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과 민생, 어디 집중할 지 갈팡질팡
12월 14일 민주노동당 의원단-최고위원 회의에서는 국가보안법 문제를 둘러싼 토론이 진행되었다.
심상정 의원은 "원내에서는 (국보법 연내 처리가) 100% 안 된다고 본다. 당의 전술기조는 '민생-개혁과제 입법'으로 가야한다. 세금감면, 기업도시, 국민연금 등 경제 현안에 종합적인 프로그램을 가지고 일관된 실천을 해야 한다. 민생에 대한 실천이 강화되어야 국보법 등 개혁과제에 대한 정당성도 커진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였다.
한편 김창현 사무총장은 "100% 안 된다는 말은 가급적 안 했으면 좋겠다. 민생은 일상적으로 해야 할 문제이나 국보법은 집중해야 할 때가 있는 문제이고 지금이 공세적이고 압축적으로 투쟁해야 할 때. 분명히 해야 한다. 민생 제일 좋아하는 당은 한나라당이다"라며 국가보안법 대응이 핵심 과제임을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내 국보법 중심이냐, 민생 문제 대응이냐의 논란은 사안에 대한 태도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정세 인식과 당의 정치적 활동 방향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창현 사무총장의 정세인식에서 민주노동당의 주된 의견이 어떤 성격과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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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현,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근본 방향은 집권"
김창현 사무총장은 11월 1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에 제출된 문건과 오마이뉴스와의 대담 이후 논쟁이 확산되자 11월 8일 당원게시판에 '사무총장 김창현입니다'라는 글을 발표하였다. 문건에서 열린우리당 2중대 논란이 일어난 데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열린당 2중대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한나라당과 투쟁해야 한다. (내부 문건이) 표현은 과하지만 전략기조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는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당 내외에서 진행되는 논쟁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김창현 사무총장의 글은 △문건과 관련하여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관련하여 △반신자유주의 전선에 대하여 등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 각 꼭지마다 해명과 주장이 어울려 있는데, 말미에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반신자유주의 전선과 수구보수권과 각을 세우는 반한나라당 개혁전선이 어찌 현실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가, 관념적인 발상 아닌가 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동지들도 있습니다. 보다 많은 토론이 요망되는 지점입니다"라며 주어진 질문을 놓고 스스로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한나라당 개혁전선에 절대적인 비중을 부여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곤혹스러워 한다는 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후 김창현 사무총장은 '이론과 실천' 12월호 '당면 정세, 당의 전술방향을 말한다'에서 반신자유주의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개진하는데, 신자유주의를 끝장내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세울 자주적 민주정권은 민중들의 투쟁력을 하나로 결집하여, 신자유주의적 수탈체제를 끝장내고 우리가 꿈꾸는 평등한 세상을 실현해 갈 것이다. 결국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의 근본 방향은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통한 자주적인 민주정권의 수립이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조직할 때 언제나 '당의 집권 없이 신자유주의로부터 해방된 새 세상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에 따른 전술을 배치하려는 목적의식적 노력이 요망된다"는 주장이고, 현재에 있어 핵심 전술이 바로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이라고 밝힌다.
김종철, "개혁전선의 미몽에서 벗어나 반노무현정권 투쟁을"
한편 김종철 최고위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역시 '이론과 실천' 12월호 '당면 정세, 당의 전술방향을 말한다' 기획에서 김종철 최고위원은 "노무현정권은 온 나라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겠다는 것뿐만 아니라, 쌀 개방을 통한 농민생존권 박탈,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 통과, 기업도시법 등 수도 없이 반개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노동운동, 농민운동 등 대중운동을 말살하겠다는 행태를 보이는 노무현정권에 대해서, 단지 냉전수구세력의 힘을 뺏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는 반한나라당 연대전선 주장은 순진함을 넘어, 우리 진보운동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주장이다"라고 반박한다.
김종철 최고위원은 4대개혁입법안의 실상을 알린 후 "존재하지도 않는 개혁전선의 미몽에서 벗어나 노무현정권과 맞설 장엄한 투쟁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 우리의 목줄을 죄어오고 있는 것은 수구세력이 아니다. 수구세력은 우리의 명운을 끊어버리고 싶은 의도는 훨씬 더 강하겠지만 그럴만한 힘이 없다. 수구세력을 핑계로 자신의 기회주의성을 은폐하고, 기만적인 개혁세력 연대를 주장하면서도 한 손에는 진보세력을 궤멸시키기 위한 칼을 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노무현-열린우리당 정권이다"라는 주장이다.
