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책은 직접 관장"

[연말기획]'올해의 대통령 어록'으로 돌아본 2004년(4)
한-일FTA, 노동운동 때리기는 대통령이 직접 관장

대통령이 중소기업정책 직접 관장 호언

7월 7일 열린 경제민생점검회의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관장해서 중소기업 정책 조정기능을 활성화하고 중소기업 대책을 차질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 구체적인 안이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우리경제의 근간이며 기술혁신의 주체,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중소기업을 살리고 대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백방으로 추진’됐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은 분명히 뜨거워 보인다. 대통령은 대공장노동자, 민주노총을 비판할 때마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들먹였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을 정도로.

노대통령, "FTA는 늦출 수 없는 과제"

지난 12월 16일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제3차 대외경제위원회’에서 노 대통령은 “FTA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적극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현재 대통령과 정부는 한일 FTA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FTA가 일반화되면서 체결이 안 된 나라에서 우리 상품이 밀리고, 추방 위기감이 든다"고 말할 정도로 한일 FTA에 대한 대통령과 정권의 집착은 강하다.


그런데 한일 FTA가 통과되면 자동차, 기계, 전자, 철강 등의 분야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즉각 입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타격을 입는 것이야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그나마 대기업은 중소기업으로 손실을 떠넘기며 버텨나갈 것이고 결국 그 타격은 고스란히 중소기업에 전가된다.

상품생산 분야에서 입는 타격만 큰 것이 아니다. 또한 게이단렌을 필두로 한 일본의 사용자 단체는 한일 FTA ‘비관세 장벽 소위원회’에서 △한국의 노동위원회가 노동쟁의를 해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 △‘무노동 무임금’ 원칙 준수 △ 휴가수당에 대한 사용자의 의무 철폐 △퇴직금 산출 유연화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엄격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 등을 요구했다. 물론 한국 전경련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한일 FTA직격탄은 중소기업이

이른바 개발연대에 수출자유지역을 비롯한 일본 투자기업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된 노동탄압이 재발할 것은 명약관화 하다. 그리고 그 일본투자기업들은 주로 일본 내 모기업의 하청이나 부품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이었다.

결국 국내산업 전반에 타격을 미칠 가능성이 높으며 대일무역역조의 심화도 우려된다. 그러나 이것이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일 FTA가 체결되면 경쟁력 강화, 체질개선 등을 핑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질 것이 틀림없다. 결국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이 치킨게임에서 먼저 도산하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내몰리게 된다.


미디어참세상의 기사를 통해 돌아보면 올해 2월 한일 FTA 2차 협상에 맞춰 한일 양국의 시민사회 단체는 동시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밀실협상을 즉각 중단 할 것을 축구했다. 한일 양국 민중들의 싸움은 연내 계속됐고 마침내 지난 11월에는 다수의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포함된 ‘한일 FTA저지 민중투쟁단’이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노동자들과 함께 ‘한일 FTA반대’, ‘니칸 FTA 한따이’를 함께 외쳤다.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중소기업 노동자를 생각하라는 훈계를 내리고 한일 FTA를 적극추진하는 것으로 보아 “중소기업정책을 직접 관장”하고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로 보인다.


"갈등해결 잘해야 민주주의 성숙"
갈등해결의 특효약은 서울시경 1기동대

신뢰 확보, 투명한 공개로 갈등관리

2월 12일 열린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주최 국정과제회의’에서 노대통령은 “갈등관리의 키워드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으로 진실하게 접근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기본조건"이라고 말했다.

또한 "역사적으로 오랜 권위주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 행정우월적 사고가 법체계나 제도 중에 스며있지 않은지 살펴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한국민주주의의 성패는 갈등해소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서 ‘투명한 정보공개,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을 앞세우며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과제가 갈등의 조정과 관리’라고 평가했다.

갈등관리야 말로 이 정부의 전공분야

갈등관리야 말로 이 정부의 전공분야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핵폐기장 설치 문제를 둘러싼 부안 사태의 처리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갈등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11월 9일 △정부가 총 4백21명에 대해서 해외시찰, 언론사 기자 등에게 접대부를 동원해 술 접대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주민 수용성을 위도 주민으로 한정해 우수한 것으로 평가 △현금 보상에 대한 루머에 대해서 적극 대처하지 않아 상황을 악화 시켜 부안군민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런 일들은 주로 작년에 발생한 일이지만 올 해도 정부는 부안의 갈등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10월 7일 부안핵폐기장 백지화 삼보일배단은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경 1기동대로부터 폭력세례를 받았다. 주로 중노년층으로 구성된 데다 3일간의 삼보일배로 지쳐있던 120명의 부안주민들의 핵폐기장 완전 백지화 요구에 정부는 방패와 헬멧으로 답했다. 같은 날 국정감사에서는 산업자원부와 한수원이 광고기획사를 통해 부안지역 여론조작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단식뉴스는 뉴스도 아니게 만들어

천성산 환경보호를 위한 지율스님의 58일 단식에 이은 66일에 달하는 초장기 재단식과 파병 반대를 위한 김재복 수사의 58일 단식, 박기범 동화작가의 44일 단식으로 웬만한 단식투쟁은 뉴스거리도 아니게 만든 것도 현 정부의 갈등관리 정책 덕분이다. 환경단체와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해 지율스님이 58일의 단식을 풀고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


지율스님은 지난 10월 27일 다시 단식에 들어갔고 그 단식은 31일 현재 66일째를 맞이 하고 있다. 대통령은 갈등관리의 키워드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으로 진실하게 접근하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라 말했다.

밀실협상은 밥먹듯

쌀수입개방도 정부의 갈등관리 원칙이 잘 드러나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다. 얼마전 허상만 농림부 장관은 쌀협상 결과를 발표하며 “그동안 국민대토론회, 시장.군수.의회의장 토론회, 읍.면장 설명회, 농민단체장 간담회, 농업통상정책협의회, 학계의 쌀대책협의회, 방송토론회 등 1백회가 넘는 토론회를 통해 제시된 각계의 의견과 농어업.농어촌대책특별위원회의 건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만들은 올 한해 네차례의 농민대회를 열어 “밀실 쌀협상을 중단하고 협상 내용을 공개하라” 고 외쳤으나 정부는 ‘투명하게’ 모르쇠로 일관했다. 12월 17일 쌀협상국민대토론회는 농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갈등관리의 특효약, 경찰폭력

부안핵폐기장 문제 때와 마찬가지로 쌀수입개방 문제에서도 갈등관리에 나선 것은 경찰이다. 농민대회가 있을 때마다, 특히 지난 12월 20일 전국농민 상경차량 투쟁 당시에는 경찰들이 나서 농민들의 차 유리창을 방패로 박살내고 차 안 농민들을 끌어냈다.


경찰에 의한 갈등관리의 대미는 30일 국회 앞에서 벌어졌다.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해 1,300여명의 단식자들이 농성하는 동안 대통령은 여당 고위당직자들을 불러 “연내에 폐지가 되든 안되든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한나라당과 협의를 격려했고 열기가 최고조로 달한 어제 역시 서울경찰청 1기동대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자들을 토끼몰이 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