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 맞는 이주 농성장, 흔들림은 없어

15일, 명동 성당 들머리 이주 농성장 1년

김주익, 이용석, 이해남 열사가 손배가압류, 비정규 차별, 노조 탄압에 항거, 연이은 죽음의 행렬에 내몰리던 작년 가을, 정부는 불법체류 이주 노동자의 합법화를 위한 등록을 시행하고 ‘선택적 합법화’의 대상에서 제외된 4년 이상 체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했다. 강제 추방의 공포 속에 이주노동자들이 연이어 죽음을 선택했지만 정부의 단속의지에는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2003년 11월 15일, 정부의 대대적 합동 단속 예정일 이틀 전날 8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추방 철회,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며 명동 성당 들머리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장에 모인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은 4년 이상 체류 이주노동자로서 정부의 집중 단속대상이 될 처지에 놓여 있는 상황이었다.

11월 17일부터 2차에 걸친 대대적인 합동 단속에 실효를 거두지 못한 정부는 올해 1월 자진출국 시한을 2월까지 연장하고 고용허가제로 다시 들어올 수 있게 해준다는 소위 '합법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재입국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 하더라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상황에서 산업연수생으로 다시 들어오든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든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게 되는 사정이 별반 달라질 것은 없었다. 때문에 농성단은 “고용허가제를 거부하고 이주노동자들은 끝까지 싸우며 국내에서 노동허가제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투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백주대낮에 혹은 야밤에 이주노동자들이 수갑에 채워져 끌려갔다. 심지어 가스총까지 동원된 단속이 이어졌다. 보호소 내에서의 10여 일 단식 투쟁을 진행하던 이주노동자들까지 강제 추방당했다. 마구잡이 단속과정과 보호소에서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권탄압에 대한 각계의 비난이 이어졌지만 단속의 서슬은 퍼렇기만 했다. 이 과정에서 샤말 타파 농성단 대표가 강제 출국 당하기도 했다.

특히 8월 17일 고용허가제 시행 전후로 또다시 집중 단속이 진행되었고, 최근에는 법무부에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반한 단체, 테러리스트라는 얘기까지 흘리는 상황이다.

다시 겨울 맞는 농성장, 그러나 흔들림은 없어


농성 돌입 1년이 지났지만 위에서 언급하듯 정부의 정책에서는 변화의 흐름이 감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농성 1년을 맞는 이주 노동자들은 변화의 변화를 거듭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체류 외국인으로만 인식되던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노동자’의 문제로 사회적 의제화했고, 인권의 사각에 몰려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실상을 동정이 아닌 ‘권리’의 문제로 자리잡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동성당 이주 농성장은 이제 40만 이주 노동자들의 투쟁의 상징이자 구심으로 자리매김했고, 이주 농성단은 향후 이주노동자 운동의 주체로 발돋음 했다.

아누아르 명동성당 농성단 대표는 “현재 명동성당 농성단과 이주노동자 운동의 향후 방향에 대해 농성단 안팎에 다소 시각의 차이들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노조로서의 전화와 지역 중심의 운동에 대한 고민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성단은 오는 18일 목요일 집중 집회에 맞추어 명동성당 농성 1주년 행사 집회를 진행한다. 또한 28일에는 민주노총 주최로 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이어서 12월 18일에는 ‘세계 이주 노동자의 날‘ 기념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매서운 찬 겨울을 지나 다시 농성장에서 겨울을 맞고 있지만 ‘노동’허가제 쟁취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이 다음 투쟁에 맞춰 가다듬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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