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정규직 되는 세상 이제는 끝장내자"

비정규직 철페, '이용석 열사 정신계승 실천주간 선포식' 열려

지난 해 10월 26일 이용석 열사(근로복지공단 비정규노조 광주전남 본부장)가 비정규노동자대회에서 "비정규직 철폐하라"를 외치며 분신한지 1년. 26일 오후 1시 종묘공원에서 이용석 열사 분신 1주기를 기리는 '비정규직 철페, '이용석 열사 정신계승 실천주간 선포식'이 열렸다. '아름다운 청년 이용석 노동열사 정신계승 공동 실천주간'은 2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이날 선포식에는 100여 명의 많은 정규, 비정규직 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위암 말기로 투병 중인 정종태 전 재능교육교사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곳에서 비정규직 동지들이 다 같이 모여 집회를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흘러갔다"며 "건강을 빨리 회복해서 열사의 뜻을 기리는 투쟁에 동지들과 함께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회사를 맡은 김태진 공공연맹 부위원장은 "이용석 동지가 바로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을 철폐하라며 분신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슬픔과 회한을 전국에 알려 냈지만 지금 정부는 비정규법안 개악을 통해 오히려 이 나라의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고 하니 슬픔과 분노와 비탄을 금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김태진 부위원장은 "열사가 말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하반기 총파업을 강력하게 조직하자"고 강조했다.

선포식 이후 참가자들은 자전거를 타고 종묘공원에서 출발하여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약식집회를 갖고 영등포 근로복지공단까지 이동하며 거리 선전전을 진행했다. 이 자전거 행진은 작년 이용석 열사가 분신했던 당일 노동자들의 집회와 노숙 농성장까지의 경로를 재현한 것이다.

4시 50분경 근로복지공단에 도착한 노동자들은 정문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폐업철회와 산업공동화 저지 등을 요구하며 220일째 장기투쟁을 벌이고 있는 구미 금강화섬노조의 백문기 위원장이 첫 발언에 나섰다. 백문기 위원장은 "검게 그을린 열사의 몸을 부여잡고 투쟁했던 작년의 열사정국이 생각난다"며 "총파업투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자"고 말했다.

정낙준 근로복지공단 비정규노조 부위원장도 "열사가 외친 비정규직 철폐의 의미는 단지 정규직이 되게 해 달라는 외침만은 아니었다. 비정규노동자, 이주노동자, 정규직 모두가 노동세상의 주인이 되게 해달라는 외침이었다"며 "이용석 동지의 그 정신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열사의 뜻을 기억하며 장시간 자전거를 함께 탄 서로에게 격려의 악수를 건네고 비정규직철폐연대가를 부르면서 집회를 마쳤다.


저녁 7시부터는 민주노총 건물 뒤 중마루공원에서 '열사정신 계승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는 전국문화예술노조 충주시립우륵국악단지부의 공연으로 시작되었고 노동가수 박준, 노동문화예술단 몸짓선언, 전국사회보험노조 서울지역본부 노래패 <청년>,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문화패 등의 공연이 있었다.

열사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최근 다시 전면 투쟁을 시작한 이용덕 '이해남, 이현중 열사 추모사업회' 사무국장은 "작년 감옥에 있을 때 10월 17일 김주익 열사, 23일 이해남 열사, 26일 이용석 열사 소식을 들었다. 70년대 전태일 열사는 대학생 친구가 없어서, 조직이 없어서 분신을 했다 하지만, 민주노총도 있고 동지들도 있는데 이 많은 열사들이 왜 분신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며 당시 망연자실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용덕 사무국장은 "단 3명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150명의 구사대와 맞서 싸운 열사들을 생각하며 열심히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최근 정규직이 된 근로복지공단의 주은선 조합원은 "정규직이 되어서 기뻐야 하지만 어용노조의 조합원이 될 생각을 하면 어깨가 무겁다"며 "정규직이 되어도 열심히 이용석 열사를 기억하며 민주노조를 만들기 위해 활동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동지여 죽어서야 정규직이 되었구나
볼따귀 타고 흐르는 눈물 주체할 수가 없어
콧등에 머물러 주르르 턱밑으로 툭툭 떨어져
부르르 떨리는 손목아지 하늘을 가리고 터짓들한 심장 잠시 멈추었다.
온세상을 몸부림 치듯 하얀 눈은 죄많은 세상을 닦아내듯 대지를 닦아낸다...

당신을 보내는 날 왜이리 매서운 찬바람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지
눈물과 한숨이 한데 엉켜 엉엉울었다.
죽어야 정규직이 되는 세상"

주봉희 방송사비정규노조 위원장의 추모사가 이어질 때는 참가자들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이호동 공공연맹 위원장은 "노동악법 개악 저지를 위해 현장을 조직하는 것이 열사가 바라는 것이라 믿고 쫓아다니느라 오늘 선포식에도 못 왔다"고 말하고 "오늘 행사는 열사 분신 1주년 기념하고 끝나는 연례행사가 아니라 하반기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을 앞두고 결의하는 자리로 매김해야 한다. 그것이 이용석 열사를 역사속에서 되살아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화제에는 이용석 열사의 친형 이병우 씨도 참석했다. 이병우 씨는 "작년 정말 추운 겨울을 보낸 이 공원에 우리가 모인 것은 자신과의 한 약속을 되돌아 보기 위한 것"이라며 1주기 문화제를 맞는 의의를 전했다. 이병우 씨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은 그 추웠던 겨울보다 더 험난하고 힘들 테지만 왜 모였는지, 이 자리에 왜 왔는지만 안다면 그것 자체가 성과"라고 말했다. 또 "용석이가 분신한 것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여기모인 분들이 자신과의 약속을 꼭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9시가 넘도록 진행된 문화제를 끝으로, 이용석 열사 1주기를 추모하는 26일 행사는 모두 마무리되었다. 오는 30일에는 광주 망월동 구 묘역에서 이용석 열사 1주기 추모제가 열린다. 또 31일 열리는 공공연맹 결의대회에서는 제1회 아름다운청년 이용석노동자상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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