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 패러디 포스터에 어거지 법 집행 입장

보수언론 한 목소리로 강경대응 주문, 허성관 행자 경질 여부 주목

행자부, 패러디 포스터에 법적 대응 운운

전국공무원노조에 대한 행자부의 과잉대응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무더기 중징계와 탄압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행자부가 이번에는 패러디 포스터에 대해 엄정 처벌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전국공무원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가운데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확연하게 엇갈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지난 15일 허성관 행자부 장관을 지명수배한다는 패러디 포스터를 제작해 각 지부를 통해 배포하고 이를 홈페이지에 개시했다. 혈세낭비, 국회모독, 직권남용, 지방자치역행 등을 허성관 행자부 장관의 죄목으로 적시한 포스터에는 노무현 대통령, 김대환 노동부 장관, 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 공범으로 포함되어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홈페이지에 포스터가 게재된지 이틀 만인 지난 17일, 행자부는 패러디 포스터에 대해 발끈하며 엄정 대처하겠다고 나섰다. 행자부는 전국공무원노조가 파업을 비롯한 불법집단행동에 대한 ‘반성’도 없이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를 통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무원노조, "행자부 법적대응시 헌법소원으로 맞서겠다"

행자부의 이런 입장에 전국공무원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조는 18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패러디 물을 명예훼손으로 수사하겠다는 행자부의 엄포에 대해 실소를 금할 길 없고 연민의 정까지 느낄 정도라고 일침을 놓았다. 또한 실제로 법적대응이 이루어질 경우 언론, 출판등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 21조 1항에 의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궁색해진 행자부는 포스터에 공범으로 이름이 올라간 대통령을 걸고 넘어졌다. 휴일인 지난 19일 행자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경찰에서 제작경위와 배포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포스터로 인해 허장관의 명예가 훼손됐을 뿐 아니라 국가원수인 노무현 대통령을 공범으로 몰았고 국가원수와 관련된 것은 통상 수사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순태 전국공무원노조 언론국장은 “어제(19일) 영등포 경찰서 쪽에서 수사지시가 내려왔다며 포스터 제작자와 배포 경위등에 대해 전화로 확인했다”며 “아마 오늘부터 본격적 수사가 진행될 모양”이라고 전했다. 강순태 언론국장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알몸 패러디 사진을 버젓이 게시한 곳이 청와대 게시판이 아니냐”며 행자부의 대응에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성관 행자부 장관이 연말 개각시 경질대상자로 오르내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강순태 언론국장은 “우리도 허성관 장관의 경질을 주장하고 있는데 오히려 이번 포스터로 힘이 실리는게 아닌가 우려된다” 고 답했다. 이번 포스터 사건을 통해 보수언론이 행자부의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나서고 노무현 대통령의 특유의 인사스타일상 허성관 장관에 대한 공무원노조와 노동계의 비판이 거세질 수록 오히려 재신임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공직사회 개혁, 대학사회 개혁과 공무원·교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 는 허성관 장관 퇴진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허성관 장관의 퇴진 이유로 △공무원노조 대화 요구 무시, 탄압으로 일관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에 역행하며 온갖 불법 자행 △지방자치 말살하고 국민협박 △‘다이어트 망언’ 을 적시하며 진행되는 이 서명에 민주노총은 단위 노조까지 적극 참여할 것을 중집을 통해 결의한 바 있다.

엇갈리는 언론 보도, '과잉대응이다' vs'단호하게 징계하라'

또한 이번 행자부의 강경대응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려 주목을 끌고 있다. 경향신문은 20일자 사설에서 “공무원노조의 이같은 행위가 왜 수사대상이 돼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행자부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표현의 문제에서 끝나야 할 일을 수사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명백하게도 과잉 대응이다”고 지적한 이 사설은 “행자부가 (공무원노조에 대해)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강공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반해 동아일보는 ‘공무원이 장관 지명 수배하는 나라’라는 20일자 사설에서 솜방망이 징계 때문에 전공노가 정부를 우습게 여겨 패러디 포스터를 만들고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헌법소원 운운한다며 “이 상황에서 허 장관이 할 일은 정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단호하게 징계하는 것”이라며 대량징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세계일보도 20일자 사설에서 “이번 전단 제작·배포 사태의 주동자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된다. 다짐대로 ‘엄정처리’해야 한다”며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허성관 행자, 연말 개각에서 경질여부 주목

그러나 정부와 보수언론의 이런 공세에도 불구하고 전국공무원노조 현장의 분위기는 오히려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파면 처분을 받은 인천 부평지부의 한 조합원은 “파업이 노동자의 학교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부구청장을 통해 은근슬쩍 징계장을 전달하려는 구청장에게 징계처분자로서 떳떳하다면 당신이 직접 징계장을 전달하라”고 요구했다며 “우리 조합원들도 구청장 파면장을 만들어 전달했는데 안 받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또한 지부사무실 폐쇄 등의 압력이 가해지고 있지만 징계자를 중심으로 해서 열심히 싸우고 있다며 “이번 파업에 대한 전술적 평가는 엇갈릴 수 있겠지만 이 고난이 오히려 공무원노조가 올곧게 서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무튼 연이은 강공에도 모자라 보수언론의 여론몰이를 등에 업고 행자부가 패러디포스터에 대해 어거지 법집행을 계속 고집하고 나설런지, 연말연초 개각대상자로 오르내리는 허성관 장관의 진퇴에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경질요구가 어떻게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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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 행자부 , 패러디포스터 , 허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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