전선의 성격과 운동 방향을 둘러싼 오래된 논쟁
민주노동당 내 김창현 사무총장과 김종철 최고위원의 논쟁은 비단 당 내부적인 성격만 갖는 것은 아니다. 반한나라당이냐, 반노무현정권이냐, 반수구세력이냐 반개혁세력이냐, 반민주냐 반신자유주의냐 등은 기본적으로 한국사회 모순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의 방향을 놓고 오랫동안 논쟁되어왔다. 올해 전선의 성격을 둘러싼 운동 주체간의 논쟁은 실천의 맥락에서 볼 때 탄핵 국면, 추가파병 국면, 총파업 국면, 4대입법 쟁취 국면 등에서 지속적이고 역동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탄핵 국면에서는 반보수수구 전선을 강조하는 '범국민행동'의 실천에 반신자유주의를 강조하는 '민중행동'의 실천으로 대별되었다. '범국민행동'은 '탄핵반대' 여론을 3월 20일 광화문 촛불집회 이후 대규모 대중동원보다는 열린우리당과 그 후보에 대한 지지로 수렴해나갔다. '범국민행동은 '탄핵반대, 민주수호, 총선심판' 등의 제한된 요구를 내걸고 이라크 파병 문제나 한-칠레 FTA 등 노무현정권의 정책을 비판하는 쟁점에는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민중행동'은 실천적으로는 큰 영향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주장하며, 탄핵 이후 대중적 투쟁의 성과가 개혁세력 지지로 수렴되는 데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였다. 3월 19일 민중탄핵 토론회 참가자들은 "탄핵정국의 민주-반민주 대립 구도는 노동자 민중운동 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이라는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허물어버릴 것이며, 노동자 민중운동을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으로 포섭하는 효과를 창출합니다. 또 민주-반민주 구도는 실제에 있어서 친노-반노의 구도를 의미하며, 결국 노무현의 재신임을 가져오는데 기여할 것입니다"라며 민주-반민주, 친노-반노 구도로 몰아가는 흐름을 비판하였다.
탄핵과 총선 국면 이후 노무현정권의 추가파병 강행과 김선일 씨 죽음을 전후한 시기에도 전선 논쟁은 계속되었다. 노무현정권의 추가파병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당연히 논란이 없었지만, 추가파병 강행을 막기 위한 파병반대투쟁의 방향을 둘러싸고, 노무현정권에 대해서는 규탄 수준으로 묶는 대신 한나라당과 관료와 미국에 반대 전선을 강조하는 입장과, 반노무현정권,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조하는 입장이 크게 갈라졌다.
노동자의힘은 기관지 61,62 통합호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불명확한 태도가 낳은 반신자유주의 전선의 유실' 제하의 글에서 시민운동 세력을 노무현정권의 2중대라고 규정하고 당시 노사정 합의를 통한 타협체제 구축 시도에도 시민운동세력이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 시민운동 세력들이 "현재 노무현정권이 시도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지속하면서도 노동계급을 체제 내적으로 관리해낼 수 있는 기제 마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반 사회 의제들까지 확장함으로써 처음부터 전사회 영역을 포괄하는 형태의 완성된 사회적 합의체제를 주장하는데 이는 노무현정권의 사회적 합의 공세에 동력을 불어넣고 있는 꼴이다"라고 주장했다.
올해 전선 논쟁, 핵심은 노무현정권에 대한 정치적 태도
하반기 들어 노무현정권이 비정규개악안을 내놓자 민주노총은 노동유연화와 신자유주의 공세에 반대하는 총파업투쟁을 펼쳤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개악안이 전체 노동자를 위협하는 공세라는 사실을 인식,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개악안에 반대하는 총파업투쟁을 벌였다. 총파업투쟁의 결과 정부의 비정규개악안을 내년 2월로 유보시켰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민주노조운동 내부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비정규개악안을 유보한 것은 총파업투쟁의 성과라고 강조하는 입장에서부터, 유보는 곧 상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철회시켜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와 잘못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비정규개악안의 상정이냐 철회냐 차원에서 나아가 자본과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공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라는 노동운동의 주체적 측면의 평가와도 맞물려 있다. 민주노조운동 내부에 역시 노무현정권과 개혁세력에 대한 태도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편 민주노총의 총파업투쟁을 아래로부터 준비한다는 취지로 11월 7일 열린 전국현장활동가대회에서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는 전쟁과 빈곤, 그리고 생존권의 박탈로 노동자 민중을 끝없는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신자유주의 첨병 노롯을 하고 있는 노무현정권은 최근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화 하는 음모를 관철시키고자 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노동자계급과 민중에 대한 자본의 융단폭격에 다름 아니다"라며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을 구축하자는 결의를 내놓았다. 노무현정권에 분명하게 반대하는 정치적 입장이라 할 수 있다.
총파업투쟁 국면과 맞물려, 4대개협입법을 둘러싸고 전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김창현 사무총장과 김종철 최고위원의 논쟁은 그 실례이다. 4대개혁입법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전술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부터, 개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노무현정권을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입장까지, 전선의 성격과 운동 방향을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탄핵 국면과 총선, 추가파병 국면, 총파업투쟁 국면, 4대개혁입법 쟁취 투쟁 국면 등 올해를 관통하는 전선 논쟁에서 무엇보다도 노무현정권에 대한 정치적 태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핵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뚜렷한 자본운동의 경향 속에서, 권력과 경제적 이해와 정치적 영향력의 크기를 둘러싸고 각계 각층의 대립과 투쟁, 연대와 연합이 계속된 2004년이었다. 내년에도 노무현정권이 신자유주의 공세를 지속하는 한 민중의 저항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이 저항과 투쟁의 과정에서 노무현정권에 대한 태도를 둘러싼 정치세력간 긴장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중의 이해를 가장 우선하는 깊이 있는 전선 논쟁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