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사과 vs 퇴진

[2004년 민중운동 쟁점보고서](3) - 파병
노무현정권에 대한 정치적 태도,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민중운동의 주요 쟁점보고서를 시리즈로 연재한다. 민중운동의 주요 쟁점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것도 있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진지하게 토론된 것도 많이 있다. 미디어참세상은 연말을 맞아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차분하게 진행된 올해 민중운동의 다양한 쟁점을 찾아 하나씩 소개한다. 세 번째로 '파병반대 운동'을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였다.

김선일 씨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와

6월 23일 이라크 무장세력에 피랍된 김선일 씨가 끝내 피살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6월 25일 미디어참세상은 "남의 일로 여겼던 이라크 전쟁에서 한국 사람 고 김선일 씨가 죽게 된 배경, 그것은 명백히 한-미동맹 시스템 때문이다. ... 사태의 진실, 그 핵심은 간단하다. 제국주의 국가간 세계 질서 재편과 초국적자본간 경쟁 격화의 정점에서 감행된 미국의 이라크 침략, 이라크 점령군에 대한 이라크 민중의 끈질긴 저항과 세계 반제반전운동의 고양, 이윽고 미국의 전쟁 패퇴 징후, 위기에 처한 미국의 신군사전략을 동반한 동맹국과의 결속 강화, 그에 따른 한-미동맹 시스템의 풀가동, 마침내 고통스럽게 죽어간 고 김선일 씨... 거듭 확언컨대, 고 김선일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한-미동맹이라는 썩어문드러진 정치적 작동 시스템이다"라는 논평을 발표한 바 있다.


고인을 애도하며 이라크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국민행동)과 인권단체 등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국민행동이 주최하는 집회는 연일 이어졌지만 촛불집회로 제한하는 집회 방식과 슬로건 문제 등 반전 파병반대 투쟁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행동의 활동과 별도로 만민공동회나 인권단체의 파병반대 투쟁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파병반대 투쟁은 7월을 넘기면서 더 이상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못 한 채 동력이 떨어졌고, 결국 8월 3일 서울성남공항을 떠난 짜이툰부대를 막지 못했다.

파병 반대 운동에 있어 최대의 논쟁은 김선일 씨 죽음 이후 파병반대 투쟁의 방향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논쟁은 국민행동 운영위 등 내부에서도 진행되었지만, 인터넷언론에서도 뜨겁게 달구어졌다.

최초 김태경 오마이뉴스 기자가 '월간 인물과사상'에 '노정권과 시민단체들, 유착 혹은 상생?'이라는 기사를 발표하고, 이에 대해 민언련이 오마이뉴스에 반론글을 싣고, 국민행동에서 활동한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이 김태경 기자의 글을 반박하면서 대중적 논쟁으로 확산되었다. 이태호 정책실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다시 박준도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이 반론글을 미디어참세상과 프레시안에 기고하였고, 이태호 정책실장이 8월 31일 답글을 제출함으로써 일단락 되었다.

김태경, "시민운동은 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다"

김태경 기자는 2003년 9월 이후 추가 파병 문제를 계속 추적하면서 시민단체들의 파병반대 의지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이 눈에 띄었고 특히 6월 23일 김선일 씨가 피살된 뒤 벌어진 일련의 촛불시위에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껴 글을 썼다고 밝힌다. "이른바 '주류' 또는 '이름 있는' 시민단체들이 현 정부의 잘못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과감하게 비판하기보다는 미국 탓, 수구세력 탓 또는 정부 내의 친미라인 탓으로 돌리며 변죽만 울린다고 느껴졌다. ... '노 대통령님, 파병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호소하는 '읍소형' 운동으로 전락하고 있는 듯 보였다"고 쓰고 있다.

