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역시나 포문은 노대통령이 열어

공무원 노조 덕에 정부와 조선일보 화기애애

역시나 포문은 대통령이 열어

노동귀족 여기있소!-14일 금속연맹 사전결의대회에서

포문은 대통령이 열었다. ‘거리의 주말’ 이 막을 올리기 직전인 14일 오전(현지 시간 13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해외 동포 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의 경우 고용이 확실하고 소득도 안정돼있다”며 “그들만의 노동운동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민주노총을 다시 공격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같은 날 오후에는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공무원 파업 가담자 전원 중징계’를 재확인한 관계장관들은 회의를 마치고 기자브리핑에 나섰다.

약속은 지킨다는 허성관 행자, '설마는 없다'

허성관 행자부장관은 “공무원노조 파업 가담자에 대해 해직 후 다시 복직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일체 소용없을 것”이라며 "일부에서 전교조를 예를 들어 처벌 후 복직 가능성이 운운하고 있으나 이번 전공노 사태에는 설마가 없다“ 고 말했다. 또한 ”관련 기관은 공무원 징계가 발생할 때마다 이미 뽑아서 대기하고 있던 인원으로 충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행자부 장관의 이런 대응을 미리 주문한 신문 사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는 11월 6일자 ‘전공노는 일 하기 싫으면 자리라도 내놓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전공노는 정말 이렇게 막 가겠다면 공무원 자리라도 비워주어야 한다. 지금 거리에는 공무원만 시켜준다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갈 청년 실업자가 40만명 넘게 흘러넘치고 있다’며 청년실업 문제를 ‘걱정’한 바 있다. 별일 아닌 일로 티격태격하는 조선일보와 현 정부가 공무원노조에 대해선 정확히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일보의 지시를 ‘수구보수’세력 뿐 아니라 ‘참여정부’ 또한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조선일보의 뜻을 받들어

14일 노동자 대회에 경찰봉쇄를 뚫고 참가한 조합원이 깃발을 꺼내묶고 있다.

이러한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조선일보의 뜻을 충실히 받들어 검, 경이 나서고 있다. 대검 공안부는 15일 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 돌입에 대해 "단순 파업참가자라고 하더라도 입건 조치 등 형사 처벌하겠다"고 발표했고 안창호 대검 공안기획관은 "공무원노조 파업 참가자에 대해 처벌 수위와 범위를 확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경찰도 공무원들의 체육대회, 단합대회등에 대해서 노조원의 실질적인 집단행동으로 규정해 현행범으로 처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인 지난 15일 폭로한 행정자치부의 이른바 ‘전공노 총파업 관련 징계업무 처리 지침’이라는 문건 내용은 점입가경이다.

그 문건에는 △불법행위 가담예상자 리스트 작성 및 인적사항ㆍ사진 사전확보 △근무 이탈자의 통화기록 및 위치추적 실시 △요인물의 가족 친지 친구로부터 동태파악 및 주변동료, 인지자들의 대담 입증자료 확보 등의 지시사항과 △파업을 묵인ㆍ방조하는 공무원ㆍ감독자의 신상과 불법행위 채증 △과거행적까지 낱낱이 포함해 정상참작사유 완전삭제 △정부방침에 소극적인 자자체에 대한 사실 채증과 적절 조치 △시ㆍ도의 정부지침 이행실태에 대한 검경첩보 입수 △중징계로 인한 후임자 보충 발령 사전준비 등의 지침이 포함되어 있다. 이 쯤 되면 노무현정권이나 노태우정권이나 마찬가지라는 세간의 평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정부와 언론은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노동운동 탓으로 돌리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용이 확실하고 소득이 보장’된 민주노총은 입을 다물라고 주문하고 비정규 개악안을 철폐하라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그들만의 총파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과 원칙' 지키는 '선진적' 노사관계?

드물긴 하지만 정부와 언론이 입을 모아 선진적 노사관계의 전형이라고 칭찬하는 대공장 노조가 한 군데 있긴 있다. 지난 9월 금속연맹에 의해 제명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바로 그곳이다. 현대중공업노조는 비정규직의 어려움은 본체 만체 하고 투쟁만 들먹이는 ‘노동귀족’ 들하고는 다르단다.

‘선진적’ 노사관계의 전형으로 상찬 받는 10년 무분규 사업장 현대중공업노조는 작년 비정규노동자 박일수 열사가 제 몸에 불을 붙여 비정규직 차별을 고발했을 때 유가족 납치기도, 분향소 파괴, 선전 피켓 압수, 영안실 폭력난입 등 다양한 방법의 ‘선진적, 사회통합적’ 노사활동을 펼친 바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노조는 장기 해직 노동자들이 회사 앞에서 복직 요구 선전전을 ‘대화와 타협’의 노사협력을 위해 막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 해고자인 울산동구이갑용 구청장이 해고자 아침선전전에 참여하자 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들은 정문 앞에 설치된 해고자들의 ‘불법선전물’을 철거할 것을 구청에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구청장을 ‘법과 원칙’에 따라 직무유기로 고발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노조의 원칙 앞에선 전직 위원장이나 해고자 구청장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아마 민주노총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과 공무원 노조에 대한 정부의 '원칙적' 대응은 '선진적'인 현대중공업노조를 보고 배운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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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전국공무원노조 ,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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