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2004조합원 의식조사 보고서' 발표

구체적이고 가감없지만 상반되는 응답들도 눈에 띄어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분석, ‘2004 조합원 의식조사 보고서'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노총 노동자 대회
사진출처 : 미디어참세상 자료사진

한국노총이 ‘2004년 조합원 의식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해 9월 6일부터 18일까지 지역별 분포와 산별조합원 수를 감안, 1013명의 표본을 정해 설문지 배부및 회수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2001년 조합원 의식조사 보고서’에 이어 3년 만에 다시 발표된 이 보고서는 노조가입기간등의 일반사항에서부터 산별교섭, 양대노총 통합,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노조로 조직화에 대한 견해와 지지정당등 다양한 항목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노동자들의 의식 이해와 한국노총의 정책수립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의식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가감없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산별이나 상급단체, 노사정위원회 같은 예민한 문제에 대해서는 상반되는 결과가 드러나기도 해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어떤 정책 대안이 제출될지 주목된다.

표본 설문대상 조합원의 연령은 29세까지는 12.4%, 30대 35.1%, 40대 34.7%, 50대이상 14.3%의 분포를 나타냈다. 2001년도 조사에 비해 30대 이하는 구성비가 줄어들고 40대 이상은 그 비중이 늘었다. 청년실업이 심각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20대와 50대이상 조합원들 가운데 임금과 직장만족도가 함께 낮은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1년 조사에서는 50대도 40대의 연속선상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반해 이번 조사에서는 40대와 50대가 단절적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정책본부는 40대에 구조조정이 되어 50대에 새로 입사하거나 아니면 50대가 될 때까지도 회사나 노조 안에서 주변 층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노총 조합원들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주당 실제 노동시간은 44시간미만이 16.3%, 45-48시간이 18.8%, 49-56시간이 31.5%, 57시간이상이 32.0%등으로 나타났다. 주 40시간제의 도입 등으로 인해 지난 2001년 조사보다는 노동시간이 다소 낮아졌지만 57시간 이상 노동이 32%로 나타나는 등 비정규, 미조직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나은 한국노총 조합원들 조차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

최근 2년간 경제사정이 향상되었다는 응답은 20.5%, 이전이나 같다는 응답은 28.2%, 악화되었다는 응답은 49.0%이다. 악화되었다는 비율이 향상되었다는 비율보다 20.8%포인트 더 높고 경제사정 악화요인으로는 금융비용부담을 꼽은 조합원이 53.0%에 달했다. 실업으로 인한 소득감소를 꼽은 조합원이 10.0%로 나타났다.

구랍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 3분기 중 자금순환 동향(잠정)’에 따르면 개인부문 부채잔액은 501조9천억원에 달하고 이를 가구당으로 따지면 무려 3천381만원에 이른다. 또한 금융부채에 대한 금융자산 비율은 미국의 3.43배, 일본의 4.11배에 비해 현저히 낮은 2.08배로 나타났다. 모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한국노총 조합원에게도 당연하게 같이 나타나고 있는 지점이다.

상여금을 포함해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응답자가 3.9%, 2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조합원이 54.5%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고용과 임금 중 고용을 더 중시한다는 응답자가 61.8%에 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유연화가 점점 심화되는 상황에서 조직 노동자들조차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단기근속자일수록 임금을 더 중시하고 장기근속자일수록 고용을 더 중시하고 있으며 경영상태가 좋지 못한 곳일수록 고용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분 VS 실리, 엇갈리는 응답들

지난 3일 열린 한국노총 2005년 시무식
사진출처 : 한국노총 홈페이지

상급단체가 주력해야 할 사업으로는 임금인상과 복지증진이 39.4%, 고용안정강화가 32.4%, 노동기본권강화가 6.4% 순으로 나타났다. 2001년에 비해 임금인상과 복지증진, 고용안정강화가 크게 늘어났고 구조조정저지는 11.4%에서 3.9%로 급락했다. 또한 비정규직보호는 4.9%,에 불과했고 사회개혁은 3.5%(2001년도 8.0%), 정치활동강화는 0.3%, 부당노동행위척결은 0.5%(2001년은 4.0%)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협소한 단위사업장 위주의 사안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셈이다. 결국 비정규문제, 구조조정저지, 사회개혁, 정치활동 등에 관한 사업의 경우 단위사업장으로부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서도 증명됐다.