김태경 기자는 집회 현장을 직접 취재한 후 시민단체들이 '노 정권을 직접 겨냥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 '퇴진'과 관련한 국민행동 내부의 논란을 정리하면서 시민운동 지도부의 문제의식을 기사화했다. 내부 논란과 관련 "노사모나 국민의 힘 같은 보다 많은 대중이 참여하도록 하자, 이라크 파병은 미국의 압력 때문이다”라는 주장과 "읍소형 추모집회로 오히려 대중운동 동력을 갉아먹었다. 노무현 열혈 지지자들은 파병반대 집회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노 정권 지지율이 20% 후반대인데 무슨 운동의 분열이냐"는 주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밖에 '노 정권의 운명과 로드맵을 걱정하는 시민단체', '북핵 문제와 이라크 파병의 빅딜이라는 순진한 착각', '이중잣대와 NSC에 대한 잘못된 인식', '대체 김도현 외무관은 누구일까?', 'NLL 월선 사건을 둘러싼 코미디 같은 풍경과 진실', '군 전체와 청와대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민운동의 미래에 대단히 좋지 않다'는 등의 부제를 통해 북한경비정의 NLL월선 사건 과정에서 보인 시민단체의 태도나 정부의 이라크파병 보도통제에서 보인 언론시민단체의 침묵 등 시민단체의 태도를 조목조목 짚기도 하였다.

이태호, "국민행동 내 의견 차이 심하지 않다"

이태호 정책실장은 8월 24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 '근거있는 실사구시적 비판을 기대한다'에서 김태경 기자의 글에 대해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도된 결론을 이끌어내려 한 나머지 비약과 과장, 사실검증 없는 불충분한 추론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말문을 열고 반론하는 형식으로 주장을 펼쳤다.

이태호 정책실장은 "과연 노무현 정권 퇴진이 쟁점이었는가?"라고 묻고 "시민단체만 반대한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 민노당, 민중연대, 통일연대 등 대다수 민중단체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운영위원회 대다수 단체가 노무현 정권 규탄이 적절한 구호라고 입장을 밝혔다. 노무현정권에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실현가능성 없는 노무현정권 퇴진보다 노무현 사과, 노무현 규탄 등을 외치는 것이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로부터 운영위원회에서 세 차례나 이 문제가 거론된 데 대해 "노무현 퇴진을 주장하는 단체가 있어서가 아니라 회의석상에서는 다들 동의해 놓고 집회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민단체들은 '자주파 : 친미수구'의 구도에 동의하는가?" 부분에서는 "대통령이 탄핵되건 말건 세상에는 파병찬성론자와 반대론자 두 종류의 인간밖에 없다"고 말하고 "NSC 내 자주파 : 친미수구 식의 대립등식은 조선일보가 만들어 낸 거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최민희의 "노무현 대통령님 파병을 철회해주십시오" 등 발언이 읍소형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최 총장의 발언은 그 날 발언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발언"이었고, "정세에 걸맞는 대중연설의 생생한 사례"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글의 마지막 '평화운동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 부분에서는 "김 기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파병반대국민행동 내에 이견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 나는 사소한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아직 취약한 평화운동 역량의 강화를 위해 서로를 보듬고 단결할 때라고 믿는다"고 정리하였다.

박준도, "'노무현 퇴진 논쟁'의 진실을 왜곡말라"

