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피크제가 새해 벽두부터 부각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전망 2005'에서 "임금피크제가 확산 될 것"이라고 전망한 데 이어 노동부가 지원하겠다고 나서자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확정하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시작으로, 언론, 일반 회사까지 확산
임금 피크제는 2003년 7월 신용보증기금이 처음 도입하고 2004년 7월 금융노조 노사가 공동임금단체협상에서 2005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금융권에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에 근거 해 수출입은행은 9일부터 우리은행 등은 금년 3월, 산업은행은 8월부터 각각 시행하게 된다.
이제 피크제는 금융권을 넘어 일반 회사까지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는 보직을 받지 못한 직원에 대해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올해 도입하기로 했고, 연합뉴스, 서울신문, YTN 등도 도입 방침에 노사가 합의하고 시행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MBC는 근속연수가 높은 고위직급에 대해 올해부터 임금의 일정 부분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는 '선택형'으로 지난해 7월부터 정년까지 근무 또는 명퇴를 선택하게 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의 경우도 내달부터 시행할 계획이고, 대한전선은 2003년 11월 처음으로 퇴직 후 삭감된 임금으로 재 고용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그리고 대우조선해양도 정년 5년 전부터 단계적 으로 삭감하는 방식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부 또한 임금피크제의 확산을 위한 '당근'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부는 임금피크제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근로자의 임금 삭감 분의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임금조정지원금제(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6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고용보험법령 개정,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05년도 내에 임금조정지원금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 06년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금 피크제 정년고용보장형, 고용연장형의 두 모델
임금 피크제는 현행 정년고용을 보장하거나 또는 정년 후 고용연장을 전제로 노동자의 임금을 조정하는 임금제도 이다. 미국·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공무원과 일반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1970년대 중반부터 55세에서 60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방법으로 시작 됐다.
현재 국내에는 정년고용보장형과 고용연장형 그리고 복합형이 적용 되고 있다. '정년고용보장형 임금피크제 모델'은 각 기업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정한 정년연령을 기업이 보장하는 것을 전제하고, 정년 전 이전연령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것으로 신용보증기금, 대한전선 등이 그 예에 속한다.
그리고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 모델'은 정년연장형과 고용연장형으로 나뉘는데 정년연장형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정년연장기간 만큼 정년 전의 임금을 조정하는 것이고, 고용연장형은 정년연령이 되면 일단 퇴직하고 퇴직금을 받은 다음 계약직 내지 촉탁 등의 형태로 재고용 되, 고용을 연장한는 방안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연장형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선택형을 제시한 한국수자원공사의 예는 복합형으로 구분된다.
피크제 확산, 본 목적은 자본의 이윤증대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산업인력 고령화 빨라진다’는 보고서에서 "정부도 중장년층 및 고령 근로인력 생산성을 향상시킬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라면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노동부도 시기를 맞춰 2004년 '임금피크제' 매뉴얼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 근로자는 해고를 피할 수 있고(사실상 또는 사규상)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다 △사용자는 해고를 둘러싼 노사 갈등을 피할 수 있고,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훈련된 인력을 유지, 확보할 수 있는 한편, 경감된 비용으로 신규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인구고령화에 따른 생산이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비경제활동 노령인구에 대한 사회보장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국장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만약 도입해야 한다면 투명경영, 자구 노력 등 내부 도입요건 충족, 내부공감대와 노조 합의 등 이 전제가 되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런 전제도 없이 피크제 도입을 강행한다면 '지속적인 근로조건 저하'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피크제를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강훈중 국장은 "최근 구조조정을 피하려고 정말 어려워서 도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량 기업들이 장기 불황이라는 여론을 타고 강제로 도입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이들의 모습이 바로 피크제를 활용해 노동조건을 하향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최근 경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우리 나라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정년까지 근무할 것이라는 것에 기준해 초임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 노동자들도 향후 호봉과 퇴직금, 임금이 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일한다. 그러나 자녀 교육비 등 가장 많은 돈이 소모 될 중년기에 피크제가 도입되면 고용은 연장될 수 있으나 오히려 급여 및 퇴직금이 삭감되게 된다. 나아가 고령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자동 전화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최승원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임금피크제는 정부와 자본 측에서 기존의 명예퇴직 제도가 한계에 다다르자 고안해낸 방식"이라고 지적하며 "2003년 금융노조 산별협약과정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대신에 정년을 연장하자는 노측안에 대해 사용자측이 거부하였던 사례는 정부와 자본의 임금피크제 도입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승원 연구원은 "생계비가 가장 많이 드는 시점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고령노동자의 생계보장’이 아니라 비용절감, 즉 자본의 이윤증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는 "임금삭감과 고령자 퇴직유도 방안으로 정착 되 전사회적으로 고령노동자들을 퇴물로 인식하는 분위기, 사회적 정년을 앞당기는 분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다"라며 임금피크제 확산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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