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부총리를 비롯한 6개 부처 장관을 경질하는 중폭 규모 개각을 단행했다. 이 번 개각 대상에는 안병영 교육부총리와 허성관 행자부 장관을 비롯해 여성부, 해양수산부, 농림부, 법제처가 포함됐다. 이유야 무엇이든 노동계와 민주노동당의 ‘공적’이었던 허성관 행자부 장관은 낙마했고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계속해서 장관직을 이어가게 됐다.
개각에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2년 정도를 알맞은 임기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혀 행자부와 여성부 장관 경질의 이유가 ‘장수’임을 시사했다. 또한 “교육이란 곳이 아무리 잘해도 불만이 가득한 것”이고 “이번 쌀 협상은 아주 수고하셨고 결과도 좋은 것으로 평가하지만 농민들 반발 달래고 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다고 말해 교육부와 농림부 장관의 경질 이유를 애둘러 설명했다.
신임 교육부총리로는 이기준 전 서울대총장이 임명됐고 행자부 장관에는 오영교 KOTRA사장, 여성부 장관에는 장하진 충남대 교수, 농림부 장관에는 박홍수 열린우리당 의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임명됐다.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 지명자에 관심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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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날 발표된 개각명단 가운데는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 지명자가 단연 눈에 띈다. 청와대 측은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이 “오랜 교수 생활을 통해 교육과 연구로 후학을 양성했고 서울공대 학장과 총장을 맡으며 행정경험과 업무추진력이 뛰어났으며, 대학개혁을 추진했다”고 발탁의 이유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기준 전 서울대총장이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던 당시 서울대의 상황은 청와대측의 발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이기준 전 총장은 불법적 사외이사 겸임, 판공비 편법 조성, 탈법적 판공비 지출, 독선적 학사운영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반발, 일방적 시장위주 대학구조조정 등 온갖 난맥상이라는 난맥상은 다 보인 끝에 총학생회의 불신임 의결, 서울대민교협과 교수협의 즉각 사퇴 촉구, 시민단체의 특별감사와 징계 요청 청구서 교육부 제출 등에 부딪혀 임기도 마치지 못하고 지난 2002년 5월 조기사퇴했다.
일방적 학사운영 부터 불법적 사외이사직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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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교육부총리 지명자사진출처 : 한국공학한림원 |
또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위반하며 LG화학의 사외이사로 4년여간 재임하며 연구용역비 조로 1억 4천만원이 넘는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외이사 직을 사퇴한 바도 있다.
서울대 재임 당시 드러난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도덕적 문제 또한 도를 지나친다는 평가다. 이기준 지명자의 LG그룹 사외이사 겸임이 드러난 직후인 2002년 3월 서울대 총학생회는 개교 이래 최초로 대학본부 불신임 투표를 실시했고 전체 등록생의 53%가 투표에 참여했고 참가자 가운데 96.1%가 불신임에 동의해 총장실 점거에 돌입했다.
판공비 조성과 지출내역은 점입가경
총학의 총장실 점거 과정에서 2001년 3월부터 2002년 2월까지 1년간 기성회계 3억3천만원을 비롯해 총 4억2천만원을 편법으로 조달해 판공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정식으로 판공비로 승인한 3천 만원을 포함해 총 4억 5천만원을 한 해 판공비로 사용한 것이다.
당시 밝혀진 판공비 사용내역은 혀를 내두를 만 했다. 각종 식사비와 간담회, 조찬모임 비용등으로 1억6천만원이 지출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국회의원과 장관 등에게 추석과 신년 선물비용으로 5천8백만원을 지출했고 개인의 사우나 이발 비용도 판공비로 충당했을 뿐 아니라 부인이 식당과 백화점에서 20여 차례 법인 카드로 결제한 사실도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 측은 "총장의 판공비 대부분이 기성회계 예산에서 나온 것인 만큼 결국 총장이 등록금을 인상, 과다한 판공비를 지출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총장직을 사퇴한 이기준 지명자는 한국공학한림원으로 자리를 옮겨 절치부심중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교육부총리로 낙점을 받았다.
정권 출범 당시 부터 교육부총리직 둘러싼 잡음 터져 나와
한편 노무현 정부의 교육부총리 인선은 정권 출범 당시부터 난맥상을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조각 인선 당시 교육부총리로 오명 현 과기부 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사립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사학이익단체 대변자라는 점 △군부독재정권하에서 1980년 국보위 위원과 청와대 비서, 장차관 등의 요직을 거친 군부독재정권의 잔재세력이라는 점 △ KS(경기고-서울대)를 거치며 대선 당시 경기고 총동문회 회장을 역임하며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를 지지, 학벌타파를 실현할 수 없는 인물인 점 △언론탈세 수사 진행시, 동아일보 사장으로서 탈세라는 반칙을 일삼은 인물 등이라는 이유로 시민사회와 자신의 지지자들로 부터도 집단포화를 맞은 끝에 윤덕홍 부총리를 임명한 바 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잠잠해 진 이후 오명 장관을 과기부 장관에 임명했다.
집권 중반기를 맞이한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의 청사진은 이기준 전 서울대총장의 교육부총리 지명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비민주적, 시장제일주의적 학사운영도, 편법 판공비 조성과 지출도, 불법적 사외이사 겸임을 업무추진력과 행정경험으로 발표했다. 현 정부의 인사철학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교육위 소속인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우려스럽다"고 운을 뗀후 "안병영 장관보다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질이나 도덕성 문제도 중요하지만 서울대 총장 재임 당시 독단적으로 학사운영을 하며 기초학문을 소외시킨 것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작년 한해 벌어진 고교등급제, 수능부정 등 교육문제는 경제,성적,학벌위주 교육정책으로 인한 것인데 이런 문제를 신자유주의적 해법으로 풀수는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기준 지명자의 절친한 지인으로 알려진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교육부총리 인선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우식 비서실장은 이기준 지명자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연세대 총장직을 맡으며 역시 비민주적, 독단적, 시장위주 학사행정으로 입방아에 오른 바 있다.




이기준 교육부총리 지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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