박준도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은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의 '김태경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폈다. 이태호 정책실장이 당시 전개되었던 논쟁 과정을 자의적으로 잘못 전달하고 있다는 반론이었다. '노무현 퇴진 논쟁의 진실을 왜곡말라'는 대목에서 "나는 이태호 실장의 글이 시민단체의 입장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노무현 퇴진'에 대한 모두의 입장을 애매하게 서술하거나 뭉뚱그려 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서로 입장차이가 무엇인지, 무엇을 가지고 논쟁을 했는지를 애매하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며 이태호 실장의 논지가 잘못 되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태호 실장이 노리는 효과가 "'노무현 퇴진'을 둘러싼 논쟁이 매우 소모적이었고 쓸모 없었다는 것"이라고 짚고 "파병반대 운동이 미국의 군사패권주의에 맞서는 유력한 운동으로, 전 세계 민중의 평화를 향한 의지를 스스로 담으려는 운동으로 성장하려거든 이 논쟁의 의미를 정확히 재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준도 사무처장은 △파병반대 국민행동에서 '노무현 규탄'을 둘러싼 논쟁 △시민단체의 노무현 비판? △노무현 퇴진 주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의 진실 △지금 파병반대운동에 필요한 것 등의 항목으로 나눠 자신의 주장을 조목조목 정리했다. '논쟁의 진실' 부분에서는 "시민단체는 '파병반대운동은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다수화 전략을 위해서 파병철회만을 주장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되풀이해서 제기해 왔고,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의힘, 다함께,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학생연대회의 등은 '파병강행의 모든 정치적 책임은 노무현이 져야 하며, 노무현에 대한 예리한 비판과 대중의 직접적인 행동이 파병반대운동의 숨통을 틔게 할 것'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강조해왔다"고 정리하고, "이것은 파병반대운동의 정치적 방향에 대한 분명한 '입장 차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무현 퇴진 주장과 관련 "'노무현 퇴진' 슬로는 노무현정권의 성격, 노무현정권에 대한 입장과 태도의 문제를 표현한 것이다"라고 전제하고, "미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협조하는 정권, 신자유주의 세계화(국익)와 이를 무장한 군사력으로 엄호(한미동맹)하려는 정권 - 바로 그 노무현정권에 일체 협력할 수 없으며, 민중은 이를 거부한다는 뜻을 가장 명료하게 표현한 것이 '노무현 퇴진' 슬로다"라며 그 의미를 설명했다.

박준도 사무처장은 노무현 '퇴진'을 둘러싼 논쟁의 교훈으로 "정치적 입장에 관한 한 광범위한 대중의 토론을 보장하고 조직하는 것이 파병반대 운동에 진실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은 대중의 정치적 각성을 스스로 돕는 것이며, 스스로 자신의 실천을 조직하는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파병 강행 결정 주체는 노무현정권

박준도 사무처장의 반론에 대해 이태호 실장이 '건강하지 못한 논쟁을 더 이상 하지 말자'는 글을 내놓음으로써 인터넷언론 지면을 통한 논쟁은 일단락 되었다. 노무현정권의 파병을 둘러싼 이 논쟁은 몇몇 활동가 차원의 논쟁은 아니었다. 위 논쟁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논쟁의 핵심은 노무현정권에 대한 민중의 정치적 태도를 무엇으로 하는가에 있었다.

노무현 퇴진 요구는 안 되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노무현 규탄(사죄)과 함께, 미국 규탄, 진상규명, 의원압박 등의 요구를 함께 제기했다. 노무현정권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미국이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김선일 씨 피랍 이후 과정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을 강조하고, 국회의원을 압박함으로써 대중 파병반대 여론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노무현 퇴진을 주장한 세력은 노무현정권이 침략 전쟁에 동참하고 있고, 김선일 씨의 죽음의 원인을 제공했고, 파병 반대를 요구하는 국민을 향해 테러를 운운하는 노무현정권에 대한 일말의 미련을 떨쳐야 파병 반대 여론도 오히려 높아질 것이고 주장했다. 이 두 주장은 모두 노무현정권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논쟁을 더욱 확대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

논쟁은 노무현정권에 대한 정치적 태도 뿐만 아니라 대중 동원, 집회 문화, 운동 지도부의 문제, 8.3사태로 불거진 운동권 내부의 권위주의 문제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러나 논쟁의 실천적 의미나 성과와 상관없이, 파병반대 운동의 대중적 힘은 모아지지 않았고, 8월 3일 짜이툰 부대가 아르빌로 날아가는 것을 끝내 막지 못했다.

결국 노무현정권은 한국을 세계 3위의 파병국으로 만들어놓았고, 전범국가로 낙인찍히게끔 만들었다. 3, 4개월이 지난 지금, 한-미동맹의 정치적 군사적 관계는 더욱 강화되고 있고, 이라크 침략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민중법정이 유죄 판결을 내린 지금, 이 나라를 지배하고 세력들은 한 목소리로 파병연장동의안을 처리할 날을 받아놓고 있다. 노무현정권에 대한 정치적 태도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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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 반전 , 평화 ,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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