, 재판부는 위 금액 전액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울산지법은 이에 앞선 지난 5월에도 효성노조와 같은 시기에 파업에 돌입한 태광노조 해고자 19명에게 1억 9천만 원을 연대배상할 것을 판결한 바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전부터 울산지법에서 노동자들에게 내린 가혹한 판결들의 연속선상에서 이번 판결이 나왔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동익 화학섬유연맹 조직국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불법파괴 행위 없이 쟁위 행의 사실만으로 손배청구가 가능한 해석의 여지가 많은 현행법 체계에서 손배가압류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대표적 악용 방법이라는 점은 정부 스스로도 누차 인정한 바인데, 울산지법은 아무 생각 없이 사측의 주장만을 인용한 판결을 내렸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동익 조직국장은 ”특히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손배 판결은 ‘복직투쟁을 포기하면 손배가압류를 철회하겠다’는 회사측의 논리에 승복할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해고자를 내모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동익 조직국장은 또한 ”이미 무력화된 노조에 대해 손배판결을 내림으로서 이후에도 노조를 재건하는 것에 발목을 잡는 판결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손배가압류 관련 개정법안을 마련하고 11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동익 조직국장은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이전에 진행된 손배가압류 신청 사건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해결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는 손배가압류 남용에 대한 제도적 규제책이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효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이하 효성해복투)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울산지법의 손해배상판결은 명백히 시대착오적이고 반노동자적인 판결”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파업이 일어났던 해의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도와 이듬해보다 월등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효성자본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한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효성해복투는 “진정 사법부가 우리 노동자들에게 죽음으로 강요한다면 우리들은 목숨을 걸고 투쟁으로 화답해 줄것이다. 손배가압류가 철폐되는 그날까지 우리들의 투쟁은 결코 멈추지않을 것”이라며 불복 의사를 분명히 천명했다.
'손배가압류 철폐'를 외치며 죽어간 고 김주익 열사의 1주기 하루 전날 해고노동자들에게 떨어진 거액의 손배 판결. “노동자들에게 굴종하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죽으란 말이냐”는 동일한 외침을 바라보는 기자의 심정 역시 씁쓸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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