또한 산별교섭에 찬성하는 비율은 66.3%, 반대하는 비율은 28.7%로 대략 2/3 이상이 산별교섭에 동의했다. 이는 단위사업장 위주의 사안에 대해 상급단체가 주력해야 한다고 응답한 바로 윗 항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지점이다. 따라서 산별교섭에 대한 대다수의 찬성 입장에도 불구하고 단위사업장의 실리와 부딪힐 경우 산별화가 난항에 부딪힐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비정규직을 정규직노조로 조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77.2%가 찬성해 2001년에 비해 9.2% 포인트 높아졌다.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상급단체 주력 사업에 대한 설문 응답이 보여주듯 실제 연대투쟁으로의 연결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투쟁성 미약, 정부의존성 지적하면서도 합법적, 평화적 노동운동 동조

조직내부로는 민감할 수 있는 문제인 한국노총활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도 포함됐다. 조합원에게 실리를 주지 못한다가 35.8%, 투쟁의지 미약이나 지나친 정부의존이 25.4%와 24.5%로 나타났고 조합원의 의견을 듣지 않는다는 답은 11.8%로 나타났다. 한국노총이 나름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투쟁의지 미약과 지나친 정부의존에 대한 비판 응답이 내부에서도 50%에 달했다.

연결되는 항목으로 판단할 수 있는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질문에서는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이 64.4%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자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61.8%가 ‘인내심을 가지고 참여하여 반영토록 해야 한다’고 답했고 19.3%가 ‘개선요구를 하되 안되면 탈퇴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불과 3.0%만이 ‘근본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해체투쟁해야 한다’고 하고 답했다.

전투적 운동방식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전투적 방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0.9% 투쟁성은 유지하되 유연한 전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 39.6%로 나타났고 아예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운동방식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이 45.9%에 달했다.

한국노총의 투쟁의지미약이나 지나친 정부의존에 대해 비판적이고 노사정위원회에도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 조합원 다수가 노사정위원회 참가와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운동방식에 대해 찬성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양대노총 통합 기대하고 복수노조 경쟁에 대해서는 우려

양대노총 통합에 대해서는 지지가 75.6%, 반대가 20.2%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2001년 조사에 비해 9% 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결과다. 이 결과에 대해 한국노총 정책국은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계 분립이 산업이나 직종이 아니라 이념및 운동방식을 둘러싸고 발생해 협력보다 헤게모니 경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분석하면서도 ‘현재 양대노총간 지향점이나 운동방식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는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도자들이 통합을 향한 분위기를 형성해나가면 주류의 통합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표현함으로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2007년 허용되는 사업장내 복수노조에 대해서는 한국노총 조합원의 76.3%가 경쟁에 반대한다는 답변을 내놓았고 정책국은 “선의의 경쟁보다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경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고 사용자는 끼어들 틈새를 찾게 될 것” 이므로 “양대노총간에 신사협정을 체결하고 교섭제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 평가했다. 양대노총 통합 관련 설문에 대한 응답및 평가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현 정권에 부정적, 총선이후로는 민주노동당 지지세 강화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설문에 대해선 재벌개혁과 노동정책에 대한 부정적 응답이 가장 높았고 전 항목에 걸쳐 대체적으로 부정적 답변이 나왔다. 정치세력화에 대한 설문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가 33.0%, 지난 총선의 녹색사민당 같은 독자정당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가 23.6%로 나타났다. 그 밖에 정당과 관계없이 노동자 힘으로 투쟁해나가야 한다가 13.5%, 제정당과 등거리관계를 유지하면서 친노동자후보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가 12.2%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4.15총선이전의 지지정당에 대한 질문에서는 한나라당이 33.9%로 가장 높았고 민주노동당 15.5%, 열린우리당 14.8%,민주당 8.6%, 자민련 0.8%의 순으로 나타났으나 4.15총선에서 지지한 정당은 녹색사민당이 28.8%로 가장 많았고 열린우리당 19.4%, 민주노동당 19.2%의 순이다.

총선 이후 지지하게 된 정당에 대한 답변에서는 민주노동당이 25.2%로 가장 많고, 다음은 한국노총의 독자정당 18.5%, 한나라당 18.1%, 열린우리당 10.0%, 민주당 1.7%, 자민련 0.3%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총선 녹색사민당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재창당이 힘든 상황을 감안해야 할 결과다.

여러면에서 돋보이는 '2004조합원 의식조사 보고서'이지만...

166페이지에 달하는 '2004조합원 의식조사 보고서'는 꼼꼼한 설문 항목과 계량적 분석이 돋보인다. 또한 민감한 문제나 한국노총 중앙조직에 자칫 불리할 수도 있는 문항이 포함되고 가감없이 공개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러나 산별교섭이나 비정규직 조직화에 대한 높은 찬성률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문제에 들어가서는 단사 실리 위주의 응답들이 높은 형편이다.

전체조직률 11%가 무너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중심 노동운동, 사회 연대적 노동운동을 통한 비정규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에 힘쓰겠다고 공언하며 지난 하반기 여러 투쟁에 나름대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한국노총이 조합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어떻게 정리해 나갈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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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 의식조사 보고 , 양대노총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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